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천루의 저주와 인천타워
仁川愛/인천사람들의 생각
2009-03-25 22:58:41
마천루의 저주와 인천타워
[데스크 칼럼]구준회 정경2부장
‘마천루(摩天樓)의 저주’란 말이 있다. 하늘을 찌를 정도로 초고층인 마천루가 건설될 때마다 경제 위기가 어김없이 찾아와 불황의 전주곡이 되거나 후유증이 심각했다는 뜻이다.
경제전문 칼럼니스트인 월리엄 페섹은 지난 2006년 당시 블룸버그 통신 칼럼을 통해 마천루 건설과 경제 위기와의 연관성을 분석하고 이같은 암울한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그에 따르면 최악의 미국 경기 불황으로 꼽히는 1930년대 대공황은 뉴욕의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과 크라이슬러 빌딩이 건설되면서 찾아왔고 건설 당시 최고층을 자랑했던 1974년 미국 시어스 타워와 월드트레이드센터 빌딩은 미국의 경제 불황과 극심한 물가고의 전조가 됐다.
또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지난 1994년 지어진 페트로나스 타워도 아시아 금융위기 와중에 건설돼 긴 불황의 고통을 겪게 했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특히 지난 2004년 세워진 대만 타이페이의 파이낸셜 센터는 대만과 중국 간 최악의 긴장관계에 빠지게 하는 저주를 내렸다는 얘기도 있다. 초고층 빌딩 건설과 경제 위기 사이에는 연관성이 높아 마천루 건설사업을 통해 세계 경제의 향방을 가늠해볼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시각이다. 증권가에선 초고층 랜드마크 빌딩을 건설할 때마다 어김없이 최악의 경제 불황이 찾아와 주식시장이 폭락한다는 속설까지 있다.
공교롭게도 인천경제자유구역의 랜드마크인 초고층 인천타워(151층) 건설 프로젝트가 시작되는 시점에서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찾아왔다. 현재 한국에선 인천타워뿐 아니라 서울의 강남 제2롯데월드 빌딩(112층), 용산 드림타워(150층), 상암 디지털미디어시티(133층), 부산 롯데월드타워(120층) 등 초고층 건축물 건립이 곳곳에서 추진되면서 마천루의 저주가 다시 화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들 초고층 건물은 전 세계가 경기 침체기에 빠져든 시기에 건설을 추진한다. 과거 초고층 건물들은 지을 때마다 부실 덩어리가 돼 부동산회사에 엄청난 금융 위기를 겪게 하고 개발회사에 타격을 줬다는 징크스설이 현실화하는 것이 아닌가 우려를 갖게 한다.
초고층 건물은 각종 첨단기술에다 특수 자재가 동원되면서 상징적인 건물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만 짓고 난 후에는 비싼 관리비와 임대료로 분양이 안돼 공실이 장기간 이어지면서 사업자에겐 골치 덩어리로 전락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송도 6·8공구에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 인천타워도 글로벌 금융 위기로 자금 조달이 원활하지 않아 건립 사업 자체가 장기간 표류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계획대로라면 이미 기초파일공사에 들어가야 하고 아시안게임이 열리는 2014년에 모습을 드러내야 하지만 사업 초기 단계부터 PF 금융 조달에 제동이 걸려 사업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 대형 프로젝트는 초기 자금만 4천300억원을 필요로 한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으나 사업자인 포트먼컨소시엄은 현재까지 100억원도 조달하지 못하고 있다. 국제 금융시장이 위기 상황에 놓여 자금 조달이 여의치 않은 형편에서 사업성이 불투명한 이 프로젝트에 투자가 이어져 건설이 제대로 진행될지 의구심이 생긴다.
당장 건설이 한창 진행중인 송도국제업무단지의 월드트레이드타워도 아직까지 입주 예정기업이 하나도 없어 금융감독원이 PF 금융기관에 자금 지원 중단을 지시하면서 자금줄이 끊겨 공사가 50% 정도 진행된 상태에서 중단 위기에 놓였다는 우울한 소식도 들리고 있다. 인천타워 사업자측은 PF 금융과 자본금 증자를 통해 자금을 확보해 하반기부터 건설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으나 국내외 자금 여건상 순탄치 않아 보인다. PF 금융을 위한 대외 신인도 확보를 위해서는 인천시도시개발공사가 필요하다며 공기업을 끌어들이기 위해 애를 쓰는 판이다.
건립 초기부터 자금 조달문제로 제동이 걸리고 있는 인천타워는 아직 가야 할 길도 멀지만 우여곡절 끝에 완공되더라도 입주 수요가 없어 부실 덩어리로 전락하지 않을까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글로벌 금융 위기로 세계적인 불황이 엄습한 상황에서 건설을 추진하는 인천타워가 마천루의 저주란 불길한 징조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는 것이 아닌지 매우 불안스럽다.
인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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