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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을 데우는 그곳, 소극장

by 형과니 2023. 6. 23.

영혼을 데우는 그곳, 소극장

인천의문화/인천배경책과영화&문학

2011-12-23 13:34:43

 

영혼을 데우는 그곳, 소극장

 

한 해의 끝, 영하로 곤두박질한 기온 따라 마음까지 쓸쓸해진다면 가까운 소극장으로 가자. 진솔하게 펼쳐지는 삶의 이야기 속에 영혼의 온도가 따듯하게 데워질 것이다. 지금 밖에는 매서운 바람이 몰아치고 눈이 펑펑 내릴지라도, 소극장 그 안은 봄날처럼 따사롭다.

 

글 정경숙 본지편집위원 사진 홍승훈 자유사진가

 

꿈이 흐르는 비밀 공간, 떼아뜨르 다락

 

한때 우리나라 문화예술의 자양분 역할을 하던 신포동, 언제부턴가 옛 영화를 뒤로하고 추억의 저편으로 사라지는 듯 했다. 하지만 이곳에 보석 같은 문화공간이 하나둘 생기면서 문화예술이 다시 꽃피기 시작했다. 지난 7월에 문을 연 떼아뜨르 다락도 그 중 하나다.

 

술집과 음식점으로 흥청거리는 거리에 오롯이 숨어 있는 작은 극장. 이 공간을 꾸려가는 이도 고요하고 향기롭다. 백재이씨는 20대에 극단 돌체에 입단해 줄곧 인천의 연극판에서 활동해 온 연극배우다. 예술에 대한 열정으로 살아 왔고 앞으로도 그러할 그이기에, 80석 규모의 작은 이 극장에 부여하는 의미는 각별하다.

 

누구나 혼자만의 공간이 필요해요. 이 곳은 이름 그대로 숨어있기 좋은 다락방이예요. 가끔 삶이 버겁게 느껴질 때 편하게 들려 마음을 뉘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아담한 무대와 갤러리로 꾸며진 다락은 순수 연극을 중심으로 미술, 음악, 영상 등 모든 예술을 아우르며 사람들에게 가까이 다가서고 있다. 그동안 개관 공연 챕터 투(Chapter Two)’를 시작으로 신포동연가’, ‘아내가 집을 비운 사이등을 선보이며 마음에 잔잔한 파동을 일으켰다. 현재 관객으로부터 전해들은 신포동 이야기를 무대에 올릴 계획을 조심스레 실행하고 있다.

 

어릴 적 남몰래 상상의 나래를 펴고 꿈을 키우던 보물창고. 이 작은 다락방이 지친 마음을 다독이고 잃어버렸던 꿈을 되찾아 주리라 기대한다.

 

 

떼아뜨르 다락 777-1959

cafe.daum.net/theatre-dalak

가는 길 지하철 1호선 동인천역에서 내려 신포시장을 지나 신한은행 건물 맞은편에 있는 빨간색 벽돌건물 3.

Tip 다락은 늘 공연이 열리는 곳이고 싶다. 아니 그래야 한다. 그것이 더 많은 사람과 문화를 공유하고 예술을 지탱할 수 있는 길이기에. 그런 의미에서 다락은 대관을 원하는 이들에게 품을 활짝 열어 두고 있다.

 

 

예술은 계속되어야 한다, 돌체

 

인천 소극장의 역사를 이야기하려면 시계바늘을 1979년으로 돌려야 한다. 그 시절 싸리재 고개 근처 기독병원 앞 얼음 공장에 문을 연 돌체가 그 시작이었다. 돌체는 1983년 마임이스트 최규호와 연극배우 박상숙씨가 극장을 인수하면서 오랜 세월 인천연극의 자존심을 지켜 왔다. 한때 폐관 위기에 놓이기도 했으나, 지난 2007년 남구의 지원으로 지상 4층 규모의 최신식 복합공연장 작은극장 돌체로 다시 태어났다.

 

그래도 이 곳은 사정이 좋아 보여요라고 말을 건네니, 박 대표가 그렇게 보이나요?”라며 한숨을 옅게 내쉰다. 아차, 싶다. 남들은 반듯한 외관만 보고 이제 돌체가 자리 잡았다고 말하지만, 황량한 땅 위에 예술의 씨앗을 뿌리고 꽃 피우는 길은 멀고도 험할 것이다.

 

소극장을 운영하면서 이익을 기대해서는 안 돼요. 100석이 채 안 되는 객석을 꽉 채워도 돈이 되기는 어렵죠. 하지만 소극장 공연은 지속되어야 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수준 높은 콘텐츠와 이를 뒷받침하는 지원이 있어야 하죠.”

 

부부는 1984년 극단 마임을 창단해 당시 우리나라에 생소했던 마임을 알리고 후에 마임에 풍자, 마술, 어릿광대 등을 버무린 클라운마임을 창시해 국제 클라운 마임축제로 꽃피웠다. 극단의 수십 년 역사가 녹아내린 축제는 세계 유명 마임이스트들이 참여하는 국제적인 행사로 성장했다.

 

돌체는 바로 나 자신이예요. 그동안 예술을 향한 열정으로 고집스럽게 극단과 극장을 지켜왔지요. 그 소중한 결실이 빛을 발하려면 더 많은 사람의 사랑과 관심이 필요해요.” 아무리 그 길이 험난해도 예술은 계속되어야 한다고 말하던, 여배우의 눈빛이 가슴에 어리어 지워지지 않는다.

 

작은극장 돌체 772-7361

www.clownmime.com

가는 길인천지하철 인천터미널역 5번 출구에서 도호부청사 방향으로 도보.

Tip연극이 일탈과 치유의 매개가 될 수 있다는 게 돌체의 생각이다. 올해로 4회를 맞는 시민참여프로젝트는 자신감을 찾아 주고, 누구나 한번은 꿈꿔 온 배우가 되고픈 소망을 이루어 준다. 이달 1일부터 5일까지는 나의초상이 무대에 오른다.

 

시민이 꽃피운 향기 짙은 문화, 아트홀 소풍

 

인천에서도 얼마든지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주체는 바로 우리다라고 말하는 당찬 사람들이 있다. 아트홀 소풍은 지난 2006년 인천시민문화예술센터가 시민의 기금을 모아 세운 복합문화공간이다. 걸어서 갈 수 있는 우리 동네 극장을 표방하며 연극, 콘서트, 미술·사진 전시 등 다양한 예술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서울 대학로 등에서 작품성과 흥행성을 검증받은 작품을 정기적으로 무대에 올려 호응을 얻고 있다.

 

꼭 서울에 가야만 좋은 공연을 볼 수 있다는 건, 잘못된 생각이예요. 소풍은 인천은 물론 전국 각지에서 좋은 작품을 찾아 무대에 올리고 있고, 이에 대한 관객의 반응도 뜨거워요.”

 

서미혜 팀장은 인천에 좋은 작품을 선보이기 위해 힘써 온 극장의 노력과 이에 대한 시민의 성원을 자랑스럽게 이야기했다. 최근 개관 5주년을 맞아 정의로운 천하극단 걸판의 연극 가족의 발견과 극단 플레이위드의 인천기행등을 무대에 올렸으며, 이달 2일까지는 극장 MIR레퍼토리의 연극 엉클 바냐를 선보인다. 시민의 힘으로 세운 공간답게 소풍은 누구나 편하게 무대에 서고 공연을 즐기며 늘 활기차게 돌아간다. 하지만 도전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지금으로는 부족해요. 극장이 몸살 날 정도로 바쁘게 돌아갔으면 좋겠어요.”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정성스레 꽃피워서 일까, 소풍에 흐르는 예술의 향기는 깊고도 풍부했다.

 

아트홀 소풍 442-8017

cafe.daum.net/ic-sopung

가는 길인천지하철 간석오거리역 9번 출구로 나와 100미터 걸으면 정면에 소풍 간판이 보인다.

Tip시민 연극 프로젝트 누구나 연극하자에 참여하면, 연극 강좌를 듣고 전문 연극인과 함께 무대에 오를 수 있다. 또 문화바람 회원이 되면 프리티켓으로 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

 

 

그 무대의 빛은 결코 꺼지지 않으리, 학산소극장

 

배우의 숨소리와 세세한 떨림까지 살갗에 닿는 생생함, 이것이 바로 연극의 매력이다. 남구 학산문화원에서 운영하는 학산소극장은 연극무대를 연출하기 위한 최적의 시스템을 자랑한다. 최대 140석 규모에 첨단 음향과 조명을 갖추었으며, 좌석을 이동해 무대의 크기와 높이를 조절할 수 있어 무대를 작품에 따라 다채롭게 꾸밀 수 있다.

 

유동적인 공간 활용 시스템을 갖춘 소극장은 전국에서도 찾기 힘들어요. 극장을 운영하는 데 있어 어려움이 많은데, 그래도 이곳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이 무대를 버리지 못해서입니다.”

 

극장을 찾았을 때, 신승일 감독은 다음 공연을 위해 손수 무대를 정비하고 있었다. 그는 훌륭한 무대에 걸맞은 좋은 작품을 선보이고 이로 인해 많은 시민이 극장을 찾는 것이 소망이라고 했다. 좋은 시설을 갖추었음에도 불구하고 서울과 가까운 지역극장이라는 한계로 관객으로부터 외면 받고, 이로 인해 콘텐츠가 부족해지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 그는 그럴수록 문화예술에 많은 사람의 관심과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극장도 어려운 현실에 맞서 안타깝지만 나름의 강구책을 내놓았다.

 

무대에 늘 불이 켜져 있어야 극장이 살 수 있어요. 그렇기에 할 수 있는 선에서 작품을 많이 내놓으려고 해요. 그 힘으로 좋은 작품을 무대에 올릴 수 있도록.” 누군가는 행사대관이 잦아지는 극장을 보고 예술공간으로서 본래 취지를 잃어 가는 게 아니냐 염려한다. 하지만 이는 극장을, 예술을 살리려는 몸부림이다. 그 무대의 빛이 꺼지지 않기 바라며, 지금 극장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학산소극장 866-3993

www.haksanculture.or.kr

가는 길인하대 후문 가는 길, 옛 용현4동 주민센터 4층에 위치한다.

Tip극장에서는 배우공동체 자투리의 기획공연을 비롯해 변형 가능한 무대를 활용한 타악 퍼포먼스, 아이들을 위한 인형극 등이 다채롭게 열린다. 이달 5일부터 10일까지 예술무대 크리스마스캐럴이 관객을 찾아간다.

 

 

그날의 영광을 그리며

인천의 소극장 문화, 다시 꽃피다

 

인천은 우리나라 문화예술의 역사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도시다. 협률사(協律舍)1885년 우리나라 최초로 세워진 공연장으로 서울의 협률사보다 7년을 원각사보다 14년을 앞섰다. 이곳에서 공연한 신파극 육혈포 강도는 인천 신 연극의 효시였다. 협률사는 이후 축항사로 이름을 바꾸고 애관으로 다시 세우면서 연극을 계속 무대에 올렸다.

 

연극 전용 소극장은 1979, 중구 경동에 반 지하 공간에서 돌체가 생기면서 시작됐다. 이후 인천은 연극이 대중화된 60년대를 거쳐 소극장 문화가 전성기를 이룬 7, 80년대에 10여 개에 이르는 극단이 창단되면서 우리나라 문화예술의 한 뿌리를 이뤘다. 하지만 관객과 극단의 외면으로 80년대 후반부터 극장이 하나둘 사라지더니 90년대 초반에는 거의 문을 닫기에 이른다. 하지만 다행이도 최근 소극장 문화가 다시 꽃피고 있다. 인천에는 현재 인천연극협회 소속 열다섯 극단이 활동하고 있으며 예닐곱의 소극장이 운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