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지마와 경제특구
仁川愛/인천이야기
2008-07-03 11:31:53
데지마와 경제특구
일본 나가사키를 여행하면 데지마(出島)라는 역사유적지 방문을 빠뜨릴 수 없다. 일본이 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근대국가가 된 데에는 이곳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 이곳은 지금으로 말하면 무역을 위한 특구지만 곰곰히 생각해 보면 단순한 상거래 지역 이상의 역사적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일본이 처음 서양과 접하게 된 것은 우주선 발사기지로 유명한 큐슈 남쪽의 타네가시마에 포르투갈인들이 들어오면서 부터이다. 이들이 가져온 서양문물 중에 조총의 유입은 우리나라에 임진왜란으로 이어지는 고통을 주기도 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그 당시 지배세력인 에도막부에 유리하게 작용한 서양의 선진 물질문명만 들어온 것이 아니라 일본의 봉건제에 배치되는 기독교의 평등사상도 함께 들어온 것이다.
이러한 기독교의 전파에 위협을 느낀 에도막부는 이들의 감시와 통제에 용이하도록 이들을 수용하기 위해 바다위에 5천 평 규모의 인공섬 데지마를 건설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 후 기독교인들이 주축세력이 되어 기독교탄압과 폭정에 항거하며 일어난 시마바라의 난을 계기로 포르투갈 인들이 그곳에서 추방되고, 이 틈을 타서 인근에 있던 네덜란드 상관이 에도막부가 싫어하는 기독교전파를 안하고 교역만 한다는 조건으로 입주하여 200여 년간 상주하면서 발전된 서양문물을 전파하는 가운데 양국이 실리를 챙겨왔다.
여기서 특히나 지금 우리나라는 여러 분야에서 외래객 만족도가 매우 낮아 경쟁력이 날로 떨어지면서 해결의 중요한 실마리를 찾고 있는 가운데, 서양과 체제를 완전히 달리하는 일본이 데지마를 활용하여 근대국가로 발전시키는 일연의 과정에 대한 의미를 새삼스럽게 생각케 된다.
서양 상인 네덜란드와 아시아의 봉건국가 일본은 데지마라는 제한된 특구를 통해 서로가 원하는 것은 했고, 원하지 않는 것은 하지 않았다. 일본이 원하는 것은 서양문물이었고, 싫어하는 것은 체제 전복으로 이어질 수 있는 기독교 사상의 전파였다. 그리고 네덜란드 입장에서는 무역을 통해 수익을 내면 그만이었다.
이러한 사례로부터 관광이나 경제적인 분야에서 오늘날의 특구를 생각한다면 '그들은 무엇을 원하는가' 와 '우리는 무엇이 필요한가' 를 생각해 보면 우리의 특구가 가야할 답이 비교적 쉽게 나온다.
경제특구라면 투자 자율성이 인정되며, 이익송금 보장, 저렴한 세금, 유리한 합작조건 등일 것이다. 여기서 또 하나의 특구가 있는데, 그것이 관광특구라면 현재도 제도상으로는 존재하면서 유명무실하게 운영되고는 있다. 그리고 그 내용을 보면 약간의 규제완화 정도가 주를 이루며, 특구제도 운영에 의해 목적지의 매력도가 향상된 점은 찾아보기 힘들다.
우리가 문제 삼는 외래 관광객 만족도가 낮은 이유로는 '볼 것'이 없으면서 '비싸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그리고 항상 덤핑가격이 문제가 된다는 것은 정상적인 가격으로는 한국을 목적지로 하는 패키지 판매가 어렵거나, 아니면 제 가격 내고는 올 만한 곳이 못된다고도 해석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진정으로 양자에게 원하는 바를 해결해 줄 수 있는 관광특구의 존재와 운영이 필요하다.
데지마도 그러했고, 사회주의 국가의 경제특구도 그렇지만 쉽게 나오거나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 하지만 그 특구내부는 기존의 세계에서 볼 수 없는 너무나 다른 풍경과 제도를 갖춘 곳이다. 일탈이 인정되는 게토(ghetto)라고 할 수 있다.
이제는 관광에 있어서도 소비자의 눈이 매우 높아졌고, 대량수송 체제하에서 국제적 경쟁도 첨예해지고 있다. 따라서 기존 자원에 덧칠을 하는 식의 자원창출로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우며, 우리 지역에서 의미를 두고 있는 소규모 자원의 조합에 의해서도 먼 곳의 손님을 끌기에 부족하다.
인천의 미래, 특히 특구와 관련지어 생각하기에 적합한 곳으로 송도와 영종도가 있다. 이곳에 가게 되면 마음이 답답해지는 기존의 상식을 완전히 탈피한 '천지개벽'을 관광분야 혹은 여타의 경제 분야에서도 접하게 되어 국제적으로 주객이 만족할 수 있도록 기대해 본다.
/김진수 경인여대 관광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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