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로 맛나는 자장면을...
仁川愛/인천이야기
2009-03-18 14:41:23
진짜로 맛나는 자장면을...
김 양수 (문학평론가)
1920년대 전반기에 있었던 일이다. 독일 베를린 역전에서 따끈한 핫도그를 파는 <그로스만>이라는 사나이가 있었다. 그는 정육점을 경영한 일이 있어 핫도그에 넣는 소시지를 자기손으로 직접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런데 그의 집근처에 사는 사람들이 이상한 눈총을 보내며 수근거리게 된 것은 그의 집으로 여성들이 적지않게 찾아들고 있었는데 돌아가는 것을 한 번도 본 일이 없기 때문이었다.
이 소문을 전해들은 경찰이 그 집을 급습해 수색한 결과 옷장 속에 많은 여성의 옷이 들어 있었다. 그를 곧 연행해 호되게 문초하니 실토하기를 베를릔 역전에 가서 가출해 온 듯한 시골 처녀들을 발견하면 비싼 급료의 가정부로 채용할 터이니 자기 집으로 찾아오라는 명함을 쥐어주고 찾아오면 즉시로 살해해 인육(人肉)만 남겨놓고 뼈와 내장 등은 근처 하수구에 몽땅 버렸다는 것이다. 그 동안 그에게서 핫도그를 사먹은 사람들은 그 처녀들의 인육을 먹은 것이다.
이 비슷한 풍문을 내가 어린 시절 동네 친구들 사이에서 들은 일이 있었다. 내용인즉, 청관(차이나타운) 어느 요리점에서 우리 시골 처녀를 납치해다 살해해 그 인육으로 만두를 빚어 팔아오고 있다는 것이다. 그 시절 우리 어린 사람들은 진위를 알아볼 엄두도 내지 못한 채 그 우중충한 청관 건물들이 있는 곳을 두려워해 지나다니지 않았다.
물론, 그 풍문은 공연한 뜬소문이었겠지만 만두를 먹다가 새끼손가락을 발견했다는 엉뚱한 소문까지 돌기도 했었다. 실제 있었던 일로는 시골 처녀들을 유인해다가 어두운 창고속 골방에 밀어넣고 중국해 선편에 실려보내 본토에 팔아넘겨질 뻔 했던 처녀들 속에서 기를 쓰고 탈출해나온 여성을 발견한 고 일 기자가 경찰에 알려 구출해낼 수 있었던 무용담을 고 일 선생은 <인천석금>이라는 책에 밝혀놓았다. 만두 속에 빚어넣지는 않았으나 우리 시골 처녀들을 유인해다 팔아넘기려 했던 일은 있었던 모양이다.
그 시절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으로는 만주 기린성 < 만보산>지역에서 농지 개간을 하던 우리 농민을 중국 원주민이 습격한 <만보산>사건이 일제히 신문에 대서특필돼 인천에서도 일부 시민들이 격노해 청관을 기습하는 불상사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때가 1931년 7월경의 일로 만주침략의 계기를 노리고 있던 일본 군부의 계략적 음모의 부추김이 한·중 간 이간질로 나타난 것으로서 사건 직후, <조선>, <동아> 두 신문이 취재에 나서 과장된 사건임을 밝혀낸 일이 있었다.
그 때문에 화교들의 입지가 잠시 위축된 일도 있었으나 그들의 여유있고 근면한 경제활동은 지속되고 있었다. 그러나 광복을 거쳐서 5·16 군사정권 시절에 서리를 맞았다. 그 시절 우리나라는 보릿고개를 넘길 때마다 식량난으로 시달리고 있어 부족한 쌀 대신 밀가루 분식을 장려하고 있었는데 일부 중국 거상들이 전국의 밀가루를 매점해 서울 청계천 근방에 있는 그들의 창고에 몰아 넣었다가 밀가루 값을 폭등시켜 내다판다는 설이 돌아 군사정권이 확인에 나서면서 한편으로 우리측 청년단체로 하여금 중국음식 불매운동을 전개시켰으나 중국음식 기호인들에게 통하지 않는 것을 보고 국세청으로 하여금 중국 음식값을 동결시키게 해 영업에 지장을 초래시켰다고 한다.
같은 무렵, 농과대학에서 마침 야채 임상재배법을 실현해 우리 농민도 계절에 관계없이 야채를 시장에 내다팔 수 있게 돼 야채시장을 독점해온 중국인들이 더 이상 야채생산으로 이익이 되지 않아 시내로 들어와 자장면 가게를 개설하기도 했다. 거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국음식점에서 심부름꾼으로 일하던 우리 젊은이들이 자장면 원료인 춘장의 비법을 알아낼 수는 없었으나 어깨 너머로 익힌 솜씨로 유사된장을 만들어 시장귀퉁이에 나와 싼 값에 자장면을 파는 바람에 맛에 관계없이 싼 맛에 서민들이 몰리는 탓에 중국음식점이 지장을 초래하자 중국음식점에서도 그들과 똑같은 저질된장을 배급용으로 사서 장사하게 돼 진짜 자장면 맛이 어느 때부터인가 없어지게 됐다.
한시절, 화교들이 어려움을 겪어 이 고장에서 흩어지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었지만 이제 청관이 관광특구로 지정됐고 중국문화원까지 개관한 데다 인천시가 또 중국인 여행자를 초치하는 거대한 유스.호스텔까지 짓고 있느니 만치 거기 발맞추어 진짜 춘장을 사용한 맛있는 옛날 자장면을 또다시 맛볼 수 있는 날이 올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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