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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문화/인천배경문학,예술,문화

'인천(仁川)에 제물포(濟物浦), 이름난 곳'

by 형과니 2023. 7. 2.

'인천(仁川)에 제물포(濟物浦), 이름난 곳'

인천의문화/인천배경책과영화&문학

2019-07-09 14:27:46

 

'인천(仁川)에 제물포(濟物浦), 이름난 곳'

 

개항 전, 인천은 조용한 어촌마을이었다. 1883년 인천의 개항은 이전과 달리 이곳에 많은 변화를 가져 왔다. 그래서 이처럼 변화된 현실상황은 당시 인천을 배경으로 창작된 여러 문학작품들에서도 반영돼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다.

 

먼저 1920년대 한국현대시사에서 대표적 시인 중 한 사람으로 꼽히는, 소월(素月) 김정식(金廷湜, 1902~1934)의 시 <>에서는, 당시 인천 제물포가 세상에 널리 알려져 있었다는 점을 파악할 수 있다.

 

홀로 잠들기가 참말 외로워요/ 맘에는 사무치도록 그리워와요/ 이리도 무던히/ 아주 얼굴조차 잊힐 듯해요.// 벌써 해가 지고 어두운데요,/ 이곳은 인천(仁川)에 제물포(濟物浦), 이름난 곳,/ 부슬부슬 오는 비에 밤이 더디고/ 바닷바람이 춥기만 합니다.// 다만 고요히 누워 들으면/ 다만 고요히 누워 들으면/ 하얗게 밀어드는 봄 밀물이/ 눈앞을 가로막고 흐느낄 뿐이어요. - <> 전문

 

이 시는 19222개벽지에 발표된 작품인데, 여기서는 "인천에 제물포, 이름난 곳"이 시의 공간으로 설정돼, 거기서 더욱 크게 느끼게 되는 외로움 또는 그리움 등의 심사가 잘 드러나는 것을 감지할 수 있게 된다.

 

또한 '한국 미학의 선구자'로 일컬어지기도 하는, 우현(又玄) 고유섭(高裕燮, 1905~1944)의 시 <해변에 살기>에서는 작자가 태어나서 자란 고향으로서 인천의 모습이, 현재의 시점에서만이 아니라 그 먼 옛날의 그것과 연관되어 역사적으로 표현돼 있어, 더욱 관심을 끈다.

 

고인(古人)의 미추홀(彌鄒忽)은 해변(海邊)이지요/ 그러나 성()터는 보지 못해요/ 넘집는 물결이 삼켜 있다가/ 배앗고 물러갈 젠 백사(白砂)만 남어요

 

나의 옛집은 해변(海邊)이지요/ 그러나 초석(礎石)조차 볼 수 없어요/ 사방(四方)으로 밀처드난 물결이란/ 참으로 슬퍼요 해변(海邊)에 살기 - <해변(海邊)에 살기> 부분

 

이 시는 1925문우지(文友誌)창간호에 소개되었는데, 첫 행에 쓰인 '소성'과 같은, 인천의 옛 지명은 신라 경덕왕 때부터 불렸던 것이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본다면 이 시에서는 사적(史的)으로는 이처럼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지만, ()터와 같은 그 먼 옛날의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는 이곳에서 태어난 작자가 자신의 옛집 초석마저 볼 수 없는 슬픈 심정을 시로써 나타낸 것으로 이해된다. 더욱이 지형적으로 해변에 위치해 "사방으로 밀처드난 물결"로 표상되는 외세의 침략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던 여기서의 삶의 실상이, 이 시에는 잘 표현돼 있는 것이다.

 

한편 192721일 진종혁이 주도해 인천에서 창간한 문예잡지 습작시대1호에는 파인(巴人) 김동환(金東煥, 1901~ ? )의 시 <월미도 해녀요>가 수록돼 있는 것이 눈에 띈다.

 

놀 저물 때마다 멀어지네 내 집은/ 한 달에 보름은 바다에 사는 몸이라/ 엄마야 압바가 그리워지네// 진주야 산호를 한 바구니 캐서/ 이고서 올 날은 언제이든가/ 고운 천 세 발에 나룻배 끌올 날 언제던가// 보면 볼사록 멀어지네 내 집은/ 엄마야 압바야 큰애기라 부르지 마소/ 목이 메여 배따라기조차 안 나오우 - <월미도 해녀요> 전문

 

3음보(音步) 율격의 민요 형식을 통해 이 시에서 시인은 당시 부모 곁을 떠나 월미도에서 해녀 활동을 해야 했던 소녀를 주된 대상으로 그녀가 지닐 수밖에 없었던 그리움의 정서를 시로써 나타낸 것을 볼 수 있다.

 

이처럼 1920년대 인천을 배경으로 창작된 세 편의 시에서는, 그 이전의 조용한 어촌마을에서 변화돼 가는 인천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개항 후 인천에 제물포는 이름난 곳이 되었고, 이후 이들 시가 발표된 지 100년이 다가오는 현재, 국제도시 인천에서 과거 해변과 해녀의 모습은 더이상 보기 어렵다. 그러면 이와 같은 변화를 어떻게 수용해야 하겠는가? 인천항 개항 133주년에 이른 이 시점에서 이들 시를 다시 읽는 중요 이유 중의 하나는 바로 이 때문이다. /황규수 문학박사·동산중 교사

 

인천일보, INCHEONILBO 2016.0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