강화-수리봉과 용아루
인천의관광/인천의섬
2008-06-15 17:08:33
작은 바위·흙덩어리 속 생명은 살아있다
수리봉과 용아루
2008년 4월15일 녀석들은 어김없이 ‘용아루’를 지키고 있었다. 하늘과 바다가 맞닿은 갯바위 끝자락에서 놈들이 새로운 탄생을 준비하는 보금자리가 펼쳐지고 있다. 저어새가 산란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생존의 본능일까?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히 앉아 있다가도 움찔한다. 행여 다른 사람들의 눈에 띌까 몸을 잔뜩 사린다. 숨죽인 쪽배의 엔진소리에도 벼슬을 쫑긋 세운다. ‘후드득’ 노랑부리백로는 인기척을 피해 멀리 날개를 편다.
특정도서 인천시 강화군 아차도리 ‘응봉도’와 ‘용아루’(작은 응봉도). 아차도의 대빈창 해변과 볼음도의 조개골 해변 사이에 물골이 이 작은 두 섬의 터다.
분지도에서 뱃길로 10분 남짓한 거리를 두고 조용히 앉아 있다. 응봉도의 우거진 숲보다 풀 한포기 자랄 것 같지 않은 갯바위 용아루에 먼저 눈이 옮겨진다. 그 곳에서는 끊이지 않는 희귀 새들의 날갯짓이 있다.
인간에게는 난공불락의 요새였지만 새들에겐 더할나위 없는 휴식처가 용아루였다. 쪽배의 시동을 끈 채 조류에 배를 맡기고 용아루 주변을 한 바퀴 빙 돌았다. 바다 물속에 가려진 암초는 이방인의 발길을 거부하고 있었다.
아무리 용을 써도 발을 내디딜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멸종위기야생동물 Ⅰ급인 저어새 6마리와 노랑부리백로 2마리가 용아루 바위 끝자락에서 부드러운 햇살을 즐기고 있었다.
용아루 바위 옆면은 물리·화학적 풍화작용을 받아 구멍이 뚫려있어 뭍에서 보지 못하는 흔치 않은 풍경을 연출한다. 용아루는 인천시의 ‘인천연안도서 해양환경 조사 및 보전·관리 계획수립’ 용역보고서에 등장한 섬이다. 그전에는 도서목록에 조차 없던 섬이었다. 환경조사를 벌인 용역팀의 눈에는 ‘충분히 보존가치가 있는 섬’으로 평가됐다.
희한한 것은 응봉도다. 더 많은 희귀 새들이 찾을 것 같았지만 응봉도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3천157㎡ 면적의 응봉도는 일명 ‘수리봉’이라 불린다.
수리봉은 산봉우리가 독수리 형상과 같다하여 매 ‘응’(鷹)자와 봉우리 ‘봉‘(峰)자를 써 ‘독수리 봉’이라고도 한다. 암석해안과 자갈, 모래가 뒤섞인 해안은 여느 무인도와 다를 것이 없다. 밀물때 바닷물에 잠기고 썰물 시간이 되면 몸을 드러내는 뻘 습지와 암반은 역시 외지인의 접근을 쉬이 허락하지 않는다. 절벽이 허리를 곧추세우고 있는 터라 섬은 위쪽에만 풀꽃나무들이 자라고 있었다. 물푸레나무와 소사나무, 칡이 섬 전체를 뒤덮고 있다. 서해안 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었다.
여기에 분꽃나무, 갯질경이, 팥배나무, 붉나무, 갈퀴꼭두서니, 노랑원추리, 음나무 등도 터를 잡고 있어 그다지 수리봉만의 특징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갯바위 틈에는 조무래기따개비와 고랑따개비 갯강구, 무늬발게 등 7종의 해양생물들이 생명을 이어가고 있다. 이 역시 여느 갯바위와 다름없었다.
전문가들은 멸종위기야생동물 Ⅱ급인 수리부엉이가 살고 있다고 보고서를 냈지만 이날만큼은 확인되지 않아 사실을 분간할 수 없었다.
수리봉의 특징이 있다면 동쪽과 서쪽이 서로 다른 식생구조를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서쪽 언덕은 전형적인 망토군락을 띠고 있다. 이곳부터 숲이 시작된다는 것을 알리는 덩굴들이 집단으로 자라고 있을 뿐이다. 작은 억새 패치에 멍석딸기와 칡이 서로 뒤엉켜 자라고 있었다.
해안선 근처엔 돌배나무와 야광나무, 장구밥나무, 소사나무 등이 있지만 뜨문뜨문 자라나고 있다. 염소를 방목했던 흔적이 눈에 띄고, 이 때문에 초본식물들은 완전히 피폐한 상태다.
반면 동쪽은 괜찮은 숲을 이루고 있다. 5m 정도의 중간크기의 나무들이 꽉 들어차 있다. 대부분 팥배나무와 물푸레나무, 갈참나무 등으로, 땅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빼곡하다. 뚝갈, 두메대극, 기름나물, 까치수염, 도라지 등 풀류들이 비교적 건강한 상태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남쪽 언덕은 만신창이가 된지 오래였다. 송전탑 때문이었다. 강화군 무인 섬 곳곳에 송전탑이 세워지면서 생태계가 위협받고 있었다. 저어새와 노랑부리백로가 수리봉을 멀리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글=박정환·조자영기자 hi21@i-today.co.kr
수리봉과 용아루
2008년 4월15일 녀석들은 어김없이 ‘용아루’를 지키고 있었다. 하늘과 바다가 맞닿은 갯바위 끝자락에서 놈들이 새로운 탄생을 준비하는 보금자리가 펼쳐지고 있다. 저어새가 산란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생존의 본능일까?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히 앉아 있다가도 움찔한다. 행여 다른 사람들의 눈에 띌까 몸을 잔뜩 사린다. 숨죽인 쪽배의 엔진소리에도 벼슬을 쫑긋 세운다. ‘후드득’ 노랑부리백로는 인기척을 피해 멀리 날개를 편다.
특정도서 인천시 강화군 아차도리 ‘응봉도’와 ‘용아루’(작은 응봉도). 아차도의 대빈창 해변과 볼음도의 조개골 해변 사이에 물골이 이 작은 두 섬의 터다.
분지도에서 뱃길로 10분 남짓한 거리를 두고 조용히 앉아 있다. 응봉도의 우거진 숲보다 풀 한포기 자랄 것 같지 않은 갯바위 용아루에 먼저 눈이 옮겨진다. 그 곳에서는 끊이지 않는 희귀 새들의 날갯짓이 있다.
인간에게는 난공불락의 요새였지만 새들에겐 더할나위 없는 휴식처가 용아루였다. 쪽배의 시동을 끈 채 조류에 배를 맡기고 용아루 주변을 한 바퀴 빙 돌았다. 바다 물속에 가려진 암초는 이방인의 발길을 거부하고 있었다.
아무리 용을 써도 발을 내디딜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멸종위기야생동물 Ⅰ급인 저어새 6마리와 노랑부리백로 2마리가 용아루 바위 끝자락에서 부드러운 햇살을 즐기고 있었다.
용아루 바위 옆면은 물리·화학적 풍화작용을 받아 구멍이 뚫려있어 뭍에서 보지 못하는 흔치 않은 풍경을 연출한다. 용아루는 인천시의 ‘인천연안도서 해양환경 조사 및 보전·관리 계획수립’ 용역보고서에 등장한 섬이다. 그전에는 도서목록에 조차 없던 섬이었다. 환경조사를 벌인 용역팀의 눈에는 ‘충분히 보존가치가 있는 섬’으로 평가됐다.
희한한 것은 응봉도다. 더 많은 희귀 새들이 찾을 것 같았지만 응봉도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3천157㎡ 면적의 응봉도는 일명 ‘수리봉’이라 불린다.
수리봉은 산봉우리가 독수리 형상과 같다하여 매 ‘응’(鷹)자와 봉우리 ‘봉‘(峰)자를 써 ‘독수리 봉’이라고도 한다. 암석해안과 자갈, 모래가 뒤섞인 해안은 여느 무인도와 다를 것이 없다. 밀물때 바닷물에 잠기고 썰물 시간이 되면 몸을 드러내는 뻘 습지와 암반은 역시 외지인의 접근을 쉬이 허락하지 않는다. 절벽이 허리를 곧추세우고 있는 터라 섬은 위쪽에만 풀꽃나무들이 자라고 있었다. 물푸레나무와 소사나무, 칡이 섬 전체를 뒤덮고 있다. 서해안 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었다.
여기에 분꽃나무, 갯질경이, 팥배나무, 붉나무, 갈퀴꼭두서니, 노랑원추리, 음나무 등도 터를 잡고 있어 그다지 수리봉만의 특징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갯바위 틈에는 조무래기따개비와 고랑따개비 갯강구, 무늬발게 등 7종의 해양생물들이 생명을 이어가고 있다. 이 역시 여느 갯바위와 다름없었다.
전문가들은 멸종위기야생동물 Ⅱ급인 수리부엉이가 살고 있다고 보고서를 냈지만 이날만큼은 확인되지 않아 사실을 분간할 수 없었다.
수리봉의 특징이 있다면 동쪽과 서쪽이 서로 다른 식생구조를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서쪽 언덕은 전형적인 망토군락을 띠고 있다. 이곳부터 숲이 시작된다는 것을 알리는 덩굴들이 집단으로 자라고 있을 뿐이다. 작은 억새 패치에 멍석딸기와 칡이 서로 뒤엉켜 자라고 있었다.
해안선 근처엔 돌배나무와 야광나무, 장구밥나무, 소사나무 등이 있지만 뜨문뜨문 자라나고 있다. 염소를 방목했던 흔적이 눈에 띄고, 이 때문에 초본식물들은 완전히 피폐한 상태다.
반면 동쪽은 괜찮은 숲을 이루고 있다. 5m 정도의 중간크기의 나무들이 꽉 들어차 있다. 대부분 팥배나무와 물푸레나무, 갈참나무 등으로, 땅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빼곡하다. 뚝갈, 두메대극, 기름나물, 까치수염, 도라지 등 풀류들이 비교적 건강한 상태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남쪽 언덕은 만신창이가 된지 오래였다. 송전탑 때문이었다. 강화군 무인 섬 곳곳에 송전탑이 세워지면서 생태계가 위협받고 있었다. 저어새와 노랑부리백로가 수리봉을 멀리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글=박정환·조자영기자 hi21@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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