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보섭 '청관'을 담다 … 인천의 단면을 기록하다
仁川愛/인천의 인물
2009-08-17 22:45:11
'청관'을 담다 … 인천의 단면을 기록하다
"차이나타운 다양한 매력 빠져
화교 1세대 삶 주목하기 시작
얼굴 사진 찍는데만 꼬박 1년"
김보섭 사진작가는 인천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담는다. 그의 사진엔 인천의 모습과 정체성이 녹아있다. 인천 토박이인 김 작가는 30년 가까이 인천을 주무대로 활동중이다.
초기 그의 관심사는 인물이었다. 그러나 점차 시간이 흐르면서 지역으로 관심사가 옮겨졌고 현재는 인천을 중심으로 한 사진 기록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특히 인천 사람들의 생활 냄새 짙은 삶과 개발로 인해 본연의 모습을 잃어가는 인천의 모습에 주력하고 있다. 그런 그의 노력은 지금까지 해온 작품 '청관'과 '한의사-강영재', '수복호 사람들' 등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근대 역사의 맥락속에서 인천의 정체성을 묻는 작업을 끊임없이 해온 그를 해반문화사랑회가 '제19회 예술인과의 만남' 주인공으로 초대했다. 오는 13일 오후 7시 해반갤러리에서 그가 생각하는 인천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 청관(淸館)과 화교
김 작가의 작품은 으레 차이나타운, 청관으로 통한다.
청관은 공식지명이 아니라 한국사람이 부르던 청국지계에 대한 통칭이며 화교사회의 기원지다. 한국의 화교사회는 지난 1883년 인천 개항과 함께 형성되기 시작해 청국조계지 설정으로 본격화됐다.
당시 청국조계는 현재 인천 중구 선린동 일대 약 5천여평에 달하는 지역이었으며 인천에서 만날 수 있는 또다른 중국이었다.
그 역시 이 점에 주목했다.
"원래 제 사진 주제는 인물입니다. 인물 사진 작업을 해오다 가정을 꾸리면서 한동한 중단한 적이 있었죠. 그 후 다시 사진기를 들게 되면서 주목한게 인천 사람들이었습니다. 인천의 인물들을 찍다가 또다른 인천의 모습을 발견하게 됐는데 청관을 접한게 가장 큰 계기였던 것 같네요. 인천 시민 뿐 아니라 화교들이 같이 어울려 사는 청관의 다양한 문화가 저를 잡아 끌더라고요."
다른 도시와 달리 인천만이 갖고 있는 특징은 차이나타운이라고 말하는 그다.
김 작가는 "차이나타운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사람들의 옷차림과 식성, 문화와 학교 등 다양한 이야깃거리가 있다"며 "이 매력에 빠져 화교 1세대를 사진에 담게 됐고 지금까지 그 후손과 고향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 밤 기차 속에서 사진작가를 꿈꾸다
그가 사진을 찍게 된 계기는 야간 열차였다.
야간 열차에서 본 차창 밖 풍경과 죽은 듯이 잠든 사람들, 휴게소에서 파는 우동의 연기가 그를 사로잡았다.
"그 당시 완행열차인 비둘기호를 타고 여행을 다니곤 했죠. 열차가 멈췄을 때 우동가게 안을 들어간 적이 있는데 1평 남짓한 좁은 가게 안에서 우동을 담아주는 모습이 고즈넉하다 못해 아름답더라구요. 그 모습을 담고 싶어서 본격적으로 사진을 공부하게 됐습니다."
다소 의아한 동기일수도 있지만 그 장면을 찍기 위해 몇 번이나 열차를 탔는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란다.
기차를 타면서 사진을 배우고 즐기게 됐다. 밤 기차를 타면서 손 꼭 잡고 잠든 신혼부부와 아이를 품에 꼭 안은 어머니 등을 사진에 담았고 그 때부터 본격적으로 인물과 그들의 삶에 주목해 나가기 시작했다.
# 못다한 이야기
인물에서 화교들의 삶, 청관에 주목하게 된 이후 많은 사진을 찍어왔다.
이젠 감히 청관 전문사진기자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니 말이다.
김 작가는 "화교들의 얼굴 사진을 찍는다는 건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늘 찾아가서 말을 걸고 안부를 물어 친해지고 난 뒤 사진으로 담게 되기까지 꼬박 1년이 걸렸을 정도"라고 말했다.
그런 그의 노력 덕분에 이젠 청관에서 그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화교 1세대부터 알아왔기 때문에 지금은 전국 각지로 퍼져있는 그들의 후손들도 알고 있단다. 하지만 아쉬움도 없지 않다. 청관이 점점 해체되가고 있기 때문이다.
"엊그제 청관에서 유일했던 장의사 집이 헐렸습니다. 마음이 씁쓸했죠. 사람에게 다친 마음을 치료해준 청관이 있었기 때문에 제가 사진을 찍을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는 인천 뿐아니라 부산, 군산, 여수, 목포 등 전국의 화교지를 찾아다니며 그들의 삶을 좀 더 깊숙이 들여다 보는게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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