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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이야기

만국공원을 보는 시선들

by 형과니 2023. 5. 11.

만국공원을 보는 시선들

仁川愛/인천사람들의 생각

2008-07-30 10:38:41


만국공원을 보는 시선들


만국공원 복원사업이 재검토된다. 인천시의 도시재생사업 가운데 하나가 방향을 선회하게 됐다. 시는 자유공원 안에 근대건축물을 세우는 것이 아닐 뿐, 일정 부분 유효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자유공원을 역사코드로 리모델링하겠다는 계획은 수포로 돌아간 셈이다.


만국공원 복원사업은 지난 2003년 중구가 자유공원에 테마파크를 만들겠다고 발표하면서 문화계 일각에서 거론되기 시작했다. 특히 맥아더 장군 동상 주변에 군함모형의 조경을 설치하는 등 자유공원이 ‘전쟁기념물’로 바뀔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전쟁의 희생도시였던 인천이 또다시 전쟁을 기릴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지난 2006년 지방선거 때 한나라당 안상수 후보는 물론 진보를 표방하는 민주노동당도 ‘만국공원 복원’을 공약으로 내세우는 등 유례없이 ‘좌’와 ‘우’가 이 사업을 지지했다. 그 속내야 달랐을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보수진영 일각에선 복원사업이 ‘맥아더 동상’을 없애려고 하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 있었고, 일부 시민단체는 이념의 대립공간으로 전락한 자유공원에서 동상을 이전할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또한 복원사업이 제국주의 시대로 되돌아간다는 지적과 짝퉁건물을 짓는 것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자유공원을 보는 시선들이 복잡해졌다. 문제는 이 사업이 ‘도시재생사업’ 차원에서 추진됐지만, 도시개발사업으로 비쳐졌기 때문이라는 측면도 있다. 재생사업은 선진국의 사례를 비춰본다면 수십년 이상 공을 들이게 마련이다.


만국공원과 함께 재생사업 범주에 가정오거리, 경인고속도로 직선화, 도화구역, 동인천역·인천역·제물포역, 가좌IC주변, 숭의운동장 등이 묶였지만, 역사와 문화를 전제로 하는 재생사업은 사실 만국공원이 유일하다. 여타 사업에 주민민원이 드센 데 비해 복원사업에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컷던 것도 이 때문이다.


만국공원∼자유공원으로 이르는 기간은 인천은 물론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역사적 장면들을 담고 있다. 복원사업이 방향을 틀고, 유예된 만큼 이 과정에서 버릴 것과 가질 것을 구별해 낼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