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항 - 박 인환
인천의문화/인천배경책과영화&문학
2021-11-06 23:54:04
인천항 - 박 인환
사진잡지에서 본 홍콩[香港]야경을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중일전쟁 때
상해부두를 슬퍼했다.
서울에서 삼천 킬로를 떨어진 곳에
모든 해안선과 공통되어 있는
인천항이 있다.
가난한 조선의 프로필을
여실히 표현한 인천항구에는
상관(商館)도 없고
영사관도 없다.
따뜻한 황해의 바람이
생활의 도움이 되고저
나푸킨같은 만내(灣內)로 뛰어들었다.
해외에서 동포들이 고국을 찾아들 때
그들이 처음 상륙한 곳이
인천항구이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은주(銀酒)와 아편과 호콩이 밀선에 실려오고
태평양을 건너 무역풍을 탄 칠면조가
인천항으로 나침을 돌렸다.
서울에서 모여든 모리배는
중국서 온 헐벗은 동포의 보따리같이
화폐의 큰 뭉치를 등지고
황혼의 부두를 방황했다.
웬 사람이 이같이 많이 걸어다니는 것이냐.
항부(航夫)들인가 아니 담배를 사려고
군복과 담요와 또는 캔디를 사려고―
그렇지만 식료품만은 칠면조와 함께 배급을 한다.
밤이 가까울수록
성조기가 퍼덕이는 숙사(宿舍)와
주둔소(駐屯所)의 네온사인은 붉고
짠그의 불빛은 푸르며
마치 유니온 작크가 날리는
식민지 홍콩[香港]의 야경을 닮어간다
조선의 해항(海港) 인천의 부두가
중일전쟁 때 일본이 지배했던
상해의 밤을 소리 없이 닮어간다.
신조선 1949.4
'인천의문화 > 인천배경문학,예술,문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늘도 평화로운 '인천 스텔라' (0) | 2023.07.06 |
---|---|
흑인부대 - 배 인철 (0) | 2023.07.06 |
가을영혼의 은신처 신포동 버텀라인 (0) | 2023.07.05 |
평생아자지(平生我自知) - 고 유섭 (0) | 2023.07.05 |
눈 내리는, 양키시장/이설야 (0) | 2023.07.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