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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이야기

지명위원회

by 형과니 2023. 5. 12.

지명위원회

仁川愛/인천이야기

2008-08-03 14:47:35


지명위원회

지명의 명명(命名)은 당대의 철학적, 정치적, 사회적 가치관과 깊은 연관이 있다. 우리 고장은 미추홀, 소성현 등을 거쳐 고려시대 때는 인주(仁州)라 했는데, 그것을 느닷없이 인천(仁川)으로 바꾼 이는 조선 제2대 왕 태종이었다.

강이나 내(川)를 끼고 있는 전원 지역이 아님에도 '천(川)' 자를 지명으로 삼은 것은 중국식(中國式) 개명이었는데, 이는 권력 기반이 취약했던 데 따른 것이었다. 대중 유화 제스처의 산물이 '인천'이란 지명임을 생각하면 씁쓸해진다.

일제 강점기 때도 인천의 지명은 유린당했다. 일제는 인천의 곳곳에 쇠말뚝을 박듯 '일본식 지명'을 붙여나갔다. 명치정, 대정정, 소화정은 물론이고, 육군 대장, 해군 제독, 군함 이름 등 군국의 화신들을 모두 지명으로 불러냈다.

그 대표적인 것이 독도의 일본식 옛 이름인 '송도(松島)'다. 청일·러일전쟁에서 승리한 군함이 '송도호'이고 그 전승을 기린다며 '인천부 원우이면 동춘리'를 '송도정(松島町)'이라 했던 것이다. 지명상 인천은 '군국(軍國)의 도시'였다.

광복 후 인천시지명위원회가 서둘러 손을 본 것은 왜색 지명을 우리 식으로 바꾸는 일이었다. 그 때 '송도정'이 '동춘동'으로 환원됐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연수구지명위원회는 그 같은 개명 과정을 모른 채 큰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제국주의 망령인 '송도'를 되살려내 21세기 인천의 운명이 달린 신도시의 이름으로 정했던 것이다. 독도를 둘러싼 미국 지명위원회의 행태를 용납할 수 없듯이 '송도 신도시'란 명칭 역시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나라 안팎의 지명위원회가 목하 우리의 역사적 자존심을 짓밟고 있는 것이 이 시대의 어이없는 풍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