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유일한 물범 서식지 백령도
인천의관광/인천의섬
2008-06-09 08:40:39
이우평의 인천기행
한반도 유일한 물범 서식지 백령도
백령도에 물범이 살고 있다는 사실이 일반인들에게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은 2003년 한국방송공사(KBS)의 환경스페셜 프로그램에서 ‘서해의 마지막 제왕, 백령도 물범’ 이야기를 특집으로 방영한 이후부터라고 할 수 있다. 이 방송을 계기로 여러 환경단체와 방송, 언론기관에서 물범을 취재하기 위해 백령도로의 발걸음이 잦아지고 있다.
물범은 원래 북위 45도 이북의 북극권에 사는 국제적 희귀종으로 현재 북태평양 캄차카반도, 홋카이도, 캘리포니아 등에 분포하며 전 세계적으로 약 300만 마리가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곳 백령도 물범은 북위 45도 이남인 38도 이남에서 서식하고 있어 세계 해양 포유류 학자들 사이에서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들 물범은 개과에서 진화한 해양 포유류로서 피부에 점이 박혀 있어 점박이 물범이라 불린다. 미국립해양연구소에서 백령도 물범의 유전자 검사를 한 결과 백령도 물범은 오랜 기간 고립으로 인해 캄차카 반도의 오호츠크해나 베링 해의 물범과 다른 고유한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백령도 물범은 원래 빙하기 때 북쪽의 차가운 오호츠크해에서 유입된 종이었으나 약 1만년 전 빙하가 물러간 후 북상하지 않고 이곳 일대에 눌러 앉으면서 자체적으로 진화의 길을 걸어온 것으로 보인다.
백령도에는 두무진, 연봉바위, 하늬바다 앞바다 이렇게 세 곳 일대를 중심으로 현재 약 200~300마리 정도의 물범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백령도 가운데서도 물범이 가장 많이 서식하고 있는 곳은 북한의 장산곶이 내다보이는 진촌리 북동쪽 하늬바다 앞 물범바위라 부르는 바다 일대이다.
이 곳에서는 봄부터 늦가을까지 물범들이 바위 위로 올라와 휴식을 취하고 있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다. 물이 빠지는 간조 때면 드러나는 바위를 차지하기 위한 자리싸움이 치열하다. 동물의 세계에 존재하는 냉엄한 위계질서 때문이다.
과거에는 물범이 백령도와 대청도 근해에서 일년 내내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근 환경부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추운 겨울철에는 번식과 출산을 위해 12월부터 한국의 황해연안을 따라 북상하기 시작하여 중국의 발해만(渤海灣)에서 한겨울을 지낸 다음, 이듬해 봄 4월이 되어서야 남하하여 다시 백령도 인근 해역으로 돌아오는 것으로 밝혀졌다.
장장 왕복 1천600km에 달하는 험난한 여정인 것이다. 물범들이 발해만으로 가서 겨울을 나는 이유는 발해만에서 새끼를 낳기 위해서이다. 발해만은 염도가 낮아 황해에서 유일하게 겨울에 얼어붙기 때문이다. 유빙 위에서 새끼를 낳아 젖을 뗀 후 봄이 되면 백령도로 남하한다.
백령도 물범은 과거 서해안 전역에서 약 8천여 마리가 서식했으나 지금은 불과 300여 마리만이 백령도 일대에서 서식할 정도로 개체수가 현저하게 줄었다. 이는 산업화에 따른 황해의 오염, 어업활동에 의한 서식지 파괴 등을 들 수 있다.
그러나 물범의 숫자가 줄어든 가장 큰 이유는 중국의 밀렵꾼들에 의해 마구잡이로 포획, 사살되고 있기 때문이다. 밀렵된 물범은 약제나 박제 등으로 고가에 팔린다. 중국 발해 만에서 태어나는 물범의 절반 이상이 밀렵으로 죽는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에서도 물범을 국가 2급 멸종위기 종으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으나 단속의 손길이 멀기 만한 실정이다.
또한 백령도 물범은 백령도 주민들과 마찰이 심하여 미래가 불안하다. 물범은 고기잡이 어선과 전복, 해삼 등의 양식장에도 많은 피해를 주고 있다. 물범이 통발과 그물에 잡힌 고기와 양식장의 해산물 등에 사정없이 먹어치우기 때문이다.
정부에서는 백령도의 물범을 보호하기 위해 백령도 일대의 바다 일부 해역을 보호구역으로 지정하려고 한다. 이에 어민들은 “물범 때문에 조업도 못하고 그러면 고기만 길러 중국어선에게 다 주는 꼴”이라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한편 2007년 여름 멸종위기에 처한 백령도 물범은 강릉 경포 앞바다 인근 바위에서도 발견되어 동해안에서도 물범 서식이 가능함을 확인하였다. 물범은 종의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 생물학적, 환경적 가치가 매우 크기 때문에 1982년 천연기념물 제331호(물범)로 지정되어 보호, 관리되고 있다. 물범이 이동하는 경로에 있는 한국, 북한, 중국 삼국의 공동보전대책이 시급히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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