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포동- LP판처럼 느리게 돌아가는 동네 신포동
인천의관광/인천가볼만한곳
2010-04-03 22:54:00
LP판처럼 느리게 돌아가는 동네 신포동
골목길은 읽을거리가 많은 책과 같다. 인간사의 크고 작은 내러티브가 더덕더덕 붙어 있는 골목은 마음을 열고 들어오는 사람들에게는 아주 오래된이야기부터 바로 조금 전 벌어진 이야기까지 모든 걸 들려준다. 골목은 압착된 시간이 켜켜이 저장된 기억의 창고이자 우리가 살아온 역사이자 문화이며 문화재다. 전국적으로 골목길에 빠져드는 도시인들이 늘고 있다. 근자열 원자래(近者說 遠者來). ‘가까운 곳에 사는 사람이 즐거워해야 먼 곳에 있는 사람이 찾아온다’는 공자님 말씀. 우리가 먼저 즐거워할 수 있도록 <굿모닝 인천>이 우리동네 골목과 거리의 소소한 공간들을 지속적으로 소개한다.
글·유동현 본지 편집장 사진·김성환 포토저널리스트
행정구역에 관계없이 신포시장 일대와 자유공원 아래 그리고 차이나타운 못미친 지역을 통칭 ‘신포동’이라고 부른다.
원래 이름인 ‘터진개’에서 알 수 있듯이 밖으로 활짝 열려진 이곳을 통해 신문물이 봇물처럼 들어왔던 곳이다.덕분에 당대 모더니스트의 전위에 섰던 김기림을 비롯해 김소월,정지용 등 수많은 문화예술인들이 이곳에서 새로운 조류를 접하기도 했다.
한때 우리나라 문화예술의 자양분 역할을 했던 신포동은 옛 영화를 뒤로 하고 이제 추억을 지나 ‘역사’로 가고 있다.
도시의 중심에서 비켜선 채 역사적 유물처럼 뒷전으로 밀리고있다. 우리는 한동안 이곳을 방치했지만 리얼리티의 삶이오롯이 묻어나는 신포동은 분명 인천만이 가지고 있는 아우라를 느낄 수 있는 동네이다.전축의 턴테이블 속도만큼이나 느리게 돌아가는 신포동.모서리가 닳아버린 수천장의 LP를 보유한 음악카페들이 수십년 째 자리를 지킨 이곳에 최근 저마다의 색채를 가진 커피숍들이 앞서거니 뒷서거니 문을 열면서 시간과공간이 다시 소통하기 시작했다.
# 흐르는 물에 슬픔도 흘려 보낸다
붉은 벽돌벽에 빨간 천막을 머리에 얹은 문이 지나는 길손을 유혹한다. 탄트라는 신포동 지역 음악카페의 맏형답게 현재의 자리에서만 30년 세월을 보냈다. 도시와 함께 늙어간 작은 문화공간이다.
벽 한면을 기득 채운 2천500여 장의 LP판이 이 집의 연조를 단적으로 보여준다.70년대 팝송을 들으며 청년기를 보냈을 올드 보이들과 세대를 넘어 록음악을 좋아하는 젊은이들이 숨겨 논 아지트다.투박한 컬러유리 장식등에서 쏟아져 내려오는 불빛과 올드팝이 어우러져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 혼자 가서도 맥주한잔으로 음악에 흠뻑 빠질 수 있다.
정희성의 시 ‘저문 강에 삽을 씻고’ 첫 구절인 ‘흐르는 것이 물뿐이랴’를 줄여서 간판을 단 음악카페 흐르는 물은 포크송이 흘러나오는 감성적인 공간이다. 7080세대의 코끝을시큰하게 만드는 포크송과 올드팝으로 분위기를 만든다.
오래된 일본식 2층집을 개조한 이 집을 올라갈 때 나무계단에서 나는 삐걱 소리는 금새 옛 추억으로의 기행을 재촉하는 듯 하다.곳곳에 놓여있는 타자기, 전화기 등 퇴물이 되어버린 물건들은 손님들을 타임머신 타고 과거로 돌아가게 하는 소도구들이다. 시를 쓰는 주인장의 센스로 글과 그림, 사진 등이 벽면을 장식해 갤러리의 분위기도 자아낸다. 무엇보다 학창시절부터 틈틈이 모은 1천800여 장의 LP판은 보물 중의 보물. 그 레코드에서 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무수한 사람들이 흐르는 강물에 슬픔도 함께 씻어 버렸으리라.
인천에서 가장 오래 된 재즈카페 버텀라인은 재즈 마니아들의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하는 곳이다. 재즈카페답게 이 집이 갖고 있는 1천500여 장의 LP 중 80% 이상이 재즈음악이다. 실내 벽면에는 온통 재즈 관련 뮤지션들의 사진과 그림이 도배하다시피하고 있다. 토요일 저녁 9시에는 재즈 연주팀이 초청돼 무대에 오른다.
반지하에 테이블이 고작 4개인 바그다드카페는 작은 만큼 안온하다. 얼마 전에 외장을 손보았고 실내도 군더더기 없이 처리해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모던하다. 작은 공간이지만 1천300여 장의 LP가 벽면에 빼곡히끼어있다.
재즈, 팝, 가요 등 다양한 장르의 레코드들이지만 이 집에서는 주로 클래식 선율이 흐른다. 주인장 이경락 씨가 직접 찍었다는 벽면의 사진이 예사롭지 않다. 아니나 다를까 얼마 전에 ‘산책’이라는 이름의 전시회를 열었을 만큼 사진 분야에도 명함을 내놓기 시작한 다방면의 재주꾼이다.
# 커피에‘문화’프림을 탄다
중구 관동1가 1번지. 한때 인천의 심장부였던 곳이다. 커피숍 안단테는100년의 시간을 품고 있는 근대문화유산들 틈바구니에 끼어서 진한 커피향을 내뿜고 있다. 주인이 직접 만든 테이블과 의자, 인테리어가 정겨운 안단테는 지난해 7월 오픈했다. 문을 연 지 얼마 안돼 바로 옆의 아트플랫폼도 개관해 작가와 관람객들의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했다. 문화
유산을 답사하기 위해 ‘안단테’의 속도로 순례하는 사람들의 휴식처로손색이 없는 곳이다.
신포동에서 중앙동 일본 동네로 넘어가는 어귀에 있는 풍선넝쿨은 주인장의 퀼트 솜씨까지 엿볼 수 있는 커피전문점이다. 동갑내기 부부 공무원이었는데 커피마니아인 부인 김서영 씨가 사표를 던지고 일을 저질렀다. 대학 때 중국으로 배낭여행 갔다가 표류하듯 도착한 인천항 주변의 푸근하고 소박한 매력이 원천이 되어 이곳에 터를 잡았다. 원래 인테리어 공방으로 쓰던 곳을 조금만 손질해 오픈해서인지 구석구석세련된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가게 한쪽에 퀼트와 핸드메이드 작업공간을 마련할 만큼 손재주는 이미 주변에 소문이 나있기 때문에 단순한 커피전문점이라기 보다는 동네 사랑방의 역할도 하는 작은 문화공간이다.
홍예문 돌 축대 경사진 언덕에 서있는 히스토리는 ‘이야기가 있는 카페’를 표방한다. 70년 된 일본식 2층집을 개조해 만든 카페라는 것 하나만으로도 이미 이야기가 충분하다. 다락방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는 카페에 들어서면 먼저천정에 눈길이 간다. 모진 풍파를 이겨냈을 굽은 나무로 이어 얹은 대들보와 서까래가 고풍스런공간을 연출한다. 벽면 한쪽에 걸린 홍예문을 배경으로 삼은 현재의 모습과 100년 전의 빛바랜 사진도 시공의 절묘한 교차를 보여준다.
지난해 6월 문을 연 히스토리의 이런 분위기는 드라마 제작자의 눈을 피해가지 못해 여름 내내 SBS 드라마 <드림>의 촬영지가 되었다.어둠이 깔리면 홍예문 주변은 칠흑처럼 변한다. 커피숍 홍예문은 마치 어둠 속의 호롱불 같다. 사시사철 고즈넉한 분위기 때문인지 홍예문 주변에 가면 커피를 마시고 싶은 충동이 인다.
이를 알아챈 것일까, 커피숍 홍예문은 지난 11월에 커피바리스타 손장우 씨가 불을 밝힌 핸드드립 전문 커피숍이다.
이미 압구정동이나 홍대 앞은 아날로그풍의 커피 즐기기가 트렌드가 된 지 오래되었다.6.5평의 작은 공간에서 커피 컨설던트를 꿈꾸며 그는 오늘도 에디오피아 커피를 로스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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