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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광철의 전망차

서산뱃길이여 안녕

by 형과니 2023. 5. 16.

서산뱃길이여 안녕

인천의문화/오광철의전망차

2008-11-12 10:10:52


서산뱃길이여 안녕


3년간을 끌었던 한국전쟁이 휴전으로 마무리되자 끊겼던 뱃길이 다시 열렸다. 옹진 해주선을 제외한 연안항로의 갑제·황보·통운·수원호라는 이름으로였다. 이들 객선은 인천항을 기점으로 인천 앞바다 영종·덕적·강화도로 향했으며 멀리는 충남의 당진·구포·명천까지도 인천에서 뱃길이 있었다. 오늘날 인천시민 분포 중 충청도민이 많은 것은 그 영향이었다.

당시 인천의 중·고등학교 재학생들 중에도 선편으로 올라온 충청 유학생이 많았다. 이를 두고 영어선생님은 별명을 붙여 불렀는데, 이른바 서산보이·합덕보이·덕적보이·강화보이 등이었다. 합덕이란 당진시의 읍 이름이며 농산물의 집산지로 삽교천 상류에 위치했는데, 오늘날 삽교천 제방으로 막히기 전까지 인천에서 온 객선이 닿았었다.

지금은 연안부두가 현대화되어 있으나 당시의 객선부두는 인천역 인근의 고철하역장에 있었다. 학교 개학일이 가까우면 고향에서 방학을 보낸 학생들이 자취할 살림도구를 어깨에 메고 가파른 차이나타운 고갯길을 올랐다. 방금 연안객선이 도착한 부두의 목제 잔교를 통해 하선해 제각각 셋집을 찾아가는 길이었다.

이렇듯 육로가 불편하던 전후기 해상교통이 활발했다. 그러나 1960년대가 지나면서 기울기 시작했다. 예전의 뱃길은 모두 육로로 바뀌었다. 당진행, 서산행의 버스가 등장했다. 더욱이 1978년 삽교천 방조제가 가로놓이자 육로는 더욱 단축되었다. 인천항 내항 도크화로 객선들이 매립한 연안부두로 멀리 밀려난 것도 한 원인이 되었다.

하지만 잊혀졌던 충청도 항로가 지금껏 있었던 모양이다. 지금껏 서산뱃길을 이어온 왕경해운이 폐업신고를 했다는 보도가 이를 가리킨다. 왕경해운은 1978년 정부의 권유로 첫배를 띄운지 30년 7개월만이요, 지난 6월에는 고객만족 우수선사로 선정되기도 했다고 한다. 삼길리 항로는 인천항을 기점으로 한 1953년도의 항로별 운항시간표에도 나온다. 당시 명천행이 영흥도에 기항하고 삼길·대산리를 거쳐 명천에 이르렀었다.

항만청은 새로운 운항사업자를 선정해 내년 1월부터 항로를 유지키로 했다고 한다. 시민의 추억에서 지워지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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