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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이야기

인천 응봉산(오포산

by 형과니 2023. 3. 25.

인천 응봉산(오포산

仁川愛/인천이야기

 

2007-03-04 15:34:23

 

[인천/경기 이곳을 아시나요]인천 응봉산(오포산)

 

인천 토박이들은 인천 자유공원을 둘러싸고 있는 응봉산(鷹峰山)

아직도 오포산(午砲山)이라고 부른다. 풀이하면 정오에 포를 쏘아 올린 산이라는 뜻.

 

90여년전 오포산에서는 매일 낮 12시면 어김없이 , 하고 대포소리가 울렸다.

시민들은 이 대포 소리를 듣고는 일제히 밥먹고 합시다라고 외쳤다.

 

달리 말해 당시 항만 제철 제분공장 등에서 일하던 근로자들과 주민들은

정기적으로 울리는 이 포소리 덕분에 현대적 의미의 시간 개념을 확실히 갖게 됐다.

()’(111)라는 막연한 시간 개념에서 벗어나

12시라는 시간을 정확히 인식하게 된 것.

 

인천의 향토사학자들에 따르면 오포산에서 포를 쏘아 올린 기간은 19081910.

 

대포소리로 점심시간을 알려 준 기관은 현 중구 전동 25번지 자유공원 북쪽의

제물포고등학교 뒷편에 있던 인천관측소(현 인천기상대).

 

인천시사 등 기록에 따르면 일본 거류민단은

1908년 인천관측소에 정기적으로 시간을 알려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따라 관측소는 고심 끝에 포성’(砲聲)을 이용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중앙기상대로서 기상관측이라는 고유의 업무 외에

주민들에게 시보(時報)를 알리는 기능이 추가된 것.

 

아쉽게도 포가 있었던 위치를 정확히 알려주는 기록은 없다.

 

다만 향토사학자들은 여러 지형 조건을 감안해 볼 때

인천기상대에서 남동 방향으로 200m 떨어진 아카시아 숲에 위치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개항장 역사문화 연구회 이종복대표(41)어른들의 얘기를 바탕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현재 파랑돌 카페 바로 앞 아카시아 숲에 포가 있었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후 1930년대 부터는 기상대에서 포소리 대신 사이렌으로 시간을 알렸다.

사이렌은 낮12시를 기해 12분간 울렸으며 이 소리를 들은

인근의 창영 송림 신흥소학교와 인천여고 인천공립남상업학교(현 인천고)

각 학교들도 일제히 점심시간에 들어갔다.

 

그 뒤 67년 인천소방서는 포가 있었던 부근에 망대(望臺)를 세우고

정오에는 점심시간을, 자정에는 통금시간을 알리는 사이렌을 울렸다.

 

이후 70년대초 라디오 시계 등이 널리 보급되면서 사이렌 소리도 추억속으로 사라졌다.

 

평생을 이 곳에서 살아온 이용식씨(80)

12시에 사이렌이 울려 퍼지면 학생들이 운동장에 뛰쳐 나와 놀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회상했다.

 

한편 인천관측소는 한국전쟁으로 기상관측의 중요한 시설이 대부분 훼손돼

정상적인 기상업무가 어려워지자,

1953년 중앙기상대의 업무를 서울로 완전 이전하게 된다.

지역측우소로 그 기능이 축소된 인천관측소는

1992년 인천기상대로 명칭이 다시 변경돼 90여년간 한 자리를 지키며

인천 앞바다를 굽어보고 있다.

 

차준호기자 run-ju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