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관련 대중가요의 몇 가지 양상
/ 장유정 단국대학교 교양교육대학 교양학부 교수
광복 이전에 발매된 유성기 음반 중에 인천과 관련된 노래는 어떤 노래가 있으며 얼마나 될까? 일단 제목이나 노래 가사에 인천과 관련된 지명이 등장하는 노래의 목록을 제시하면 다 음과 같다.
〈월미도〉 (우영식 노래, 일동축음기주식회사, 1927년)
〈신흥타령〉 (석금성 노래, 태평, 1934년)
〈월미도〉(은호 작사, 은철 작곡, 최선 · 이화자 노래, 뉴코리아, 1936년)
〈꽃구경 가자〉 (유일 편곡, 조송강 노래, 리갈, 1936년)
〈월미도〉(이서한 작사, 이용준 작곡, 최남용 노래, 태평, 1937년)
〈캠핑전선〉 (박영호 작사, 손목인 편곡, 남인수 노래, 오케, 1937년)
〈애수의 제물포〉 (박영호 작사, 손목인 작곡, 남인수 노래, 오케, 1937년)
〈항구의 블루스〉 (처녀림 작사, 복부양일 작곡, 박향림 노래, 콜럼비아, 1939년)
〈정열의 수평선〉 (김다인 작사, 이용준 작곡, 유종섭 노래, 콜럼비아, 1939년)
〈비련의 청춘항〉(산호암 작사, 어용암 작곡, 김영춘 노래, 콜럼비아, 1940년)
〈꿈꾸는 항구선〉 (처녀림 작사, 이재호 작곡, 백년설 노래, 태평, 1940년)
〈빛나는 수평선〉 (김다인 작사, 이재호 작곡, 김해송 노래, 콜럼비아, 1941년)
〈꿈꾸는 눈썹〉 (불사조 작사, 김교성 작곡, 북해낭 노래, 태평, 1941년)
〈 연평 바다로〉 (남해림 작사, 김준영 작곡, 이규남 노래, 콜럼비아, 1941년)
이상이 제목과 가사 등으로 찾아서 정리한 인천 관련 대중가요의 목록이다. 더 샅샅이 찾으면 인천 관련 노래를 찾을 수 있겠으나 현재로서는 최선이라 할 수 있다. 대중가요 외에 인천을 배경으로 해서 이야기가 전개되는 음반극 〈비오는 포구〉 (영화설명, 김병철 작, 김일 성 연주, 리갈, 1936년)가 있으나, 항구에 구체성을 부여하고 이야기의 비극성을 강조하기 위해 '인천' 항구라는 구체적인 지명이 등장한 것인지라 여기에 그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기는 어렵다.
광복 이전에 발매된 대중가요가 약 4천여 곡이라 할 때, 인천 관련 노래가 14곡 정도라 는 것은 결코 많은 숫자가 아니다. 하지만 여타 지역 노래 중에 한 번도 거론되지 않은 지명이 있는 것과 달리, 인천을 언급한 노래가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선 제목에서 드러나는 특징은 '월미도와 '제물포가 자주 등장한다는 것이다. 광복 이후에 발매된 대중가요 중 인천 관련 대중가요가 직접적으로 '인천을 언급한 것과 달리, 광복 이전에 나온 노래들은 대체로 '인천'보다 '월미도와 '제물포를 선호한 것이다. 섬의 생김새가 반달의 꼬리처럼 휘어져 있는 것에서 지명이 유래한 '월미도는 1900년대 초까지 부천군 영종면에 속했다가 1914년 9월 1일에 인천부에 편입되었다. 그런데 이곳은 인천항의 개항 전후에 외세의 각축으로 수난을 겪었고 일제강점기에는 한때 군사기지로 이용되기도 했다. 제물포'도 마찬가지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제물포도 일제강점기 일본 수탈지역의 거점으로 사용된, 한이 서린 장소인 것이다. 말하자면 월미도와 제물포는 일제강점기 내내 여러 의미로 문제적인 장소였고 그에 따라 노래에도 많이 등장했다.
한편 음반만을 놓고 볼 때 가장 이른 시기에 발매된 인천 관련 노래로는 우영식이 노래해서 1927년에 발매된 〈월미도〉를 들 수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음원과 가사를 아직까지 찾을 수 없어 그 구체적인 모습을 알 수 없다. 〈월미도〉 를 노래한 우영식도 〈월미도〉 를 비롯해서 〈강명화가〉, 〈기생경계가〉 등 약 6곡의 노래를 취입했으나 그 사람 자체에 대해서는 아직 까지 별로 알려진 바가 없다.
그런가 하면 인천 관련 노래는 인천만을 배경으로 한 노래와 다른 지역과 더불어 인천을 거론한 노래로 나눌 수 있다. <비련의 청춘항〉, 〈빛나는 수평선〉, 〈캠핑전선〉 , 그리고 〈신흥타령〉 은 모두 '인천'과 함께 다른 지역이 등장하는 대표적인 노래들이다. 예를 들어 3절로 이루어진 〈비련의 청춘항〉 은 절마다 각각 원산 항구, 부산 항구, 인천 항구가 등장하여 비극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노래이다.
〈캠핑전선〉과 〈빛나는 수평선〉 도 마찬가지이다.
"강화도 부는 바람 수평선을 구기고 엉키고 부서지는 무지개는 고와라
갈거나 서해 바다 인천이라 월미도
건건이 팔다리를 모래 속에 익히자" 〈캠핑전선〉 의 2절
"불러라 불러라 청춘의 노래를 바위는 울퉁불퉁 우리들은 놉세다
가잔다 가잔다 월미도로 청춘의 바다 타오르는 모래 속에
부르라 청춘들아” 〈빛나는 수평선)의 3절
〈캠핑전선>에는 유흥 공간이 등장하는데, 1절의 원산 송도원에 이어 2절에 강화도, 인천, 월미도가 등장한다. 〈빛나는 수평선〉 에서도 1절에는 '몽금포가 나오고 3절에 월미도가 나온다. 두 노래 모두 인천 월미도 등을 유흥의 공간이자 청춘의 공간으로 그리고 있는데, 결국 이 두 노래들은 인천을 긍정적으로 묘사하고 있다는 것에서 공통적이다. 그런데 '인천이 '천안 삼거리' 등과 함께 거론된 〈신흥타령>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왜냐 하면 여기에 앞서 살펴본 〈인천아리랑〉 가사의 일부가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천안삼거리 흥 능수나버들은 흥
제멋에 겨워서 흥 축느러젓구나 흥
에루화조타 흥 성화가 낫네요 흥
은하작교가 흥 다문어젓스니 흥
건너나갈 길이 망연하고나 흥
에루화 조타 흥 성화가 낫네요. 흥
인천에 제물포 흥 살기는 조와도 흥
미두군 등살에 나 못살겠구나 흥
에루화 조타 흥 성화가 낫네요. 흥(이하 생략)
<신흥타령>
일명 '천안 삼거리' 로도 불리는 '흥타령'은 충청도의 민요로 알려져 있으나 그 곡조는 굿거리장단에 종지음이 도인 5음 구성의 경기민요에 가깝다고 한다. 특히 한말에 평양 감사를 지냈던 조성하(趙成夏)의 악정(惡政)을 당시의 백성들이 원망해서 부르던 노래였는데, 1894년 갑오개혁 이후에 널리 불렸다고 한다. 그렇다면 '인천아리랑'의 곡조가 '흥타령'의 곡조와 유사하다는 추론을 해볼 수 있다. 비록 그 후렴은 각각 “아리랑"과 "에루화 좋다 흥"으로 다르지만, '신찬 조선회화에 실린 인천아리'> 가사에 흥이 계속 등장하는 것에서 이런 추론이 가능한 것이다. 게다가 1934년에 발매된 〈신흥타령〉 에 '인천아리랑'의 가사 일부가 들어간 것에서도 〈인천아리랑〉과 〈흥타령>의 관련성을 짐작해 볼 수 있다.
한편, 인천을 청춘의 유흥 공간으로 다룬 노래가 있는가 하면, 이별의 공간으로 그린 노래들도 있다. 대체로 항구도시는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가는 곳인지라 만남과 이별이 그만큼 잦은 곳이기도 하다. 특히 바다를 사이에 두고 헤어지는 것은 육지에서 헤어지는 것과는 다른 느낌을 자아내기도 한다. 육지처럼 내 발로 갈 수 없다는 점에서 항구에서의 이별이 전해 주는 슬픔은 육지에서의 그것보다 훨씬 깊게 느껴지는 것이다. <항구의 블루스〉와 〈애수의 제물포>는 인천 제물포를 이별의 장소로 그린 대표적인 노래이다.
카덴을 거두어라 제물포가 보인다 눈 싸인 부두 우엔 황혼이 왔다.
붉은 불 푸른 테푸 오색꿈을 실고서 오늘밤 저 배들은 어데로 가나
넘치는 그라스여 휘두르는 수건이여 고달푼 부루스에 밤이 밥부다.
닷줄을 팔에 거니 떠나기가 설구나 한 만은 마도로쓰 이별에 운다.
허기는 항구마다 사랑이야 잇스나 이별에 울어야 할 밤도 있단다.
꿈꾸는 눈동자여 울음 짓는 밤이여 고달푼 부르쓰가 진정 설구나
〈항구의 블루스〉
제물포 궂은비는 이별에 눈물 닻 잡고 느껴 우는 지아비 눈물
아득한 물길 위에 노을이 타거든 아, 임 그려 우는 이의 가슴인줄 아시오
제물포 실안개는 이별의 하소 손잡고 느껴 우는 아낙네 눈물
캄캄함 파도 위에 비바람 치거든 아, 임 그려 우는 이의 마음인줄 아시오
제물포 조각달은 깨여진 사랑 남북을 넘나리는(넘내리는) 후조(철새) 같아라
깊은 밤 부두 위에 물새가 울거든 아, 피자에 임 부르는 푸념인 줄 아시오
〈애수의 제물포〉
1938년에 박향림이 노래한 〈항구의 블루스>는 일본의 인기가수 아와야 노리코가 부른 〈와카레노 블루스,이별의 블루스)〉(후지우라 코우(藤浦) 작사, 핫토리 료 이치(服部良一) 작곡, 빅타, 1937년)의 번안곡이다. 1937년에 발발한 중일전쟁 이후에 일본에 허무주의와 퇴폐주의가 만연하면서 블루스 계열의 노래가 유행했고, 그것이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끼쳤다. 그 때문에 1930년대 후반에 우리나라에도 블루스 계열의 노래들이 나왔는 데, <항구의 블루스>도 그 중 한 곡이다. 항구에서의 서글픈 이별을 고달프고 서럽게 표현한 <항구의 블루스>는 애상적인 리듬에 비관적인 세계관을 담았는데, (애수의 제물포) 에서도 유사한 세계관을 엿볼 수 있다.
남인수가 노래하여 1937년에 발표한 〈애수의 제물포〉 광고에서는 “남인수 군의 (애수의 제물포)와 송달협 군의 (국경의 버들밭)을 듣지 않고서는 유행가를 논하지 말라"고 적고 있다. 이 노래는 1938년에 남인수가 발표한 〈애수의 소야곡〉 이 큰 인기를 얻기 전, 남인수의 초창기 노래로 주목할 만하다.
전형적인 2박자 단조의 트로트로 이루어진 〈애수의 제물포〉 는 노래 속 화자가 제물포에서 임을 그리워하는 노랫말로 이루어져 있다.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애수의 제물포는 전반적으로 어둡고 슬픈 분위기가 느껴지는 노래이다. 또한 물의 부정적인 이미지가 노래를 지배하고 있기도 하다. 물의 심상을 표현한 단어로는 '궂은 비', '눈물', '실안개', '비바람, 물새 등을 들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어휘들은 임과의 이별과 임에 대한 그리움을 강화시키는 요소로 사용되었다.
요컨대 광복 이전에 발매된 대중가요 중에서 인천을 그린 노래들은 대체로 월미도와 제물포에 집중되는 경향을 보여주었다. 이는 광복 이후에 월미도와 제물포보다 '인천' 자체가 노래에 상대적으로 많이 등장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한편 여타 지역과 함께 '인천이 등장해 서 유흥과 향락의 공간으로 인천을 그린 노래도 있었다. 반면에 항구도시에 걸맞게 이별의 슬픔을 노래한 작품도 있었다. 다만 인천의 구체적인 지명이 등장해서 노래에 사실성과 현장감을 부여하긴 했으나, 노래가 인천만의 독특한 질감과 미감을 드러냈다고 보기에는 다소 부족한 면이 있다. 또한 남인수의 (애수의 제물포)를 제외하고는 크게 인기를 얻은 인천 관련 대중가요도 거의 없는 편이라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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