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 대명포구
仁川愛/인천이야기
2007-01-28 01:11:21
김포 대명포구
지난 2일 오후 3시. 물 때에 맞춰 하나둘 배가 들어오기 시작한다.
“거기 선착장 왼쪽에서 낚시하는 사람들 비켜주세요.”
초지대교 아래 바닷물살을 가르며 선착장으로 향해오는 어선에서 방송이 한창이다. 선창가에 앉아 망둥이 낚시에 여념이 없던 낚시꾼들이 연신 투덜댄다.
배가 닿기가 무섭게 밀려오는 파도에 밀려나듯 낚시꾼들이 빠진자리로 용달차며 리어카가 빠르게 밀려든다. 구경꾼들이 신기한듯 지켜보는 가운데, 어선 위 어부들의 손놀림이 빨라진다. 대하, 가재, 꽃게, 삼식이, 주꾸미 따위를 넘겨받아 어시장으로 직행하는 어판장 사람들의 발놀림도 덩달아 빨라진다.
푸념 섞인 목소리가 들린다. “그 놈의 해파리 때문에…”
하루를 마무리할 시간, 김포의 유일한 포구 ‘대명포구’가 활기를 되찾고 있다.
대명포구는 강화해협을 사이로 강화도를 마주보는 곳에 있다. 김포와 강화를 잇는 초지대교 입구에서 좌회전해 들어가면 규모는 작지만, 늘 사람들로 붐비는 어시장과 어판장, 횟집 거리 등 없는 것 빼면 다 있는 어엿한 포구다.
요즘 대명포구 어판장에서 살 수 있는 수산물은 꽃게를 비롯해, 대하, 주꾸미, 삼식이, 가재, 농어, 숭어 등. 자연산 아니면 팔지 않는다. 그도 그럴것이 어판장 내 상가는 모두 어선 주인들이 운영하는 곳, 물때에 맞춰 귀항한 배에서 그날 잡은 수확물을 바로 어판장으로 옮겨 파니 당연하다.
배가 들어올 즈음. 인천과 김포는 물론, 멀리 서울에서 온 차량이 줄을 잇는다. 때를 마춰 어판장에서도 여기저기 흥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그 사이로 방금 어선에서 수산물을 실어나르는 용달차까지 어판장을 누비고 다니니 여기가 바로 사람사는 곳이다.
“하나는 덤이요, 둘은 정이라.” 손님과 주인간에 옥신각신 흥정이 오가고, 저울 눈금을 요리조리 살피던 손님이 꽃게를 담은 장바구니 안으로 이내 작은놈 하나를 집어 넣는다. 가게 주인도 싫지 않은 표정으로 하나를 더 넣어준다.
얼마전까지만해도 어판장 주인들은 주름을 펴지 못했다. 제철만난 대하도, 금어기가 풀려 쏟아져나와야할 꽃게도 모두 해파리 피해로 수확량이 기대에 크게 못미쳤기 때문이다. 자연산 대하는 부르는 게 값이었으니, 흥정이 있을 리 만무다.
요즘들어서야 간간히 그물에 대하며 꽃게며 걸려들어 한결 마음이 놓인다.
대명포구에서는 정해진 가격이 없다. 그때그때 수확량이나, 물때에 따라 가격이 형성된다. 이날 꽃게 1㎏ 거래 가격이 2만5천원 선에서 결정됐지만 앞으로 값이 어떻게 오르내릴지는 장담 못한다. 다만, 조금때보다는 사리때 값이 내려간다는게 이 곳 사람들의 설명이다. 신선도는 갓 잡아 올린 생선이니 두말할 필요 없다.
현재 선착장 정비공사가 한창이라 어수선하긴 해도, 대명포구는 시원한 바닷바람에 갯벌의 정경을 느낄 수 있어 이미 수도권 시민들이 즐겨찾는 하루나들이 코스로 사랑받고 있는 곳이다.
어판장에서 산 횟감이나 대하는 주변 횟집에서 저렴한 가격에 손질해 내 준다. 우럭보다 못생겼지만 삼식이 회맛도 일품이다. 얼큰한 매운탕 또한 진미다.
대명포구 구경이 끝났다고 바로 집으로 향하면 바로 후회한다. 인근에 구한말 수도 한양을 지킨 전략요충지 덕포진과 몸에 좋은 약암온천이 있어 그렇다.
나들이 방향을 덕포진으로 정해본다. 대명포구에서 김포쪽으로 새로 난 길을 따라 1㎞ 정도 가다보면 ‘덕포진’이란 이정표를 발견할 수 있다. 산길인데 가을정취가 물씬 풍겨 걸어갈만 하다. 이정표에서 덕포진까지 거리는 약 1.5㎞.
덕포진 가는길 끄트머리에 교육박물관이 있어 잠시 옛 교실 풍경에 빠져보는 것도 좋다.
덕포진은 강화해협을 사이에 두고 강화의 광성보(용두돈대)와 마주하고 있다. 수도 한양으로 가는 뱃길을 지키는 군사요충지로, 병인양요때는 프랑스 함대와 신미양요 때 미국 함대와 치열한 전투를 벌인 곳이다. 1980년 발굴 조사 당시 고종 11년(1894)에 만든 중포 4문과 소포 2문이 포대에 걸려 있는 채 발굴됐다. 포탄과 상평통보가 같이 출토됐다. 덕포진 전시관에 보관중이다.
덕포진 포대에서 내려다 본 바닷길은 평온하기 그지 없지만, 바다와 육지를 가르는 철조망이 눈에 거슬린다.
덕포진 맨 끝자락에 한 무덤이 있다. ‘손돌’의 묘다. 물살이 세기로 유명한 손돌목이 뱃사공 손돌의 이름을 딴 것으로 슬픈 전설이 따른다.
때는 고려. 원나라의 침략으로 고종이 강화로 피난갈 때의 일이다. 강화해협은 그때나 지금이나 물살이 거세 웬만한 뱃사공도 건너기 힘든 곳이었다. 이런 사정을 모른 왕과 조정대신들은 거센 물살에 배가 심하기 흔들리는 것을, 손돌이 자신들을 죽이려 함이라 오해하고 그 자리에서 칼로 베어버린다. 손돌은 죽어가며 바가지를 물 위에 띄우고 자신이 죽더라도 바가지를 따라가면 무사히 강화에 도착할 것이라 이른다. 손돌의 말대로 무사히 강을 건넌 왕은 자신의 경솔함을 후회하고 지금의 자리에 손돌의 묘를 만들었다.
삶의 내음에 푹 빠져도 보고, 역사의 현장에서 감회에 젖어도 보았으니, 온천물로 지친 심신을 달래주면 하루일과는 끝이다.
약암온천은 홍염천으로 유명하다. 온천수에 철분 함량이 많아 힘차게 솟아오를 때는 맑은 물이었다가, 곧 산화해 붉게 변해 홍염천이라 한다. 눈병을 앓던 철종이 붉은 바위에서 나온 붉은 샘물에 눈을 씻고 나았다고 전한다. 이후 많은 사람들이 병을 고치기 위해 이 곳을 찾고 있다.
김포가도인 48번 국도를 타고 누산 삼거리에서 양촌면과 대곶면 소재지를 지나, 초지대교 못 미친 석정 삼거리에서 직진하면 포구가 나오고, 우회전하면 덕포진과 덕포진교육박물관으로 갈 수 있다. 약암온천은 석정삼거리에서 좌회전하면 된다. /글·사진=김주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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