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인천의문화/인천의영화이야기

[영화, 인천을 캐스팅하다] 22. 인사동 스캔들

by 형과니 2023. 6. 21.

[영화, 인천을 캐스팅하다] 22. 인사동 스캔들

인천의문화/인천배경책과영화&문학

2011-10-04 11:12:48

 

 

 

고미술 복원과 복제는 한 끗 차이통쾌하게 한방 먹다

[영화, 인천을 캐스팅하다] 22. 인사동 스캔들

 

 

스캔들이라는 단어는 주로 유명인들의 사생활과 관련지어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인사동스캔들이라니. 인사동은 서울 종로에 있는 동네 이름 아닌가! 금방 떠오르는 인사동의 이미지는 예술적인 거리다. 예술 중에서도 특히 미술과 깊은 관련이 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사설미술관들이 몰려있고 화방과 도자기, 고미술품 전시판매점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동네에서 스캔들이 일어난다면 그 주인공은 누굴까?

 

영화가 관객들에게 주는 즐거움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배우를 보는 즐거움도 있고 새로운 장소에 가보는 즐거움도 크다. 거기다 또 하나 추가하자면 새로운 분야에 대한 지식을 알아가는 즐거움이다. 이 경우는 대개 극중 인물들의 직업으로 표현된다. 사실 영화나 소설 같은 줄거리가 있는 작품에서는 주인공들의 직업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겪는 이야기(드라마)는 대개 누구나 상상할 수 있는 범위에서 이루어진다. 이야기가 풀려나가는 과정은 조금씩 다 다르지만 주인공의 직업이 늘 사장 아니면 회사원 또는 두목 아니면 부하라면 얼마나 지루할까. 지금도 수많은 작품들이 세계 도처에서 만들어지고 있지만 그것들은 서로 다른 장소에서 서로 다른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이야기를 만들어낸다는 것 때문에 차별성을 가지는 것이다.

 

세상이 변해가면서 영화 속 인물들의 직업도 변해간다. 과거엔 없던 새로운 직업이 새로운 인물과 사건을 만들어낸다. 이번엔 미술이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미술시장이다. 그런데 이 영화 인사동 스캔들은 고상한 그림이야기가 아니라 그림을 사고파는 장사치들과 사기꾼에 관한 이야기다. 평범한 서민들에게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곳 미술계인사동스캔들을 파헤쳐보면 정말이지 요지경 속이다.

 

우리가 아는 미술계는 그동안 차암단순했다. 먼저 화가가 그림을 그리고 미술관에서 전시를 한다. 그러면 그림을 좋아하는 애호가들이 그림을 사준다. 화가는 다시 그림을 그리고 명성을 얻으면 그림값은 올라간다. 그러다 화가가 죽으면 그림은 돌고 돌아 경매에 나오고 고가의 그림은 재테크의 존재가 될 수 있다. 이만큼 아는 것도 스스로 뿌듯한데 영화에선 그까이 거라고 한다.

 

인사동 미술계의 스캔들을 한번 파헤쳐보자. 스캔들을 일으킨 장본인 두 사람이 있다. 이강준(김래원분)신의 손이라 불릴 정도의 실력을 지닌 미술품 복원전문가이다. 배태진(엄정화분)은 인사동에서 갤러리를 운영하며 좋은 작품을 수집하는 미술계 큰 손이다. 신의 손큰 손은 두 얼굴을 갖고 있다. 이강준은 복원전문가인 동시에 복제기술자이고 배태진은 돈과 명예를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악녀이다.

 

이런 두 사람이 손을 잡았다. 먼저 손을 내민 건 배태진이다. 그녀는 조선 초기의 궁중화가 안견의 벽안도라는 그림을 일본에서 입수하여 이강준에게 복원을 부탁한다. 복원에 성공하면 경매시장에서 400억 이상을 받을 수 있다. 이강준은 배태진이 마련해준 작업실에서 파리 유학파답게 과학적 방법으로 벽안도의 복원작업을 이어간다. 이 복원작업을 따라가면서 관객은 그동안 접하지 못했던 새로운 분야의 지식을 조금이나마 배우는 즐거움으로 약간은 지루한 영화를 참고 볼 수 있다.

 

참고로 복원복제에 대해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한다. ‘복원은 사전적으로 원래대로 회복한다는 것이다. 원제품(오리지날)에 이상이 생긴 걸 수리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복제는 원제품을 보고 똑같이 하나 더 만든다는 뜻이다. 영화에서 이강준이 벽안도복원복제를 어떻게 하는지 들여다보자.

 

고서화를 보면 원형의 변형을 막기 위해 뒤에 종이 한 장을 덧붙인다. 이것을 원접배접이라고 하는데 세월이 흐르면 배접에도 원접의 먹물과 물감이 스며든다. 이 상태에서 두 장의 종이를 각각 분리시키면 두 장의 그림이 탄생하게 되는데 이것이 동양화 복제의 최고경지를 일컫는 상박이 된다. 상박을 하기 전에 원

 

접의 그림이 배접에 똑같이 살아나도록 물을 뿌리는 기술은 회음수이다. 또한 오래된 고서를 구해다 차고 깨끗한 물에 씻어 종이의 먹물을 빼고 흰 종이를 만드는 작업은 세초. 세초한 종이를 항아리에 넣고 풀어서 말린 뒤, 낙엽이나 도토리 삶은 물로 색을 씌우면 영락없는 옛 종이가 된다. 여기에 오래된 한옥의 대들보에 올라가 수백 년 된 먼지를 채집해 뿌려주는 덧씌우기를 하면 과학적 기기도 연대측정이 불가능해진다. 이런 일련의 복제기술을 가진 사람을 떼쟁이라 한다.

 

이렇게 오묘한 복원복제의 세계가 펼쳐지는 고미술계보다 더 복잡한 곳이 인사동미술계이다. 배회장은 거의 폭력조직 두목이상으로 돈과 폭력, 권력을 이용하여 원하는 것을 집어삼키며 경매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또 국내 최대물량을 자랑하는 위작공장이 나오는데 진품으로 둔갑한 위작들이 경매시장으로 들어가 비싼 값으로 낙찰된다. 북한의 가짜 고미술품을 취급하는 조선족과 중국인들도 인사동미술계를 움직인다. 게다가 일본의 미술컬렉터까지 등장하여 가히 인사동미술계는 작품하나로 동지가 되는 곳이다. 일반 옥션과 달리 허름한 창고에서 열리는 사설경매장 구경도 새롭다. 시경 문화재 전담반 형사는 황학동 미술상을 찾아가 마냥 화투를 쳐주며 정보하나 얻으려고 애를 쓴다. 이런 면에서 참으로 다양한 미술계 인맥들을 만날 수 있어서 신선한 재미를 준다.

 

그런데 대개 고미술품은 문화재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국내외 반입과 반출이 제한을 받는다. 여기가 불법이 스며드는 지점이다. 영화 맨 처음 일본에서 숨겨 들여온 벽안도를 빼돌리는 곳은 인천항이고 컨테이너에서 그림을 찾아 숨가쁘게 자동차가 달리던 곳은 인천대교이다. 이제 영화에서 써(?) 먹을 수 있는 장소가 하나 더 생겼다. 인천대교다. 인천대교 역시 인천공항과 마찬가지로 주로 해외에서 들어오는 장면으로 쓰이겠지만 다양한 내용을 위해 촬영되면 좋겠다.

 

인천시민으로서 인천대교에 대한 자부심은 가져도 좋을 듯하다. 영종도와 송도를 연결한 21.38km의 인천대교를 건설하는데 52개월이 걸린 반면 7.42km의 부산의 광안대교를 건설하는데 8년이 걸렸다는 데서 그동안의 엄청난 기술력 향상을 느낄 수 있다. 국제화시대에 대한민국의 경제적 위상을 보여줄 수 있는 새로운 아이콘으로 인천대교가 급부상하는 이유다. 인천대교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자세한 설명과 기념관견학프로그램도 있으니 가족나들이 삼아 다녀오면 좋을듯 하다.

 

영화 인사동스캔들은 잘 아는 것 같지만 잘 모르는 미술계와 고미술 복원과 복제를 다룬 점에서 확실히 신선한 영화다. 그러나 여전히 낯설어 하는 관객에게 처음부터 너무 깊이 들어간 것은 아닌가 싶다. 아예 대놓고 통쾌한그림복제사기활극이라고 홍보 문구를 만든 것 처럼 더 가볍게 이야기를 풀어갔으면 좋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물론 조연배우들의 뛰어난 연기가 여러모로 재미를 준 건 확실하다.

 

그런데 왜 주연보다 조연이 더 빛나는 건지 모르겠다. 다는 아니지만 한국영화를 보다보면 이 생각을 자주하게 된다. 주연은 얼굴로 뽑고 조연은 연기력으로로 뽑는 게 아닌가 말이다. 두 남녀 주인공 김래원과 엄정화는 대사만 있고 연기가 없는 느낌이다. 또 형사역의 홍수현 역시 왜 감독이 캐스팅했는지 정말 알 수 없는 배역이다. 영화 마지막에 이강준이 배태진에게 터뜨린 확실히 통쾌한 사기는 직접 영화를 보며 확인해 보기 바란다.

 

이 영화를 보며 지나간 뉴스가 떠올랐다. 얼마 전 대기업 총수가 화랑을 통해 비자금을 마련했다는 뉴스가 있었다. 화랑주인이 그림을 매개로 비자금마련을 도왔다는 거다. 그림 값은 정가가 따로 없으니 비자금 마련에 더없이 안성마춤일 것이다. 그 참에 화랑주인 역시 딴주머니를 찰 수도 있고. 영화를 볼 때는 실감이 나지 않다가 뉴스를 떠올리자 그럴수 있겠구나 했다. 조금 아는 체를 하자면 이럴 땐 스캔들이 아니고 추문이 맞다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더 이상 ‘00갤러리란 상호에 기죽지말자고도 말하고 싶다. 권양녀 문화사랑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