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정서 배려 … 배다리 지켜야
仁川愛/인천사람들의 생각
2008-07-06 14:07:21
"주민정서 배려 … 배다리 지켜야"
유영갑 인천작가회의회장
"글 쓰는 사람들이 한데 나와서 이러고 있는 게 정말 부끄러운 일 아닌가요? 소설 쓰려면 공부도 해야 하고 취재도 해야 하는데 이게 뭡니까."
지난 4일 배다리 산업도로 공사현장. 배다리 산업도로를 반대하며 한 가운데 텐트를 치고 들어앉은 사람은 다름아닌 인천작가회의 유영갑(51) 회장이다.
유 회장은 "작가들이 백주대낮에 길바닥에 이러고 있는 것에 대해 정부는 정말 부끄러워해야 한다"며 "시대착오적인 신개발주의 독재가 서민들을 분노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인천작가회의 얘기를 들으려 했던 기자는 사무실(작가회의는 사실 사무실도 없다)이 아닌 배다리 한 가운데 쳐 놓은 텐트 안에서 말을 나눠야 했다.
마음 착하고 넓은 큰형님의 모습을 한 유 회장의 말씨 역시 차분했다. 그 속에는 날카로운 사회성과 번득이는 이성, 따뜻한 감성이 한 데 녹아있었다.
-인천작가회의가 올해 10주년을 맞았습니다. 성과가 있다면 무엇이고 올해 주요사업이 있다면 무엇이 있는지요.
▲(인천)작가회의가 워낙 역사가 짧거든요. 문민정부 들어와서 투쟁이 많이 약화되고, 그러다보니 작가들이 지역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뭔가 고민하게 되고, 그러다보니 지역에 있는 본회 작가 회원들이 만나다가 지부를 만들어보자 해서 만들었어요. 그래도 인천작가회의가 전국적으로는 일찍 출범한 셈이죠. 처음 출범할 때도 민주화에 대한 부분이 어느정도 일어났다고 봤고 사회적 이슈가 사라지면서 작품에 좀더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자는 뜻이 많았지요. 그러면서 지역사회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뭔가, 민주화사업이든 문화사업이든 활동을 해나가자하는 뜻에서 모이게 된거죠.
성과가 있다면 지역에서 문예지를 만들기가 쉽지 않거든요. <작가들>은 중앙 못지않은 격을 갖추고 있고 지역문인들의 발표지면이 많이 확보돼 있습니다. 처음엔 굉장히 어려웠어요. 연간 2회 내다가 지원금 조금 받으면서 계간지로 바꿨어요. 그러면서 문예지의 품격이랄까 이런 것을 최고 수준을 유지하면서 발행해왔는데 지역문인, 독자, 평단의 좋은 평을 얻고 있어요.
두번 째로는 중앙하고 지역이라는 차이, 갭 이런게 있잖아요. 인천작가회의라는 단체를 통해서 이걸 메꾼거죠. 지역 문인들 사이에서도 어느 정도 성취감 같은 것을 갖게되는 거죠. 그러면서 이 모임을 통해서 작가들간 정보교환이나 친목을 다지는 중요한 공간이 되었어요. 지금은 회원도 많이 늘어났고 지역이라는 특성 때문에 소외됐던 부분을 보완하게 되지 않았나 생각해요. 개인 사회를 넘어서 사회에 대한 관심이거든요. 글쓰는 사람 입장에서는 개인적 열정에서 출발했지만 사회에 기여를 하게 되겠다는 생각을 갖게됐고 지금은 연변쪽 문인들과의 교류도 준비 중입니다.
-성과는 다 말씀하셨나요? 올해 그럼 10주년 맞아 주요사업은 뭐가 있을까요.
▲한국작가회의 전국문학인대회를 하려고 했는데 충북에서 먼저 하겠다고 해서요. 회원들간 화목을 좀더 다져야겠다는게 10년을 기해 점검하는 해가 되지 않을까, 그러면서 우리가 해왔던 일에 대한 점검, 특별히 무슨 행사를 하겠다는 것은 없고 우리 회원들이 모여서 내실을 다지고 우리의 힘을 점검하고 전망에 대해서 토론을 해보고 하는 시간을 만들어볼까 합니다. 지금도 한 달에 한 번은 이사회 겸 회원의 날로 정해 만나고 있어요. 계간지 <작가들>은 따로 조직이 구성돼 있습니다. 편집위원회가 따로 있는거죠.
-<작가들> 제작에 지원금이 부족하신가요.
▲물론입니다. 그래서 지원을 늘려달라는 면담신청을 했는데 조금 기다려 달라는 연락을 받은거 같아요. 굉장히 열악해요, 사무실이 없어 남의 사무실에서 더부살이하고 있어요.
-아까 문학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내면풍경을 묘사하는 것이다, 그리고 주변과 세계를 바라보는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영상에 밀려서 문학의 위기라는 생각은 안 하시는지요.
▲글쎄요, 저는 위기라고는 보지 않습니다. 단지 창작하는 사람이 어떠한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고 어떻게 작업하느냐가 문제이지, 위기는 항상 있었다고 보여져요. 그 때마다 열정적으로 작업을 해왔던 선배 작가들에 의해서 문학이 계속 이어져 온거죠. 지금 이 시점에서도 그게 꼭 위기로만 봐야할 것인가 고민해야 할 것 같아요. 저는 단지 작가가 자기 세계관을 어떻게 표현해내느냐가 중요한거지요. 물론 시대적상황도 고려해야 하지만 영상매체도 기본적으로 문학적소양이 바탕을 이루지 않으면 허약해질수밖에 없다고 보거든요. 그래서 문학적 성취도가 있는 상태에서 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차이가 있다고 보여져요. 근데 요즘 젊은이들은 좀, 열정이라고 보면 좋겠지만 객기 같은 것을 부리다보니까 문학을 무시하는 경향도 있겠지요. 문학을 하든 영상매체를 하든 멀리 못 간다는 거예요. 기초적인 어떤 토대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멀리 갈 수는 없다는 거죠.
-우리가 문학을 논할 때 형식이 중요하다 내용이 중요하다 이런 얘기가 있습니다. 또 지금 이 자리에 계신 것처럼 배다리산업도로 문제가 인천의 큰 현안이잖아요. 인천의 상징적인 사건인데 작가회의가 참여하고 계십니다. 순수문학을 하면서 현실참여도 하시는 것 같은데요.
▲저는 형식이나 내용이 따로 떨어져 있는거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리얼리즘이든 모더니즘 어쨌든 인간에 대한 이야기니까요. 창작자는 무엇이건 쓸 뿐이지, 평가는 독자가 한다고 봐요. 단지 창작자에 따라서 내용이 더 강조되거나 형식이 더 강조되는 경우가 있다는 거죠.
-회장님께서 좋아하는 선배가 있다면요.
▲저는 시 쓰시는 분으로는 신경림 선생님을 좋아하구요. 소설은 여러분 계십니다. 강태열 선생님은 한 길로 오셨다는 점이 존경스럽니다. 요즘 사람들은 너무들 물질에 치우쳐 있어요. 문학은 사실 물질하고는 거리가 먼 분얀데, 물질을 좋아하면 강태열 선생님처럼 외길로 가기가 어렵죠.
-문학을 하며 먹고사는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요.
▲너의 삶에서 어떤 것이 보다 중요한가라고 묻고 싶습니다. 한 사람의 가치관이라고 볼 수 있는데 가치기준을 어디에 둘 것인가가 중요해요. 또 내가 가난하다는 것은 상대적 개념이지요. 상대적으로 비교하면 한없이 가난할 수도 있지요. 문학을 하려면 좀 느긋한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물론 좀 힘들죠. 한 평론가가 말씀하셨는데 모든 작품이 다 소중하다는 거예요. 이 작가가 이 작품을 썼을때는 가장 벼랑끝에 섰을 때 썼을 거라는 것이지요. 그렇지 않으면 좋은 작품을 쓰지 못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문학을 한 인간의 삶이나 한 인생에 대한 본질탐구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럼 본질을 탐구하는 사람은 그냥 그렇게 쉽게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거든요. 될 수도 없고. 이건 뭐 문학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에 적용되는 진리일 겁니다. 돈 버는 것도 마찬가지요.(웃음) 요즘 인간극장을 보니까 2억을 버는데 치열하게 살더라구요. 그렇게 치열하지 않으면 2억은커녕 2천만원도 못 버는 거죠. (웃음을 터뜨리며)그렇게 해야 겨우 한 가지를 얻는 거예요. 전부도 아니고. 저도 끝까지 갔을 때 만나는 희열이 있는데 이건 물질과 비교할 수 없는 겁니다.
-지금 이 자리에 계시니까 배다리 산업도로에 대해서 물어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미 공사비가 900억원이 넘게 들어갔다고 하는데 이 뜨거운 감자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없을까요.(이 질문을 하자 유 회장의 목소리가 커졌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대결구도가)거대자본과 힘없는 서민이잖아요. 우리 사회의 정치적민주화는 어느 정도 획득했다고 보여지는데 이런 사업을 민주적으로 했는가 하면, 절대 그렇지 않거든요. 이것은 절대 국민을 위한 정치가 아니잖아요. 1%를 위한 정치다 라는 얘기가 나오잖아요. 옛날엔 5% 그랬거든요. 그것은 우리 나라 5% 국민이 80%의 땅을 차지하고 있다잖아요. 장관이라는 사람이 땅과 집을 몇 개씩 가지고 있고, 정말 그렇다면 이 공사는 몇 %를 위한 사업인가 고민해야 할 것 같아요. 주민정서는 하나도 배려하지 않은거죠. 가진 사람들은 잘 몰라요. 이 지역에 수십 년간 살면서 지내온 사람들의 정서를 몰라요. 그것은 단순히 거주를 이전하는게 아니고 삶의 뿌리가 뽑힌다는거거든요. 그런데 이를 겪어봐야 되는데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는 겁니다. 배다리 산업도로는 가진자를 위한, 1%를 위한 논리라는 겁니다. 독재, 물질만능주의, 신자유주의에 의한 하나의 형태라고 보여져요. 거대 자본, 거기에 의해서 공무원이나 정치하는 사람들이 같이 진행하는거, 그런 내용이라고 봐요. 진짜 서민을 위한 정치를 해야되는데 1%를 위한 정치, 5%를 위한 사업은 지양돼야한다 그런 입장이죠.
강화도가 고향인 유 회장은 현재 내가저수지가 있는 고천리에 살고 있다. 아직 독신인 유 회장은 "고향에 뭍혀 소설만 쓰다보니 그렇게 됐다"며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 주세요"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 회장을 맡았으며 앞으로 2년간 작가회의를 이끌 예정이다.
/글=김진국·사진=박영권기자 blog.itimes.co.kr/py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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