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포동에서 / 임 평모 , 또다시 신포동에서 / 임 평모
인천의문화/인천배경책과영화&문학
2021-12-15 16:28:09
신포동에서 / 임 평모
주점가 신포동
번잡을 피해 골목길
후미진 목로집에서
홀로 대포잔을 기울인다
네온싸인 반짝이는
딴 세상 같은
대형 디스코텍을 바라보며
좀은 나이들어 외로와 뵈는
술집 아저씨와 대작을 하노니
매립의 화석지대
땅속 조가비들의 절규가 들린다
의료시인 임평모의 ‘신포동에서’이다. 그는 다시 신포동을 노래한다. 가난한 문인들을 노래한 ‘또다시 신포동에서‘이다. 신포동에서 지고새며 노래하다 간 작고 시인들을 들먹인다.
하긴 신포동을 노래한 이가 임시인만은 아니다. 최병구도 손설향도 한상억도 신포동을 노래했다. 손설향은 “백항아리집”을 한상억은 “타지도 않은 목을 적시기 위해”를 되뇌인다. 그만큼 신포동은 컬컬한 목을 추기기 위해 찾는 곳이었다.
그곳에는 대폿집이 많았다. 그곳에서 문인들은 밤이 깊는 줄도 밤이 새는 줄도 모르고 마셔댔다.
그래서 신포동은 밤이 없으며 잠이 없는 곳이었다. 밤이 깊었어도 잠이 없으니 그것은 밤이 아니었다. 서슬이 퍼럴 만큼 통금시간이 엄격했던 시절에도 어느 구석에선가 취한 아우성이 흘러나왔다. 밤이 새도록 2차 3차를 섭렵하고도 모자라 꼭두새벽에 아직 열지 않은 해장국집 빈지를 걷어차는-그래서 신포동에는 밤이 없었다.
그렇듯 시끌하던 신포동이 조용하고 불꺼진 밤이 된지 오래다. 정확히는 90년대말 유행의 첨단으로 진열되던 패션가로 변신하면서부터였다.
이전의 시끌하던 대폿집이나 이야기꽃을 피우느라 ‘신포일보’로 불리우던 다방들이 모두 옷집으로 바뀌면서 지금 신포동의 밤거리는 불빛만 휘황할뿐 조용하다.
대낮처럼 불밝히고 고성능의 스피커가 요란하지만 실은 깊은 잠에 빠져 있는 것이다. 그처럼이나 꽉 차 보이던 신포시장도 전같지가 않고 한산하다. 임시인의 싯귀 “매립의 화석지대”는 참으로 적절한 표현이다. 글쓴이 / 오 광철
2010년 시가 있는 중구풍경 사진전에서 '또다시 신포동'에서를 낭송하고 있는 임평모 시인
또다시 신포동에서 / 임평모
신포동은 못다 풀고 간 혼령들이 떠도는 곳
병구*가 겪은 번뇌의 환상 그 영구차는
여전히 길 건너 가로수를 만지며 지나가고
가난한 문인들의 쉼터 지금은 없어진 미미집
석인*이가 “돌아오네”를 “돈 나오네”로 바꿔 부르던
비장한 목청의 그의 18번 노래 귓가에 들려온다
아직도 남아 있는 신포 주점에 가면
얼큰히 취한 효은*이의 처절한 육자배기 가락
보이지 않은 손으로 대폿잔을 흔든다
사람은 가도 추억은 남는구나
갈매기 옛 새 갯나루 떠났지만
지금도 그 영혼들 신포동을 맴돌고 있다
낙엽마저 다 떨어지고 나면
그들도 가는가
신포동은 새 옷을 갈아입어도
씻김굿의 흰옷이다.
*인천의 작고 시인들 : 최병구, 이석인, 이효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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