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금풍양조장
멋있는 술을 빚는, 멋있는 공간 금풍양조장
금풍양조장은 길상면 온수리에서 3대째 이어져 오는 양조장이다. 양태석 대표는 할아버지 양환탁, 아버지 양재형의 대를 이어 양조장을 운영하고 있다. 양 대표의 할아버지가 1969년에 인수했고, 아버지 양재형 씨를 거쳐 3대째 이어온다.
작년 10월에는 1931년 건립된 금풍양조장이 인천시 등록문화재로 등재되기도 했다. 금풍양조장에서 나오는 술은 강화도 전통주의 역사이자 100년 전통의 막걸리는 강화도 최고의 친환경쌀로 빚어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강화 안팎에서 소문난 곳, 금풍양조장을 찾아가봤다.
“저희 할아버지가 온수리에서 정미소를 크게 하면서 금풍양조장을 인수하셨습니다. 할아버지의 지인인 김학재라는 할아버님이 금풍양조장 창업주였고, 그분한테 인수했어요. 할아버지는 쌀, 술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다 보니 술 사업까지 시작하셨던 것 같습니다.”
양태석 대표는 2020년에 아버지를 이어 본격적으로 맡았다. 금풍양조주식회사. 양 대표는 2018년부터 하나둘 준비를 해서인지 금풍양조장은 콘텐츠가 살아 있었다.
금풍양조장은 인스타를 비롯해 SNS활동이 활발하다. 양 대표는 20년 동안 기획 분야 일을 했고 지금도 활동하는 중이라서 광고나 홍보에 일가견이 있다.
“20년 동안 기획 일을 했고, 지금도 하고 있어요. IT관련 일을 18년 정도 했습니다. 이 일을 하기 전에 아버지하고 상의를 많이 했습니다. 저만의 컨텐츠로 운영하고 싶었습니다.”
그는 또 일이 많지만 재미있다고 했다. “제조업만 하고 싶지 않습니다. 제조업을 기반으로 한 콘텐츠 사업, 플랫폼으로 잡으면 충분히 매력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18년 동안 해 온 일이 그쪽이고, 물론 쉽지 않은 길이지만 재미있고 욕심도 납니다. 다행히 기획한 일을 모두 좋아해 주셔서 힘이 납니다.”
공간에 대한 풍성한 이야기
금풍양조장은 스토리텔링이 강하다. “술 이야기는 많이 안 합니다. 금풍양조장은 100년 전에도 이 자리에 있었고, 다만 술 만드는 사람은 바뀌었습니다. 술 만드는 방법도 그때마다 다르고, 술을 만드는 분들은 그때그때 최선을 다해서 가장 좋은 재료로 술을 빚었습니다. 술 이야기는 다음 세대에 가면 어떻게 바뀔지 모르고, 더 좋은 방법으로 만들어질 것입니다. 저는 이제 술은 콘텐츠라고 생각합니다.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더 많이 나누죠. 지금 보여줄 수 있는 걸 합니다. 술에 대한 관심이나 궁금증 쪽으로 풀어나가려고 합니다.”
그래서인가, 금풍양조장에 가면 번뜩이는 기획이 빚어낸 성과물로 눈이 호사를 누린다. 술 포장부터 다르다. 양 대표는 강화가 외지 사람이 많이 찾는 관광지라는 데 초점을 맞췄다. 금풍양조장에서 나오는 술이 단순히 막걸리사업이 아니라, 맛있어 보이고 맛있는 술을 쇼핑하러 오는 곳으로 만들고 싶었다.
그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강화에 사는 사람들을 많이 만난다. 여러 팀과 미팅도 하고, 그 와중에 업사이클링하는 사람을 만나서 멋진 포장도 생각해 냈다. 강화에 있는 카페 사장님한테 커피 포대를 얻어서 포장을 한 것. 그래서 양조장 벽에는 함께하는 카페 이름이 써 있다.
인터뷰를 진행하는 내내 금풍이가 함께했다. 금풍이는 2021년 2월 5일, 추운 겨울날에 양조장 앞에 있던 강아지. 양 대표 아버지가 추위에 떠는 금풍이를 데려왔고, 그 뒤로 주인이 나타나지 않아 한 가족이 된 것.
“사람들이 금풍이를 좋아한다. 특히 길상초등학교 어린이들이 예뻐한다.” 금풍양조장의 마스코트인 금풍이는 이름대로 표정이 풍부하고 여유롭다. 금풍(金豊). 햇살이 따사롭고 마음이 넉넉한 곳. 그 문앞에서 어린이들이 금풍이를 쓰다듬고 함께 어울리는, 그래서 보는 이의 마음이 넉넉해지는 곳이다.
성년의 날, 3대 방문객을 위한 행사 등 다양해
행사도 다양하다. 우선 성년의 날 행사. 양 대표는 양조장을 하기 전부터 꼭 하고 싶던 일이었다고. “성년이 되는 친구들이 인생에서 첫 술을 저희 술을 입맛으로 들이면 어떨까 싶었습니다. 제가 예전에 친구들을 데리고 오면 아버지가 술을 주셨을 때가 떠올라요. 부모님이 따라주는 술, 첫 술을 부모님한테 배우면 주사가 없다잖아요. 술 마시고 난장을 피우면 보기 불편하잖아요. 예전부터 내려온 당시의 시대상. 그런 걸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양 대표는 이 사업을 내년부터는 좀 더 본격적으로 해 볼 생각이라고.
그 이야기를 듣다 보니, 어린 시절 막걸리 심부름할 때가 떠올랐다. 막걸리 심부름을 하면서 한 모금씩 마셨던 기억. 동네 가게에서 주전자째 술항아리에 넣어 담아주는 바람에 너무 출렁댔고, 쏟아지는 술이 아까워 마셨는데. 양조장에서 풍겨나는 막걸리 냄새가 새삼 옛날을 소환했다.
금풍양조장에는 3대를 위한 선물도 있다. 3대가 방문하면 세대별로 선물을 준다고. 조부모에게는 금풍양조 막걸리, 부모님에게는 3대 가족사진, 손자손녀에게는 아인술페너 또는 라이스께끼를.
양 대표 이야기를 들으면서 선물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3대가 함께 여행하는 여유로움과 넉넉함을 존중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핵가족 시대라 해도 때때로 할아버지 할머니와 여행하는 손자손녀는 그 기억이 오랫동안 갈 것 같아서였다. 3대가 함께하는 일은 얼마나 소중한가.
앞서 밝혔듯이, 금풍양조장은 온수리 길상면에 있다. 길상(吉祥). 양 대표는 길상이라는 지역브랜드를 잘 활용한다. “예전에 전등사 큰스님이 오셔서 길상의 의미를 알려주셨어요. 운수가 날 조짐, 경사가 날 조짐이라고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저희는 손님들이 금풍양조장에 와서 좋은 기운을 받아가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술, 하면 미각으로 생각하지만, 손님들이 맛있는 술보다는 멋있는 공간, 멋있는 술로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양 대표 말대로 오감으로 술맛을 느끼면 다시 찾을 수밖에 없는 멋진 공간이 될 것 같았다.
꼭 들러보고 싶은 곳으로
양태석 대표는 강화에서 나고 자라다가 커서 다시 강화로 왔다. 이른바 연어족. “제가 처음에 내려온다고 했을 때 아버지는 선뜻 해봐라 하지 않으셨어요. 워낙 제조업이 힘들고, 제가 기획 쪽 일만 하던 사람이라. 하지만 피티 자료를 보여드리자 하자, 해보자 하면서 힘을 주셨습니다. 지금도 누군가에게 선물할 일이 있으면 정가로 사시죠.”
양 대표에게 고향에 내려와 일하는 게 어떠느냐고 물었다. “좋죠. 강화가 고향이고, 한 집 건너 친척집이고. 막상 사업한다고 내려와 보니 강화가 정말 매력적인 곳입니다. 물론 경험치를 갖고 내려와서 더 좋은 점도 있구요. 무엇보다 주변에 있는 분들이 관심 어린 눈으로 지켜봐 주십니다. 그래서 고맙고 더 잘 해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지나다가 화단에 풀을 뽑아주시면 그게 자극이 되기도 합니다.”
양 대표는 오늘도 할 일이 많다. 전통주가 전체 주류시장의 1% 정도밖에 되지 않지만, 관광 쪽으로 술과 함께 강화도를 홍보할 계획이다. 해외 진출도 준비하고, 체험을 상품으로 만들 생각이다. 내년에는 2층을 대대적으로 리모델링해야 하고, 양조장의 문화를 방문객에게 보여주고, 술을 어떻게 만드는지도 알려주고 싶다. 한발 더 나아가 외국인이 한국에 들어오면 금풍양조장에 한 번 들러야겠다고 생각하게끔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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