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관거리
仁川愛/인천이야기
2007-01-20 00:46:55
격동의 역사 우리곁 묵묵히 지킨 유산
현대화 바람 속 보호의 손길 절실
<공동기획-‘우리문화유산 바로 알고 지키기’>
청관거리
글 · 오은숙
공화춘 건물. 이곳에서 우리나라 처음으로 '자장면'이 탄생했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자생적으로 형성된 차이나타운이 인천에 있다. 원래는 청관(淸館)이라고 불리던 이곳은 중국인 마을로 차이나타운이란 말이 사용된 것은 그리 오래지 않았다. 청관은 자유공원 서남쪽 가파른 언덕 일대에 위치하고 있으며, 해마다 벚꽃축제와 더불어 중국과 관련한 갖가지 행사가 열리는 등 이곳의 역사와 문화를 알리기 위한 축제가 자주 열리고 있다.
패루라는 중국식 전통 문을 지나 중국인 거리에 들어서면 마치 중국에 와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거리 양쪽에는 중국음식점과 중국물건을 파는 상점들이 늘어서 있어 그 거리를 걷노라면 그들끼리 주고받는 알아듣지 못할 말과 서툰 한국말에서 이국적인 느낌은 더욱 강해진다. 현재 중국인 거리는 그다지 넓지 않은 면적이지만 그 속에는 개항 이후 우리나라에 근대문물이 들어오기 시작한 때의 흔적이 분명한 역사적 건축물들이 많이 남아있다.
중국식 연립주택
하지만 차이나타운을 활성화한다는 명목으로 근대 건축물들을 헐어내고 그 자리에 화려한 음식점들이 세트장처럼 들어서 있다. 조계지 계단에는 국적 모를 석등이 들어서고 나지막해 오르기에 만만했던 계단은 급경사로 변해 오르다보면 숨이 턱에 찬다. 더구나 여기저기 홍 등이 바람에 흔들리고 온통 붉은 색 아스팔트로 포장해 버린 길은 보기만 해도 심난하다. 운치있고 소박했던 계단, 생선튀김을 만들어 팔던 그리운 모습들이 사라진 이곳에는 개발의 흔적만이 판을 치고 있는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지켜내야 할 것들이 남아 있다. 비록 문화재로 등록되어 있지는 않지만 근대문화유산으로서 우리가 보존해야할 가치가 있는 건축물들은 자장면을 처음으로 만든 공화춘을 비롯, 현재 해안동성당 교육관으로 사용하고 있는 여성연 영업점 건물과 할머니 한분이 살고 있는 중국식 연립주택, 그리고 그 옆에 있는 조계지 계단 등이다. 조계계단은 지금은 옛 모습을 많이 잃어버린 상태이지만 개항 후 청국지계와 일본지계를 나누는 경계였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치가 있을 것이다. 또한 중국인 절이 있는데 그 분위기가 독특해 우리나라 사찰은 엄숙하면서도 따뜻하고 편안한 느낌이 있는 반면 이곳은 조금 무섭고 두려운 느낌을 준다. 물론 문화의 차이로 그들도 그곳에서는 편안함과 안정을 찾는지도 모르겠다.
위에서 소개한 차이나타운 근대 건축물들은 수 십 년에서 100년 이상을 우리와 함께 했다. 이들은 일제 강점기, 6.25전쟁 등을 묵묵히 지켜보면서 지금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유산들이다. 조계지 계단과 중국인 연립주택을 비롯하여 폐가로 변한 공화춘 건물 등 이 거리에 위치한 근대 건축물들을 우리의 문화유산으로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고 또 그에 알맞은 보존과 활용이 있어야 할 것이다.
* 본 기사는 인천시 인터넷신문과 해반문화사랑회가 인천의 근대문화유산을 바로 알고 지키기 위해 공동기획한 글로 필자인 오은숙 님은 인천근대문화유산지킴이로 활동하고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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