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강장 고급화
인천의문화/오광철의전망차
2008-09-18 01:18:35
승강장 고급화
K역전 버스 승강장에 매일 아침 벤치에 앉아 있는 할머니 한분이 계시다. 어쩐 일이냐며 여쭈면 등교하는 학생들이 보기좋고 질주하는 많은 차량이 신기하기 때문에 시간 맞춰 나온다고 하신다. 그런가 하면 시내버스 시발점에서 종점까지 노선별로 모두 승차해 보았다는 노인도 있다. 일회 요금이면 아무리 장거리라도 갈 수 있고 할일 없으니 그럴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인천시내에 버스 노선이 몇이나 되며 승강장은 몇곳이나 될까. 전노선을 승차했다는 노인도 그것까지 세워보지 않았을 게다. 아무튼 시내에는 버스승강장이 많다.
그런 승강장들이 최근 여러가지로 디자인되어 보기에 산뜻하다. 하늘색 유선형의 시원스런 지붕과 투시형 유리벽에다 야간에는 밝게 불도 밝힌다. 노선별로 지도가 걸리고 예정도착을 알리는 시간표도 있어 여간 편리하지가 않다. 승차할 버스가 어디쯤 오고 있으며 몇분쯤 걸리겠다는 시간을 정확하게 알 수가 있다.
그러나 그런 승강장은 중심가에나 있다. 대부분의 승강장은 겨우 벤치 하나에 비바람 막이가 되어 있을 뿐이다. 아예 그것조차 없이 달랑 표지판만 서 있기도 하다. 그리고 그런 곳에는 젊은이들이 군것질한 쓰레기와 낙서로 지저분하다. 기다리기 무료하여 물고 있던 담배꽁초와 음료 빈통도 널려 있다.
특히 문제는 대형차들의 주정차이다. 분명 버스 정류장이라는 표기가 바닥에 쓰여 있는데도 장시간 진을 치고 있다. 운전자의 무신경과 질서의식 결여가 역력하다. 이런 폐단을 해소하기 위해 2006년 말 버스 승강장에 레드존을 설치한다는 보도가 있었다. 몇곳을 시범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 붉은색 바닥의 승강장을 몇곳에서 볼 수 있는가.
그런데 서구청사 정문에 다기능의 고급스런 승강장이 등장했다고 한다. 자동으로 냉난방문이 열리고 음료수 자판기에 ‘양심도서관’이라는 책장이 갖춰져 있다고 한다. 설치비가 기존의 배요, 월간 운영비가 10만~15만원 정도인데 이것은 승강장 광고판 광고료로 충당될 수 있다고 한다. 아시안게임 대비라고 하는데 변두리의 열악한 승강장부터 손보는 것이 일의 순서겠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