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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광철의 전망차

소무 취발이의 춤

by 형과니 2023. 5. 26.

소무 취발이의 춤

인천의문화/오광철의전망차

2009-05-27 14:23:09


소무 취발이의 춤


康翎(강령)은 지금 북한 땅에 속해 있는 황해도 옹진군 부민면의 리 이름이다. 멸악산맥의 끝머리가 남쪽으로 뻗어 수몰하면서 복잡하게 발달한 강령반도와 동남반도의 사이를 비집고 들어간 골 안에 위치한다. 강령리라는 이름으로다. 그러니까 그곳이 지금 인천에 뿌리내리고 있는 강령탈춤의 고향이다. 예전 그곳을 중심으로 성행한 강령탈춤은 황해도 일대에서 놀이를 하던 은율·봉산·황주 등 해서지방 탈춤의 하나이다.

대개 탈춤이 그러하듯 강령탈춤의 주제는 ①잡귀를 쫓는 의식무 ②파계승에 대한 조롱 ③양반들에 대한 모독 ④일부 처첩의 삼각관계와 서민사회의 모습을 담고 있다. 그러면서도 특히 강령탈춤은 대사와 춤·가면·의상·장단에서 해서지방의 특징을 잘 나타내고 있다고 평가된다. 강령지방이 해안가에 위치함으로써 해풍과 파도가 몰아치듯 활달하고 거세어서 여성적인 봉산탈춤과 달리 남성적인 멋을 풍기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18일자 지면에 강령탈춤의 한 장면이 사진으로 보도되었다. 화도진축제에서 있었던 중요무형문화재 제34호의 공연 모습이다. 6과장 ‘노장춤’의 장면인듯 노장과 소무 취발이가 함께 하고 있다. 소무가 나타나서 교태를 부리면 노장이 애가 타서 안달인데 취발이가 나오자 이번에는 소무가 그와 어울린다.

지금 인천에는 강령탈춤 말고 은율탈춤도 자리하고 있다. 이미 60년대에는 보존회가 구성되고 1978년에는 무형문화재로 지정되었으며 수봉공원에 전수관도 개설되어 있다. 이렇듯 인천에서 북한지역의 민속이 나래를 펴고 있는 것은 지리적으로 황해지역과 가까워 그곳 실향민들이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현재 그들 중 상당수가 인천에 정착했으며 학교까지 내려와 있다.

그들이 다시 그리운 고향을 찾아갈 날은 언제인가. 타향에서나마 기능을 보존하면서 후세에게 물려주는 것도 좋지만 고향 마당에서 흙내음을 호흡하며 한바탕 놀아보는 것보다 바람직한 게 어디 있을까. 세월이 흐르면서 기능보유자는 점차 사라지고 있다. 한번만이라도 그들에게 신명나게 장단 맞추어 고향땅에서 놀게 할 길은 정녕 없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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