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항 갑문타워 24시
仁川愛/인천이야기
2008-09-21 23:13:23
수만리 바닷길 … 그 기나긴 여정의 시작과 끝 안전지킴이
선박 입출항때 수위조절 등 점검
태풍 불거나 파도 거세면 초비상
고공 40m 근무 … 주 2일정도 밤새
인천항 갑문타워 24시
수만 해리 물길을 가르고 인천을 찾은 배들에게 인천항 갑문은 휴식처로 들기 위한 마지막 관문이다.
배가 인천항 갑문을 지나는 것은 비행기 이·착륙과 같다. 기나긴 여정의 시작과 끝이자, 사고 위험이 가장 큰 순간이기 때문이다. 인천항 갑문타워는 공항의 관제탑처럼 갑문을 지나는 선박을 통제하는 곳이다.
이 곳에서 선박을 관제하는 인천항만공사 직원들을 만나봤다.
▲인천항 갑문
인천 앞 바다는 조수간만의 차가 9~10m에 달한다. 이 때문에 간조때 물이 빠져 수심이 낮아지면 인천항에 대형 선박이 접안할 수 없다.
수면 아래 10m 가까이 잠겨 있는 대형 선박이 접안하려면 항만은 항상 일정 수위를 유지해야 한다. 인천항 내항은 조수간만의 차를 극복하기 위해 물을 가둬 만든 갑문식 도크항이다. 갑문은 내항과 외항을 이어주는 관문 역할을 한다.
인천항은 현 중부소방서 앞 내항 1부두 자리에서 1911년 6월 축조와 선거 설비 공사를 시작한 인공 항만이다. 공사 12년만인 1923년,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 갑문시설인 제1선거가 완공됐다.
이후 인천항은 1966년부터 1974년까지 최대 5만톤급 선박이 접안할 수 있는 제2선거를 만들면서 동양 최초, 전 세계 여섯번째 갑문식 항이 됐다.
갑문은 배가 들어가는 갑거와 물을 막는 갑문 본체, 물을 넣고 빼는 취·배수문 등으로 구성돼 있다. 현재 인천항엔 5만톤급 갑문과 1만톤급 갑문이 있다.
길이 436m, 폭 36m에 달하는 5만톤급 갑문은 1~5만톤급 배들이 이용한다. 배 한 척이 갑문을 통과하는데는 총 37분이 걸린다. 배가 갑거에 들어오는데 10분, 문을 닫는데 5분, 수위 조절에 10분, 다시 문을 여는데 7분, 배가 나가는데 5분이 걸린다. 수위차가 적을 땐 수위 조절 시간이 줄어 5분 정도 일찍 끝난다.
길이 326m, 폭 22.5m의 1만톤급 갑문은 1만톤 미만의 배들이 다닌다. 규모가 작아 문을 닫는데 4분, 수위 조절에 7분, 문을 여는데 5분 걸린다. 1만톤급 갑문을 지날 땐 5만톤급 갑문보다 6분 정도 빠르다.
갑문은 두개의 갑거에 외측 갑문 본체 2련, 내측 갑문 본체 2련씩 모두 8련이 있다. 갑문 본체는 외측과 내측 각 1련 씩만 사용하지만 고장이 생길 때를 대비해 1련씩 더 만들었다. 좌우로 움직이는 갑문 본체는 무게만 1천50톤에 달한다. 5만톤급 갑문의 갑문 본체는 두께가 8.3m에 달해 그 위로 차가 지나갈 수도 있다.
인천항 갑문타워.
▲갑문타워
높이 40m의 인천항 갑문타워에 오르면 인천항이 훤히 내려다 보인다. 바로 앞 5부두에 줄지어 서있는 자동차들이 손톱만해 보이고 멀리 제2여객터미널의 1만2천톤급 여객선도 장난감 같다.
반대쪽 바다로 눈을 돌리면 인천 앞바다를 바삐 오가는 배들과 인천항에 들어오려 기다리는 커다란 선박도 한 눈에 들어온다.
갑문은 하루 24시간 쉬지 않는다. 하루 평균 30척의 배가 정해진 시각에 인천항을 드나들기 위해선 갑문타워와 도선사, 예선 등이 손발을 맞춰야 한다.
갑문타워 관제 업무는 2명씩 4개조가 24시간 번갈아가며 근무한다. 육체적으로 힘들진 않지만 배가 드나들 때마다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하고 일주일에 이틀 정도는 밤을 새운다.
▲배가 항으로 들어오기까지
18일 오후 5시, 인천항 갑문 1만톤급 갑거에 중국 국적의 2천600t급 화물선 YUE CHENG호가 들어왔다. 큰 배는 아니지만 당직 근무자 모두 긴장하는 눈치였다.
예선의 도움을 받은 배가 천천히 갑거에 들어오는데 10분이 걸렸다. 얼핏 봐선 거북이 걸음으로 천천히 움직이는 모습에서 긴장감을 찾아 볼 수 없지만, 이 시간 갑문타워 직원들은 도선사와 교신하기에 정신이 없다. 배가 들어오는 내내 8년 경력의 권혁완(37)대리는 선박의 상태를 점검하기에 바빴다.
배가 들어오자 줄잡이들이 배에서 밧줄을 내려 받아 갑문 위 고정 비트에 걸었다. 배는 좌, 우, 앞, 뒤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어 갑거의 물이 빠지거나 채워질 때 선박이 흔들리면 사고가 나기 쉽다. 이 때문에 줄잡이들은 어른 팔뚝 굵기의 두툼한 밧줄을 사방에 있는 비트에 걸어 배를 고정시킨다.
짐을 가득 실은 배가 벽에 부딪히거나 안전 수심이 확보되지 않아 배 밑이 수로 바닥에 닿기라도 하면 인천항 전체가 마비되기 때문에 배가 들어오고 나갈 때는 항상 긴장감이 흐른다.
권 대리는 "요즘엔 선박들이 커지면서 통과를 유도하는 게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며 "갑거에 들어온 배가 벽에 부딪힐 때도 있어 항상 긴장된다"고 말했다.
외측 갑문이 닫히자 내측 수로가 열리고 물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갑거 바닥에서 물이 원을 그리며 뿜어져 나오자 배가 서서히 위로 올라갔다.
디지털 장비로 측정한 내항과 갑거의 수위가 같아지면 비트에 묶어놓은 밧줄을 풀고 내측 갑문을 연다.
갑문타워 직원들은 인천항에 드나드는 하루 30여척의 선박을 이렇게 관제하고 있다.
문을 여닫고 물을 채우는 단순한 과정이지만 여객과 짐을 가득 실을 대형 선박을 다루는 일이기 때문에 직원들은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요즘같은 날씨엔 관제업무가 수월한 편이지만 날씨가 조금이라도 안 좋아지면 관제업무는 피를 말린다는 게 권 대리의 설명이다.
그는 "태풍이 불거나 파도가 높으면 갑거에 들어오던 배가 벽면에 부딪힐 수 있다"며 "깜깜한 새벽에 날씨까지 나쁘면 인천항 갑문타워는 비상이 된다"고 말했다.
/김연식기자 blog.itimes.co.kr/ysk
"바다풍경 만끽 … 일할땐 여전히 긴장"
● 갑문지기 8년차 권혁완 대리
"갑문타워에 오르면 가슴이 탁 트입니다. 일반 직장에 다녔다면 볼 수 없는 광경이죠. 반대로 일을 시작하면 아직도 긴장을 늦출 수 없습니다."
갑문지기 8년차 권혁완(37)대리는 갑문타워엔 대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여유와 수만톤급 대형 선박의 안전을 책임지는 부담이 공존하는 곳이라고 말했다.
"이 곳에선 짙푸른 대낮의 서해안부터 붉은 노을에 물든 바다, 새까만 밤바다, 풍랑이 몰아치는 태풍 속 바다 등을 볼 수 있어요"
권 대리에게 이 곳 갑문은 IMF의 풍랑 끝에 잡은 일터다. 일주일에 두 번씩 밤을 새우며 8년 가까이 일했다.
그는 "밤을 새우며 배를 여럿 들이다보면 직원들은 지치지만, 각 배들은 긴 항해를 마치고 들어오는 마지막 관문이라는 생각에 매 번 신속하게 처리하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그는 "가끔 여객선에 탄 사람들이 갑문을 신기하게 내려다 볼 때면 어깨가 으쓱해진다"며 "24시간 맞 교대 근무를 하다 보니 힘들지만 기나긴 항해를 마치고 인천항을 찾은 선박에게 보다 신속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일을 하다 보면 보람차다"고 말했다.
/김연식기자 (블로그)y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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