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파식적이듯
인천의문화/오광철의전망차
2009-05-27 14:23:45
만파식적이듯
‘삼국유사’에 신라 31대 신문왕과 만파식적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萬波息笛(만파식적)이란 모든 풍파를 그치게 하는, 즉 평화를 가져다 주는 피리라는 뜻이다. 왕이 즉위한 이듬해 신하가 아뢰었다. 동해 감은사 쪽에 산이 떠내려와서 물결에 따라 오락가락한다는 것이었다. 신기하게 여긴 왕이 일관에게 점을 치게 했다. 선왕 문무왕과 장군 김유신이 나라를 지킬 보물을 주려고 하는 것이니 바닷가로 나가라고 했다.
왕이 거동하여 바닷가에 나갔다. 그리고 사람을 보내 살펴보라고 했더니 산세가 거북이 머리 같은데 그 위에 한그루 대나무가 있어 낮에는 갈라져 둘이 되었다가 밤이 되면 하나로 합치더라고 했다. 비바람이 거친 며칠 후 왕이 산으로 건너가자 용이 맞았다. 그리고 이르는 말이 대나무가 하나로 합칠 때 베어다 피리를 만들면 나라를 지키는 보물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한 손으로는 소리를 낼 수 없지만 두 손을 마주 치면 소리가 나는 이치와 같다는 것이었다.
왕은 그 대나무로 피리를 만들어 보물창고에 보관했다. 그리고 나라에 걱정스런 일이 있을 때마다 피리를 불었더니 근심 걱정이 사라졌다. 피리를 불면 적군이 물러가고 돌림병도 사라졌다. 피리 소리에 가뭄에는 비가 내리고 장마들 땐 비가 그쳤다. 그리고 바람을 가라앉히고 물결을 잠재웠다. 그래서 피리를 이름하여 만파식적이라 하고 국보로 삼았다.
이 만파식적이 오늘날 대금의 기원이라고 전한다. 대금은 대나무에 구멍을 뚫어 만든 피리의 하나로 저 혹은 젓대라고도 한다. 피리가 세로로 부는데 비해 대금은 가로로 분다. 이들은 입술로 바람을 불어 소리를 내게 되어 있다. ‘삼국사기’에는 과연 신라에 대금곡이 324곡에 이르렀다고 기록되어 있다고 한다.
무형문화재 임경배씨의 대금 발표회가 지난주 부평구 잔치마당 아트홀에서 있었다고 한다. 문하생들과 함께한 이번 발표회에서 고유 악기의 진면목을 선뵈었을 뿐 아니라 청중의 심금을 울리기에 충분했다고 한다. 대금의 음색을 흔히 청아하다고 말한다. 그 가락 들리는 곳에 풍파를 그치게 하듯…. 만파식적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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