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人터뷰](23)심충식 인천항만물류협회장
仁川愛/인천의 인물
2010-01-31 14:02:40
“인천에 기업이 있어야 인천항이 살아남는다”
[인천人터뷰](23)심충식 인천항만물류협회장
‘예의바른 사람, 자기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 사람, 매사에 신중한 사람, 실수를 잘 하지 않는 사람.’
㈜선광 부회장이자 인천항만물류협회장을 맡고 있는 심충식(54) 회장에 대한 많은 사람들의 평가다. 한마디로 빈틈이라고는 없을 것 같은 사람이라는 말이다. 게다가 인천에서 가장 바쁜 사람들 가운데 한 명이다.
인터뷰 내내 휴대폰 전화가 끊임없이 울릴 정도로 심 회장을 찾는 사람들도 많다. 하루에 서울과 인천을 수차례 오가는 경우도 종종 있을 정도다.
심 회장은 지난 2007년 인천항만물류협회장을 맡아 항운노조 상용화를 성공으로 이끌며 특유의 포용력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또 지난해 인천 내항 재개발을 둘러싸고 벌어진 논란에 대해 항만업계 대표로 ‘내항살리기 범시민대책위원회’에 참여해 적극적인 활동으로 인천항을 다시 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해 줬다.
인천을 대표하는 기업인 선광의 부회장으로 또 인천항만물류협회장으로 ‘인천항은 곧 인천의 미래’라는 강한 믿음을 갖고 있는 ‘인천인’, 심 회장 그를 만나봤다.
▲심 회장에게 있어 인천은 어떤 곳인지.
-저는 인천 중구 송학동 홍예문 근처에서 태어났습니다. 유치원까지 다니다가 서울로 이사해 초등학교를 다니기 시작했지만 인천을 항상 그리워했던 것 같아요. 당시 서울에서 초등학교를 다니고 있었지만 인천에서 친구들과 함께 노는 꿈을 꿨을 정도였죠. 눈을 감아도 인천 구석구석이 눈에 훤했지요. 하지만 인천은 저에게 엄숙한 곳이기도 합니다. 아버지 심명구 회장님이 자신의 열정을 바치신 곳이니까요. 아버지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는 인천은 무거운 책임감도 느끼게 합니다.
▲지난 2008년 별세하신 창업주 심명구 회장은 어떤 분이었는지.
-심명구 회장님은 지난 1942년 현 두산중공업 자리에 있는 조선기계제작소라는 회사를 다니셨죠. 잠수함을 만드는 곳이었는데 이후 선광을 창업하셨습니다. 아버지는 한마디로 상당히 엄격하신 분이셨습니다. 그렇다고 자식들에게 ‘이래라, 저래라’ 참견하거나 잔소리를 늘어놓는 분도 아니셨죠. 어린 시절 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항상 아침 일찍 나가셔서 밤 늦게 들어오시곤 했다는 겁니다. 아버지로 부터 특별한 경영수업이나 훈련은 따로 받지 못했지만 어느새 아버지를 닮아가는 저를 보게 됐습니다. 가끔 새벽 두시에도 집에서 결제를 할 때가 있으니까요. 자라면서 바라봤던 아버지의 바쁜 모습을 자연스레 본받게 된 것 같습니다. 특히 아버지는 인천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셨습니다. 그 마음은 자식인 제가 이어가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심 회장에게 선광이란.
-미국 유학 후 현지에서 외국인 회사에 들어갈 기회가 있었습니다. 또래 친구들은 모두 그 기회를 잡았죠. 선광은 제가 꼭 이어가야 한다는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습니다. 그러나 아버지의 부름에 제 나이 서른 쯤에 선광 기획실에 입사했습니다. 입사 후 현장에서 2년 동안 근무했습니다. 하역업체의 현장 업무라는 것은 힘든 일이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많은 것을 배웠지요. 여러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바로 제 적성에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첫 발을 들여놓게 되었는데 아버지처럼 저도 제 젊음을 선광에 모두 바친 셈이 됐네요.
요즘 일부에서는 저에게 선광 본사를 타 지역으로 옮기라는 권유를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선광이 인천에서 계속 뿌리 내리기를 원합니다. 인천만큼 좋은 곳이 어디 있나요.
▲지난해 인천 내항 재개발을 둘러싼 논란에 대한 생각은.
-인천항을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힘들지만 ‘남들이 알아주지는 않지만 꼭 있어야 할 곳’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우리가 생활하는 집으로 비유를 하자면 주방이나 식당이지요. 주방에서 음식을 만들다 보면 시끄럽기도 하고 냄새가 나기도 하죠. 그런 과정을 거쳐 맛있는 음식이 탄생하는 것입니다.
항만도 그런 곳 같아요. 이런저런 민원이 많지만 그 결과는 지역 경제 나아가서는 한국 경제에 큰 혜택으로 돌아오니까요. 하지만 사람들은 간혹 항만이 유명하고 고급스런 음식점 이기를 바라는 것 같습니다. 복잡하고 힘든 과정은 배제한 채 먹음직스러운 음식만 나오기를 바라니까요.
지난해 1·8부두를 중심으로 한 인천 내항 재개발에 대한 논란을 두고 서운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우리 항만업계는 그저 열심히 일하면 많은 시민들이 다 알아주실 것이라 믿었습니다. 하지만 홍보부족 등 항만업계가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인천항만물류협회장으로 인천항은 어떤 곳인지.
-인천항이 인천 경제의 30% 이상을 책임지고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는 사람도 인천에는 많습니다. GM대우자동차는 인천 경제에서 17~18%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GM대우에 대해 인천 시민들이 민감하게 생각하는 것은 바로 이런 경제적인 기여 때문입니다. GM대우 자동차는 바로 인천항을 통해 수출되고 있습니다. 연간 20~30만대, 많게는 40만대가 인천항을 통해 해외로 나갑니다. 인천항이 없었다면 GM대우가 오늘날처럼 성장할 수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또 많은 기업들이 인천을 통해 해외 진출을 꾀하고 있습니다. 이런 인천항이 때로는 소외받는 것 같아 안타깝지만 항만물류협회장으로 자부심도 느낍니다. 알게 모르게 그동안 인천항이 지역 경제에 많은 기여를 했음을 알아주십시오.
▲인천항이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인지.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시민들과 지역 정치권에서 많은 관심을 가져 주는 것입니다. 그리고 산업시설들을 지역에 많이 유치하는 것입니다. 부산의 경우 산업시설이 외부로 빠져 나가면서 인구도 감소하고 있습니다. 반면 전북 군산은 군산항을 발판으로 많은 타 지역 업체들을 유치했습니다. 저렴한 토지가격을 무기로 업체들을 유치하려 발로 뛰었죠. 그 결과 인천을 포함해 타 지역 유명 기업들을 군산으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고 인구도 점차 늘고 있습니다. 인천은 부산을 교훈 삼아야 합니다. 한번 떠난 기업이 다시 돌아오는 것은 불가능한 데다 되돌아온다 하더라도 많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습니다. 인천항은 결코 홀로 설 수 없습니다. 기업이 있어야 인천항도 살아남을 수 있지요.
여기에 항만 배후부지를 고부가가치화 하는 것도 하루 빨리 추진돼야 합니다. 홍콩 등 물류 선진국은 중국이나 베트남 등에서 저렴한 부품을 항만으로 공급받아 조립합니다. 인천항도 이런 시스템이 갖춰지면 다양한 상품을 ‘메이드인 코리아’로 수출할 수 있게 됩니다. 한국이란 브랜드 가치는 옛날과 달리 외국 사람들에게도 인정받고 있습니다. 내항의 친수공간도 중요한 문제지만 그 안에서 제품 가치를 높여 일자리와 지역 경제 활성화를 꾀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인천항을 위해 하고 싶은 일은.
-항만업계와 시민들 사이의 거리를 좁히는데 노력을 아끼지 않을 생각입니다. 인천은 항만도시지만 지역에서 한평생을 살아도 배를 직접 못 본 사람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이렇기 때문에 인천항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타 지역보다 덜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인천도 미국 뉴욕이나 로스앤젤레스처럼 바다 그리고 배와 친숙한 도시가 되기를 바랍니다. 지역 어린이들을 위한 다양한 이벤트를 개최해 어린 시절부터 항만과 친밀해 질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 이 어린이들이 자라면 인천항을 사랑하게 되겠지요. 글=이은경기자 lotto@i-today.co.kr 사진=김성중기자 jung@i-today.co.kr
심충식 회장은
-1957년 1월 인천 출생.
▲학 력
-성남고, 한양대 무역학과 졸업
미국 선더버드 대학원(MBA), 일본 와세다 대학원(일본 경영사)
▲경 력
-1984년 7월~1991년 4월 ㈜선광공사 기획실장
-1991년 4월~1994년 4월 ㈜선광공사 감사
-1994년 4월~1994년 6월 ㈜선광공사 이사
-1994년 6월~2001년 5월 ㈜선광공사 전무이사
-1997년 1월~현재 인천상공회의소 상임위원
-2001년 5월~2005년 2월 ㈜선광 대표이사 부사장
-2005년 3월~현재 ㈜선광 대표이사 부회장
-2006년 3월~현재 인천항만물류협회 회장
-2009년 3월~현재 인천시 물류정책위원회 위원
▲수 상
-2003년 7월 법무부장관 표창장 수상
-2005년 8월 관세청장 표창장 수상
-2005년 12월 물류발전대상 수상(인천시)
-2006년 12월 연안화물선사 경영대상 수상(국토해양부)
-2007년 12월 산업평화대상 수상(인천시)
-2008년 1월 철탑산업훈장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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