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검도 뱃길
인천의문화/오광철의전망차
2008-10-11 20:37:08
서검도 뱃길
강화도는 옛날 한양길의 관문이었다. 모든 배들이 한강을 거슬러 들어가기 위해서 강화도를 거쳐야만 했다. 서구 세력이 밀어올 때도 그들은 강화도로 몰려들었다. 이보다 오랜 시절에도 그랬었다. 그 흔적이 지금도 강화도 남단에 남아 있다. 동검도와 서검도라는 이름의 두 섬이니 동검도는 동쪽에 서검도는 서쪽에 있는 검문소라는 뜻이다.
옛날 중국 사신이나 상선이 한양으로 들어가기 위해선 반드시 강화도의 염하나 조강을 통해야 했다. 교동도와 조강을 지나는 강화도의 서쪽 뱃길은 서검도에서 그리고 동쪽 초지와 갑곶나루를 통하는 염하 항로는 동검도에서 검문을 받은 후 한강으로 들어섰다. 그런가 하면 조선조말 기독교 선교사들의 잠입을 막기 위해 검문소가 있었다는 설도 있으나 신빙성은 희박하다.
동검도는 본섬 동남단의 가천의과대학이 위치한 ‘택이’ 나루에서 불과 200m 거리요 간조때 펄로 건널 수 있었는데 지금은 석축 제방이 연결되어 있다. 이에 비해 서검도는 이름 그대로 낙도 중의 낙도이다. 본섬 외포리에서 다시 선편으로 석모도를 거쳐 더 서쪽에 있기 때문이다. 강화 본도에서 34㎞ 석모도에서도 8㎞ 떨어져 있다. 주위에 석모·교동·볼음·주문도와 같은 섬들로 둘러싸여 해상교통의 중심지요 어업전진기지였으며 지금은 북한의 연백이 지척에 있다.
그러니 한때 접적지역이라고 해서 출입에 제한을 받았다. 육지와의 연락이 빈번할 리 없어 슈퍼도 없고 식당도 없다고 한다. 주민수도 적어 40여가구에 80명 정도라고 하니 짐작컨데 한집에 두사람이 사는 노인가정들일 듯하다. 연근해에 병어·숭어·새우·꽃게가 잡힌다고 하는데 주민의 절반이 농업에 종사하고 있다고 한다. 근래 낚시터가 있어 육지 손님들이 더러 찾는다.
10월부터 석모도에서 미법도를 거쳐 서검도에 이르는 여객선의 막배 운항시간이 30분에서 한시간 연장운항한다는 보도이다. 본섬에서 생업을 마치고 돌아가는 주민의 편의를 위해서라고 한다. 그러나 진정한 주민 편의를 위해서라면 도서 간의 교량가설이 우선이다. 남해 다도해에는 도서를 연결하는 교량이 많다.
물이차면 '섬', 물이 나가면 '육지'
모든 배들은 검문을 받으라!
‘이봐라, 모든 배들은 이쪽 동검도에서 검문을 받도록 하여라!’
강화도는 11개의 유인도와 18개의 무인도로 구성되어 있다. 이중 동검도는 강화 동남방에 위치하고 있는 섬으로 옛날에 남해상에서 강화, 김포해협을 거쳐 한강을 통하여 서울로 진입하는 모든 배들을 검문하던 곳이다. 반대로 강화도 서쪽에서 검문을 하던 곳은 서검도로 석모도 남쪽에 위치하고 있으며 배를 2번 갈아타고 들어가야 한다.
겨울의 마지막 문턱에서 강화도는 봄기운을 조금이라도 일찍 느껴보려는 여행객로 북적인다. 여행객들은 이미 잘 알려진 전등사, 석모도, 마니산 등등을 떠올리지만 동검도는 전혀 생소한 곳으로 가족 단위로 꼭 한번 들려볼만한 여행지이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강화 본도와 동검도는 징검다리로 연결되어 바닷물이 들어오면 배로, 물이 나가면 징검다리를 이용해 진입하던 가깝지만 외딴 섬. 그래서 정작 강화 주민들도 못 가본 이들이 많다.
이곳에 가려면 강화대교나 초지대교를 건너면서 모두 해안도로를 이용해야 한다. 해안도로를 타고 가천의대 이정표에 따라 달리다보면 좌측에 요즘 보기 힘든 승마장이 있다.
시간이 있다면 잠깐 말 한번 타고 신나게 해변을 달려보자. 아이들도 문제없다. 3살 이상이면 거뜬히 승마를 즐길 수 있도록 모든 안전장치가 되어 있고 쥔장이 함께 도와준다.
세월이 흘러 지금은 자동차로 아무 때나 갈 수 있으니 섬이 아니라 육지라고 해야 어울릴 듯싶지만 막상 섬에 들어가면 상황은 완전히 바뀐다. 좁은 연육교를 거쳐 동검도에 닿으면 바다 냄새, 섬 냄새가 물씬 풍긴다. 정적이 감돈다.
드라마 ‘오남매’의 촬영지였던 동검도는 택이포구와 동검포구 등 2개의 포구를 가지고 있으며 고려~조선시대 외침에 대비하기 위해 쌓은 돈대도 있는 작은 섬이지만 초등학교까지 있었던 것으로 보아 얼마전까지만 해도 민가가 꽤 있었던 것 같다. 이 학교는 지금은 폐교되어 썰렁하게 먼 바다를 지키고 있다.
동검도 입구 삼거리에서 어촌체험 이정표를 따라 좌회전하여 비포장 산길을 넘어가면 갯벌장어 양식장과 함께 좌측에 동검포구가 있고 갯벌과 영종도 그리고 영종대교가 다정하게 한눈에 들어온다.
동검포구의 선착장은 끝이 안보일 정도로 길다. 좀 과장한다면 100여미터는 족히 될 듯싶은 것은 그 만큼 갯벌이 발달되어 있다는 증거다. 아이들과 함께 선착장 끝까지 걸어봐도 좋겠다.
승용차는 포구에서 다시 되돌아 가야한다. 길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튼튼한 차라면 문제없이 동검도를 한바퀴 회주할 수 있다. 선착장에 차를 세워놓고 걸어서 돌아도 무리는 없다. 10분 정도면 되니까.
갯벌에는 물이 들어오기를 기다리는 어선들이 걸려 있다. 배들은 무인도인 동그랑섬과 어우러져 한폭의 그림을 연상하게 한다.
갯벌이 바닷물을 자주 만나지 못하는 곳에는 어김없이 갈대가 무성하다. 수 천여평에 이를것 같은 갈대밭은 또 하나의 추억으로 오래도록 남는다.
바다와 접해있는 야트막한 산들은 여름에 그늘을 만들어 주기에 부족함이 없을 듯싶다. 물론 나무 밑에 넓은 공터들이 얼마든지 있어 도심에서 지친 몸을 숲 속에 뭍고 먼 바다를 내려다보며 자연과 함께 모든 근심을 삭힐 수 있다.
나가는 길로 가천의대 앞에는 선두선착장이 있다. 이곳에서 어민들은 직접 잡은 생선을 판매하고 회를 좋아한다면 싱싱한 자연산 회를 아주 저렴한 가격에 맛 볼 수 있다.
맛있는 식사를 마친 후 그냥 직진하여도, 오던 길로 되돌아가도 강화도를 빠져 나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