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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과옛적의 인천이야기

영종도-은혜를 갚은 쥐

by 형과니 2023. 3. 12.

영종도-은혜를 갚은 쥐

인천의관광/인천의전설

 

2007-01-20 00:43:12

 

은혜를 갚은 쥐

 

옛날 영종도 한 마을에 아주 아리따운 아가씨가 살고 있었다. 부모님께 효도하며 마을 사람들에게 상냥하여 흠 잡을 데 없는 마음씨 착한 처녀였다. 어찌나 마음씨가 착한지 어린아이는 물론이요 하찮은 동물들에게조차도 함부로 대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처녀가 저녁상을 치우고 방으로 들어가려 할때였다. 부엌 옆 조그만 구멍에서 쥐 한 마리가 나와 밥알을 주워먹고 있었다. 신기하고 놀랍기도 한 처녀는 밥알을 다 먹고 부엌 바닥을 핥는 쥐에게 밥을 한 술 더 떠 놓았다. 쥐는 고맙다는 듯이 찍찍 거리며 처녀가 더 덜어 준 밥을 먹었다. 그 후부터 처녀는 매일 저녁 상을 치우고 나면 밥을 한 숟갈씩 놓아 주었다. 쥐는 매일 밥을 얻어먹으며 잘 자랐다. 그러던 어느 해 처녀는 그 동네 총각과 정혼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 동네에는 매년 산 속 동굴에다 처녀를 바치면서 제사를 지내는 풍습이 있었다. 동굴에 사는 천년 묵은 커다란 지네에게 처녀를 제물로 바치지 않으면 마을에 재앙이 내린다고 믿었다. 이 동네에는 지네에게 제물로 바쳐진 처녀가 아주 많았고, 때문에 어린 딸을 서둘러 시집보내는 일이 흔했다.

 

그 해에도 동네 사람들이 제비를 뽑아 제물로 바칠 처녀를 결정했는데 마침 마음씨 착한 처녀가 대상이 되었다. 시집도 못 가 보고 죽게 된 처녀의 집에선 걱정이 태산 같았다. 죽을 날을 받아 놓은 처녀는 매일같이 눈물로 밤을 지새웠다. 처녀가 지네에게 제물로 바쳐지게 될 전날 밤이었다. 마지막으로 쥐에게 밥을 주던 처녀는 눈물을 흘리며 혼잣말로 말했다.

 

쥐야, 이제 너와도 마지막이란다. 난 내일이면 지네에게 잡혀죽는 몸이 된단다.”

 

처녀의 말을 알아들었는지 밥알을 주워 먹던 쥐도 눈물을 흘렸다. 그렇게 마지막 밤이 지나고 아침이 밝았다.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고 동네 사람들이 준비한 가마에 올라탄 처녀는 눈물로 부모님께 하직 인사를 드리고 동굴 앞 바위로 향했다. 제사 상을 준비한 동네 어른들은 눈물을 보이면 재앙이 내린다며 우는 처녀를 나무랐다.

 

바위에 도착하자 처녀를 올려 놓고 제사를 지냈다. 마을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어르신네가 나와 하늘을 우러러 말했다.

 

신령스럽고 영험하신 우리 마을의 수호자이신 지네님이시여! 이번 해에도 다름없이 처녀를 바치오니 부디 지난 해와 마찬가지로 풍년 들게 하시고 우리 마을을 보살펴주소서.”

 

이 말이 끝나기 무섭게 갑자기 푸르던 하늘에 천둥 번개가 요란하게 치면서 장대같이 비가 쏟아지는 것이었다. 놀란 마을 사람들은 처녀만 남겨 놓고 모두 도망갔다. 이제 마지막이다 싶은 처녀는 두 눈을 꼭 감은 채 죽은 듯이 누워 있는데 갑자기 동굴에서 천년 묵은 지네가 노란 연기를 뿜어내면서 나오는 것이었다. 거대한 몸집에 꿈틀거리는 수많은 다리들, 노란 연기 속으로 어슴프레 보이는 지네의 얼굴은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무섭고 징그러웠다. 이내 지네는 긴 수염으로 처녀를 휘감아 동굴 속으로 사라졌고 그 순간 처녀는 그만 정신을 잃어 버렸다.

 

그런데 이것이 웬일인가? 처녀가 그 동안 한 숟가락의 밥으로 먹여 키우던 쥐가 처녀를 따라 동굴 속으로 들어간 것이다. 지네가 막 처녀를 잡아먹으려는 순간 쥐는 날쌔게 지네의 몸뚱이에 매달려 온 힘을 다해 물어 뜯었다. 깜짝 놀란 지네는 얼떨결에 처녀를 바닥에 떨어뜨렸다.

 

하늘도 은혜를 갚으려는 쥐의 마음에 감복을 했는지 천년 묵은 지네의 눈에서 뿜어 나오는 광채 못지않게 쥐의 눈에서도 광채가 비쳐 나오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노려보던 끝에 거대한 지네와 조그만 쥐의 격렬한 싸움이 벌어졌다. 쥐는 지네보다 작았지만 날렵하게 몸을 움직였다. 게다가 밥을 주던 처녀를 구해야 한다는 생각에 쥐는 지네와 당당히 맞섰다. 쥐는 죽을 각오로 지네에게 덤비며 자기 몸이 다치는 것을 아랑곳하지 않았다. 밤이 새도록 싸움은 계속되었다.

 

다음 날 새벽 처녀의 주검을 매장하기 위해 동네 사람들이 몰려왔다. 불쌍한 처녀의 죽음을 안타깝게 생각하여 혀를 차며 동굴 안으로 들어선 사람들은 그만 깜짝 놀라고 말았다. 죽은 줄로 알았던 처녀가 멀쩡하게 살아 있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그 곁에는 지네와 쥐가 함께 죽어 있었다. 사람들은 사연을 알고 나서 하찮은 미물에 지나지 않는 쥐가 죽음으로 은혜에 보답한 것을 감탄하며 서로 돕고 사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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