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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과옛적의 인천이야기

강화-죽은어머니가 산아들보다...

by 형과니 2023. 3. 12.

강화-죽은어머니가 산아들보다...

인천의관광/인천의전설

 

2007-01-20 00:49:10

 

 

 

 

죽은어머니가 산아들보다...

 

 

1636, 청나라의 군대가 조선을 침략했다. 인조 임금은 왕비와 왕자들을 강화도로 먼저 피난 보낸 후, 자신은 남한산성을 근거지로 하여 청나라와 대치했다. 그러나 얼마 후 강화도가 청나라에 함락되고 곧이어 인조 임금도 청나라에게 항복을 하고 말았다.

 

이때 많은 사람들이 청나라로 끌려갔고 강화도의 선비 강해수의 가족 세 명도 그 속에 있었다. 강해수의 어머니와 동생 그리고 아들이 청나라로 잡혀간 것이다. 강해수는 가족들에 대한 그리움으로 밤잠을 설치는 날이 많아졌다. 그런데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당시 청나라에서는 외국에서 납치해 온 외국인들을 팔고 사는 노예 시장이 열리고 있었다. 그리하여 이곳의 돈 많은 사람들은 잡혀 온 외국인들을 노예로 사 갔다. 이 소식을 들은 강해수는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그렇다. 나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나의 어머니와 동생, 그리고 내 자식까지 모두 데려오고 말겠다.”

 

노예 시장이 열리는 날이 강화도에도 알려졌고 끌려간 사람들의 가족들은 이 경매에 참여하기에 이르렀다. 강해수도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가족들을 데려오기 위해 집안의 논과 밭을 팔아서 잎담배를 샀다. 당시 만주의 노예 시장에서는 조선의 잎담배값이 비싸기로 소문이 나 있었다. 그래서 두 사람을 데려올 돈으로 잎담배를 사 가지고 가면 세 사람을 데려올 수가 있었던 것이다.

 

강해수는 부푼 마음으로 만주 땅의 심양을 향해 길을 나섰다. 강화도에서 만주의 심양까지 가려면 배를 타고 육지로 나가서 보름 이상을 걸어야만 간신히 도달할 수 있었다. 고생고생 끝에 심양에 도착한 강해수는 그만 실망을 하고 말았다. 자기와 같은 처지의 조선인들이 너나할 것 없이 잎담배를 사 가지고 와 그곳의 잎담배 값이 폭락한 것이었다. 그렇다고 잎담배를 팔지 않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강해수가 잎담배를 팔아서 손에 쥔 것은 겨우 두사람 몫의 돈이었다.

 

강해수는 하늘을 쳐다보며 한숨을 쉬었다. 그가 바라보는 하늘에는 나이 많은 어머니와 동생, 그리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식의 모습이 번갈아 나타났다.

 

이 돈으로 누굴 데려간단 말인가?”

 

그의 고민은 점점 커져갔다. 그러나 강해수는 마음을 가다듬고 가족들이 나오는 시장을 찾아갔다. 거기서 강해수는 하늘이 무너지는 소식을 들었다. 가족들이 납치 당하여 청나라로 오는 도중에 나이 드신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것이었다. 더욱 가슴 아팠던 것은 청나라 상인들이 어머니의 위패를 만들어 놓고 한 사람 몫의 돈을 요구하고 있었던 것이다. 조선 사람들이 조상의 위패를 몹시 중요시한다는 것을 청나라 상인들이 알고, 그 위패를 이용하여 돈을 벌려는 속셈이었다.

 

강해수는 커다란 고민에 빠졌다. 돌아가신 어머니의 위패와 그의 동생과 자식 등 셋 중에 둘을 선택해야 되는 순간이었다. 담배를 붙여 물고 한참을 생각한 강해수는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 어머니의 위패와 동생을 선택한 것이다. 그리고 자식은 머나먼 이국 땅에 홀로 두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물론 그에게도 피를 나눈 자식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중한 존재였다. 그러나 당시 선비가 지녀야 할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가 나라에 대한 충()과 부모에 대한 효()였다.

 

강화도의 선비 강해수는 비록 죽은 어머니이지만 부모에 대한 효를 다하고자 어머니의 위패를 택했다. 그리고 그 어머니의 자식, 곧 그의 동생을 택했다. 자기가 낳은 친자식을 추운 바람이 몰아치는 만주 벌판에 홀로 남겨 두고 돌아와야 하는 가슴 아픈 선택을 한 것이다. 훗날, 이러한 강해수의 지극한 효성이 나라에 알려졌고 그의 집에는 홍살문이 내려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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