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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 섬

강화-대·소송도

by 형과니 2023. 5. 6.

강화-대·소송도

인천의관광/인천의섬

2008-06-15 17:07:06


송전탑·선착장 공사 땅 패고 물길 뒤틀려

대·소송도


환경부가 말하는 ‘특정도서’란 의미의 저 밑바닥에는 환상을 갖기에 충분한 신비로움이 깔려있다. 화산이나 계곡, 폭포, 해안, 동굴 등 빼어난 자연경관을 바탕으로 한다. 또 화석이나 멸종위기의 희귀 동·식물이 살거나 찾아오는 보전가치를 토대로 하고 있다. 여기에 때 묻지 않은 자연 숲이 우거져 학술적으로 연구할 만한 필요가 전제되는 곳이 바로 특정도서다.


112개의 무인도를 품고 있는 인천은 태생적으로 특정도서와 맞닿아 있다. 들쭉날쭉 리아스식 해안이 빚어낸 오묘한 지형과 경관, 육지에서는 찾기 힘든 식생과 그곳에서 둥지를 틀고 살아가는 희귀 바다 새들이 넘친다. 이런 자연의 신비는 사람의 손이 덜 탄 북방한계선(NLL)으로 갈수록 뚜렷해진다. 이런 연유로 인천 강화와 옹진 앞바다 유·무인도 24군데(전국 155곳)가 특정도서로 남아있다. 역시 흔치않은 식생과 새들 덕분이다.
 

그 중 하나가 강화군 삼산면 매음리 산 535의 대송도와 소송도다. ‘식생의 자연성과 종 다양성이 높음’, ‘보호야생동물인 검은머리물떼새의 번식지’, ‘담수와 해수가 섞이는 지역으로 담수성 해양생물 서식’ 등 3가지 이유로 2000년 9월5일 특정도서로 지정됐다. 2008년 4월15일 오후 1시45분. 특정도서에 대한 환상은 대송도와 소송도 앞에서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 이 섬이 정말 특정도서가 맞아?’서로 반문할 정도였다. 딱히 눈길을 둘만한 ‘거리’가 없었다.


환경부가 얘기한 ‘식생 다양성’은 헛말이었다. 대송도(면적 1만3천951㎡) 한 가운데는 이미 벌목으로 나무들이 죽어 널 부러져 있었고, 그 자리에 칡넝쿨과 담쟁이덩굴이 얽혀있었다.


상수리와 갈참나무, 떡갈나무 등 참나무들이 자라 비교적 높은 단계로 ‘천이과정’을 밟고 있었으나 이 역시 육지의 산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숲이었다. 얼마 안 떨어진 소송도의 모습은 비참하기까지 했다. 섬 한 가운데에 하늘을 향해 치솟은 송전탑이 ‘떡하니’ 버티고 서 있었다. ‘자연성’이라고는 찾아볼 길이 없었다. 불안정한 토양이나 교란이 심한 땅에서 으레 자라는 환삼덩굴과 닭의장풀, 장구밥 나무 등이 눈에 띄었다. 송전탑 공사로 땅이 파헤쳐진 탓이었다.


소나무(松)가 많아 붙어진 대송도와 소송도의 이름이 어색할 정도였다. 아니나 다를까. 인하대가 인천시의 용역을 받아 2005년부터 2년 동안 조사한 ‘인천연안도서 해양환경조사’에서 특정도서 8호인 소송도와 9호인 대송도의보전가치는 ‘하(下)’로 평가됐다.
 

인간의 간섭은 송전탑 건설이 전부가 아니었다. 선착장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었다. 대송도는 인근 석모도 주민들이 굴이나 조개를 캐러 오곤 했던 곳이었다. 섬을 빙 둘러 자리한 자갈과 모래펄은 조개류가 곧 잘 자랄 수 있는 모양새를 하고 있었다. 여기에 대·소송도는 유기물을 한껏 머금은 한강 물이 막 바로 닿는 곳이기도 했다.


인간의 욕심은 ‘화(禍)‘를 불렀다. 몇 해 전 강화군이 주민들의 요구대로 대송도에 배를 댈 수 있도록 선착장을 만들어 버린 것이다. 물 흐름은 뒤틀렸고, 모래톱은 엉뚱한 곳에 차오르기 시작했다. 썰물 때는 밑창이 얕은 점마선이 아니고는 배를 접근시킬 수조차 없는 곳으로 변한 것이었다. 굴도 조개도 별반 나오지 않는다. 다만 이젠 별로 짠물과 민물이 뒤섞이는 곳에서 사는 돈 되지 않는 ‘밤색기수우렁이’가 자주 눈에 띌 뿐이다. ‘담수성 해양생물이 사는 지역’이라는 환경부의 평가는 아주 틀리지만은 않은 얘기였다.


하지만 섬 전체가 생기를 잃어가고 있었다. 한 가닥 위안으로 삼을 만한 것은 소송도에 음나무와 고로쇠나무 등이 자라고 있어 식생의 다양성에 대한 가능성이 아주 없지 않았다는 점이다.


섬 여기저기를 훑어봐도 검은머리물떼새의 번식지라는 사실은 확인할 길이 없었다. 아쉬움과 씁쓸함, 실망감을 안고 섬을 빠져나오는 순간, 대송도 옆 먼 바위에서 따사로운 햇살에 취해 휴식을 즐기는 멸종위기야생동물Ⅱ급인 검은머리물떼새가 가마우지와 함께 들어왔다. 특정도서 대·송도에는 작지만 아직 희망이 숨 쉬고 있었다.
 
글=박정환·조자영 기자 hi21@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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