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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이야기

속 좁아도 맛있다 밴댕이 못 생겨도 맛있다 주꾸미

by 형과니 2023. 5. 22.

속 좁아도 맛있다 밴댕이 못 생겨도 맛있다 주꾸미

仁川愛/인천이야기

2009-03-18 21:13:41

 

속 좁아도 맛있다 밴댕이 못 생겨도 맛있다 주꾸미

 

오뉴월 들판의 보리가 누릇누릇 익어갈 무렵이면 밴댕이 맛은 그야말로 물이 오른다. 이에 뒤질세라 주꾸미 볶는 냄새가 인천 이곳저곳에서 진동한다. 이들 때문에 인천의 4월은 새콤달콤하다.

 

·유동현 본지 편집장사진·김성한 자유사진가

 

니 성질, 감칠맛 때문에 용서된다

 

값싸고 고소한 맛으로 서민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밴댕이 계절이 왔다. ‘밴댕이 소갈머리라는 말대로 밴댕이는 그물에 닿기만 해도 제 성질에 못 이겨 파르르하며 죽어버리는 성깔이 제법이다. 어부들조차 살아있는 밴댕이를 구경하기가 쉽지 않다. 그만큼 성질이 지랄 맞지만 혀끝에 와 닿는 감동 때문에 모든 게 용서 된다.

 

밴댕이의 주 어장은 강화군 교동도와 석모도 사이. 선수포구는 밴댕이잡이 배들의 베이스 캠프이다. 이정표의 정식 명칭이 후포항인 선수포구는 갯내음이 물씬 풍기는 강화도 남서쪽의 자그마한 포구. 하루 평균 10여 척의 어선이 상시 출조하는데 많을 때는 하루 수십여 톤의 밴댕이를 포구에 쏟아 놓는다.

 

선수포구에는 모두 10여 곳의 횟집이 바닷가를 따라 죽 늘어서 있어 밴댕이 횟집촌을 이루고 있다. 그곳에 가면 바다냄새 감도는 싱싱한 밴댕이 한 접시에 갈매기 구경, 통통배의 추억까지 맛 볼 수 있다.

 

밴댕이가 가장 맛있을 때는 4월 중순부터 7월 초까지. 고소하고 달보드레한 게 입안에서 살살 녹는다. 깻잎에 된장을 살짝 바르고 고추냉이간장을 묻힌 밴댕이를 싸서 먹으면 깻잎의 쌉쌀한 향과 밴댕이의 고소한 맛이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뼈를 발라내 얇게 썰거나 뼈째 썰어내는 횟감의 경우 115000원을 받는데 보통 2530마리 정도가 재료로 쓰인다. 횟감 외에도 구이, 무침, 튀김 등이 있으며 최근에 밴댕이 완자탕을 선보이고 있다.

 

밴댕이는 잡아온 지 12시간 정도까지는 횟감으로 쓸 수 있으나 그 이상 지나면 젓갈용으로 사용한다. 물 좋은 밴댕이는 회로 내놓았을 때 등에 은빛이 흐르고 반들반들 윤기 나며 살색이 하얗다. 물이 가면 비린내가 많이 난다. 싱싱한 것은 몸길이가 1518정도로 한 마리가 회 한 점이다.

 

회 뜨고 나면 얇은 뼈와 머리가 남는데 이것은 포구에 노닐고 있는 갈매기들의 좋은 밥이다. 바다를 향해 높이 던지면 날쌘 날개 짓을 하며 순식간에 채간다. 식후에 갈매기와 함께 노는 재미도 쏠쏠하다. (문의 : 선수포구 어판장 937-8702)

인천 시내 한복판에서도 맛있는 밴댕이를 맛볼 수 있다. 남동구 구월동 문화예술회관 옆 특색음식거리에는 오히려 밴댕이 골목이라고 불릴 정도로 밴댕이 전문식당 10여 곳이 몰려 있다. 이밖에 연안부두 여객터미널 못 미친 건물에는 금산식당, 송원식당, 다복집 등 밴댕이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 10여 곳이 성업 중이다.

 

니 외모, 몸보신 때문에 용서된다

 

춘분 지나니 바닷바람엔 상큼 짭짤한 봄맛이 실려 온다. 서해바닷가에서는 싱싱하고 구수한 봄맛 잔치가 시작된다. 잔치판의 주인공은 한창 맛이 오르고 있는 주꾸미다.

 

봄 주꾸미 가을 낙지란 말이 있듯이 주꾸미는 산란기를 앞둔 3월 말에서 4월 말까지가 가장 맛있다. 통통하게 데친 주꾸미 몸통 하나를 입 안에 쏘옥 넣어, 어금니 밑에 슬며시 넣고 오물오물 살짝 씹으면 속살이 말캉말캉 터지며 쌀알 같은 주꾸미 알이 탱글탱글 씹힌다. 여기가 다가 아니다. 바로 먹물이 퍽! 입안에 비릿한 바다 냄새와 함께 먹칠한 입은 고소함에 저절로 헤벌쭉 해진다.

 

낙지보다 작지만 연하고 쫀득쫀득해 씹는 맛이 일품인 주꾸미는 지방이 1%밖에 안된다. 또 다량의 철분을 함유하고 있어 빈혈이 있는 사람에게 특효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먹물에 들어있는 타우린 성분은 간에 좋은 작용을 하여 하루의 고단함을 씻는 데 도움을 주며 남성 스태미너 증진에도 뛰어난 효과가 있다.

 

이름도 촌스럽고 다소 볼품없는 이 연체동물이 인천의 미식가들의 관심을 끌게 된 것은 오래 전 일이 아니다. ()만석고가 밑에서 40년 전 포장마차의 한 메뉴로 시작한 할머니쭈꾸미집’(773-2419)이 그 시초이지만 199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주꾸미를 볶기 시작했다.

 

주꾸미는 소라방이라 불리는 전통적인 어로방법으로 잡는다. 소라껍데기를 매단 밧줄을 수심 10m 안팎의 연안 바닥에 깔아놓는다. 그러면 알 낳을 곳을 찾아 바닥을 기어 다니던 주꾸미들이 들어가게 된다. 어민들은 파도가 잔잔한 날 바다에 나가 줄을 당겨 올려 주꾸미를 수확한다.

 

주꾸미 철이 되면 북성포구에는 이 소라방을 가득 실은 어선들이 들어찬다. 배에서 내려진 생물 주꾸미들은 바로 주꾸미 골목으로 수송된다. 알이 꽉 찬 주꾸미와 갖은 야채를 고추장에 볶아 내는 주꾸미볶음(13만 원)이 일품이고 주꾸미 샤브샤브도 추천 메뉴이다. 7,8개 주꾸미 전문점이 몰려 있는 만석동 주꾸미골목은 경인전철 종점인 인천역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다.

 

TIP

 

선수포구 인근에는 서해 낙조로 유명한 장화리 낙조 조망지가 있다. 강화도의 형제 섬 볼음도, 아차도, 주문도 뒤편으로 홍시 같은 발간 해가 넘어가는 광경은 두고두고 기억될 만한 볼거리. 포구 한쪽편의 해안갯바위에선 바다낚시도 즐길 수 있으며 마니산 등산로와 포구가 바로 이어진다. 감칠 맛 나는 밴댕이 회 맛에 낚시, 등산까지 일석삼조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선수포구에서도 석모도까지 가는 카페리가 있다. 밴댕이를 먹고 배를 타고 섬에 들어가 보문사, 어류정항 등을 둘러보고 나와도 반나절이면 된다.

 

선수포구는 강화대교를 건너 경우 강화읍에서 왼쪽 우회도로를 이용해 찬우물고개-온수리를 거쳐 348번 도로를 탄 뒤 화도읍을 거쳐 들어가면 된다. 초지대교를 건너면 삼거리에서 우회전한 뒤 전등사 방향으로 다시 좌회전하면 선수포구로 이어지는 직선도로를 탈 수 있다.

 

주꾸미 골목 인근에는 북성포구가 있다. 그곳에 가면 20, 30년 전 인천의 모습이 어렴풋이 보인다. 번듯한 접안시설 하나 없는 그 포구는 마치 도시의 뒷간처럼 후미진 곳에 자리 잡은 채 버려진 포구처럼 보이지만 지금도 30여척 어선들의 어엿한 안식처이다.

 

만석고가도로 밑에서 만석3차 아파트 옆 바다 쪽으로 향하면 대원조선소가 나오는데 그 담장 골목길로 들어가면 믿겨지지 않는 곳에 포구가 자리잡고 있다. 바다로 다가서자면 작은 시장통 같은 횟집 골목부터 거쳐야 한다. 바닷쪽의 횟집들은 일종의 수상(水上)가옥으로 밀물 때는 마루바닥까지 바닷물이 찰랑거린다.

 

배 들어올 시간을 용케도 알고 있는 사람들은 닻을 채 내리기도 전에 갑판에 올라가 헐떡거리는 물고기를 즉석에서 흥정해서 산다. 몇 마리의 물고기는 그곳 횟집에서 바로 횟감이 된다.

 

황복 앞에선 모든 물고기 항복

 

진달래 필 때쯤 되면 밴댕이나 주꾸미 외에도 황복이 입맛을 다시게 한다. 강화도 창후리 포구는 1년 내내 황복을 맛볼 수 있는 황복마을로 유명하다. 창후리 포구는 바로 앞에 석모도와 교동도를 마주하고 있으며 주변 앞바다 일대는 비무장지대(DMZ). 부근 해안 어장은 한강은 물론 임진강과 예성강 등이 합류하는 지점으로 영양염류가 풍부하고 생선들의 맛도 뛰어난 편이다.

 

황복은 복어 중에서 으뜸으로 친다. 식도락가들은 복 중에서 가장 맛있는 복이 바로 황복이라고 하며 소동파를 위시한 옛 문인들은 황복 맛을 가히 목숨과 바꿀만한 가치가 있다고 극찬했다고 한다.

 

황복은 바다에서 살찌우고 살다가 4~5월 봄철 산란기가 되면 연안을 지나 강의 하구로 접어든다. 이때 강화도 어부들에게 잡혀 미식가들의 밥상에 오르는 것이다.

 

어부들은 황복을 황금물고기로 여길 정도로 귀하게 여긴다. 그도 그럴 것이 110만 원 이상을 호가하니 강에서 잡는 물고기 중에 이보다 값이 더 나가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어지간한 단골이나 예약손님이 아니면 그 맛을 보기가 어려울 정도니 황복이 아니라 황금복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