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인천의 섬

강화 석·비도

by 형과니 2023. 5. 10.

강화 석·비도

仁川愛/인천이야기

2008-07-18 22:02:28

 

·비도

 

2008417일에 찾은 강화군 민통선의 무인도는 온통 잿빛이었다. 검은 빛의 가마우지와 순백의 저어새와 노랑부리백로, 여기에다 그 둘을 포갠 듯 회색의 괭이갈매기까지풀 한포기 제대로 자라지 못할 두 쪽의 바위섬은 희귀 새들의 낙원이었다.

우뚝 솟은 바위의 꼭짓점에서 세상을 내려다보듯 햇살을 탐하는 한량인 놈들, 바지런히 나뭇가지를 물어다가 둥지를 틀며 산란준비를 하는 개미파 녀석들, 애써 지은 남의 집에 엉덩이를 들이밀었다가 집주인의 호된 반격에 힘에 부친 듯 냉큼 지푸라기 한 가닥을 물고 꽁무니를 빼는 얌체족, 그곳도 인간사와 크게 다를 것이 없는 세상사의 한 부분이었다.

 

인천시 강화군 서보면 말도리 산 89의 비도(2380)와 소속한 리()만 다를 뿐 바로 옆인 서도면 주문1리 산 3의 석도. 역시 1999년 남한에서 처음 확인된 저어새의 번식지다웠다. 문화재청이 지정한 천연기념물 205호이자 세계적으로 1200마리밖에 없어 환경부가 멸종위기야생동물로 지정한 저어새가 그곳에서는 어디에서든지 흔히 볼 수 있는 참새나 양비둘기 등 잡새만큼이나 수두룩했다. 남해안의 대표적인 괭이갈매기 번식지 천연기념물 335호 홍도를 이곳에 옮겨놓은 듯 했다.

 

20075월 자연환경조사에서 환경부 한강유역환경청은 비도에서 저어새 150쌍이 번식하는 것을 확인했다. 세계 최대 규모라는 게 당시 조사에 참여했던 전문가들의 얘기였다.

 

그 전까지만 해도 국내 최대 저어새 번식지는 경기도 김포시와 북한 개풍군 사이의 비무장지대 유도’(留島)로 알려졌었다.

 

전문가들은 저어새가 잦은 홍수로 서식환경이 떨어진 유도를 떠나 강화도 서도면 일대의 무인도로 날아든 것으로 추정했다. 실제 지난해 4월에 이어 지난 4월에도 수리봉(강화군 서도면 아차도리 산50)에 저어새 8마리가 서식하는 것이 확인됐다.

 

희귀조류가 빚어낸 별천지, ·비도를 지켜보면 볼수록 더 해가는 궁금증을 참을 수 없었다. ‘바로 저 건너편이 북한 땅인데, 그곳에는 노랑부리백로, 괭이갈매기의 집단 서식지가 없을까?’ 날개 달린 짐승일진데, 서식 여건도 북한 해주의 갯벌과 별반 다른 게 없을 터인데, 필시 북녘에도 이 희귀조류들의 터전이 있으리라!

 

분단 55년은 짐작만할 뿐 당최 알 길이 없는 불통(不通)’의 장막으로 작동하고 있었다. 남북한 간 소통의 수단으로 인천만 접경연안이 등장한 것은 2000년대 초로 진작부터 있었던 일이다. 그 매개는 민족공동 자산인 건강한 생태계와 뛰어난 환경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서해연안 접경지대였다.

 

사실 이곳의 환경과 자원을 조사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함부로 출입할 수 없는 금단의 지대인데다가 북한이 연안 환경상태에 대한 자료를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환경성을 분석하는 잣대도 남북이 서로 달랐다. 남한은 다목적으로 이용 가능한 수질을 화학적산소요구량(COD)기준으로 1~2ppm을 설정하고 있지만, 북한은 남한의 항만용수에 해당하는 3~4ppm으로 설정하고 있다. 여기에 남북은 서로 다른 법과 제도를 갖고 인천만 접경연안을 관리하고 있다.

 

이 모든 것들이 남북이 서로 만나 대화할 수 있는 계기로 삼을 수 있는 거리들이다. 다행이 북한도 1963년 국제자연보호연합(IUCN)을 비롯해 13개의 국제환경협약에 가입했다. 국제기구를 활용한다면 소통의 틈은 충분하다. 남북한의 환경자료와 생태계현황, 보호구역지정현황, 수산자료 생산량 등을 종합할 때 인천만 접경연안은 해양관광과 레저, 수산자원 생산단지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 남북이 상생의 길을 모색할 수 있는 희망의 바다인 셈이다.

 

 

 

 

 

세계사는 일찍이 경험했다. 갈등과 분쟁을 넘어 평화와 협력으로 승화시킨 요르단과 이스라엘 접경연안이 그것이다. 지난해 11월 남북 총리급이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조성에 의견을 같이하고도 좀처럼 앞으로 나가지 못하는 남북관계의 현실을 찬찬히 곱씹어 볼만한 대목이다.

 

=박정환·조자영기자 hi21@i-today.co.kr

사진=안영우기자 dhsibo@i-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