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조 [落照] / 김 동석
인천의문화/인천배경책과영화&문학
2021-12-11 09:41:21
낙조[落照] / 김 동석
시방 우리는 월미도 다리를 걸어가고 있다. 서에서 북으로 길게 금빛 구름이 걸려 있는 것이 꼭 황금 다리 같다.
“백마를 타고 저 위를 달렸으면…….”
하고, 처는 낭만조로 말했다. 곳이 곳인지라, 집에서는 시집살이에 부엌데기 노릇밖에 못하는 위인이 제법 시인이 된 모양이다. 사실 이렇게 위로 출장으로 데리고 나온 뜻은 산문적인 생활에서 잠시 그를 해방시키고자 함이었다.
나는 말대꾸도 하지 않고 영화촬영기처럼 고개를 돌리면서 그 구름을 끝에서 끝까지 망막에 찍었다. 석양이 막 떨어진 자리는 시뻘겋게 불탔다.
간조였다. 그래도 고랑에는 물이 남아 있었다.
일몰 때는 시간의 흐름을 초일초 눈으로 볼 수 있다. 황금 다리가 점점 변하여 구릿빛이 되었다가 다시 이글이글한 숯불이 되었다. 그것은 하루 최상의 정열이었다. 그러나 순간에 식어서 재가 되고 말았다. 불과 몇 분 전에 금색 찬연하던 구름이 기차가 남기고 간 연기처럼 되어 남고 말았다.
“달이 떴네.”
하고 처가 돌아보기에 나도 돌아보았다. 아진 어둡지 않은 동천에, 아래 한 모서리가 흐릿하게 흠집이 있는 둥근달이 높이 솟아 있었다.
오른편에서 하루의 종막을 보자마자 왼편에서 등장해 있는 밤의 여왕을 본 것이다. 우리는 밤과 낮의 경계선을 걸어가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달이 개고랑들을 헤엄쳐서 우리가 걷는 대로 따라왔다. 물이 얕고 좁아서 달은 그 둥근 형태를 갖추지 못했다.
하늘에는 아직 별 하나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수평선에서 등댓불이 반짝이는 것이 보였다. [해변의 시 /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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