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민의 트라우마
仁川愛/인천사람들의 생각
2007-03-10 18:14:56
마음으로 보는 세상-식민의 트라우마
이승욱-닙부타의 숲 상담 클리닉 원장
이웃 잘 만나야 한다는 말이 우리 나라처럼 맞아 떨어지는 경우도 흔치 않을 것 같다.
압도적인 수의 우세를 앞세운 안하무인의 중국과 교활하기 짝이 없는 일본이라는 이웃 사이에서 받은 고통을 생각하면 그렇다는 말이다.
몇 일 늦은 감이 있지만 일본이 저지른 식민의 현재에 대해서 이야기 할 까 한다. 과거가 아니라 현재 진행형에 대해서 말이다.
인간은 누구나 성격적 특질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런 성격적 특질이 너무 강해서 자신은 물론 주변을 힘들게 하고 피해를 준다면 그것을 장애라고 부른다.
성격을 몇 개의 범주로 분류해서 단정짓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지만, 어쩔 수 없이 정신의학계에서는 몇 가지의 성격 장애 진단 기준을 가지고 있다.
한 사회를 의인화하여 이야기하자면, 사실 일본이라는 사회는 제법 심각한 성격장애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 중에서도 범법행위자 대부분이 가지고 있는 반사회적 성격장애의 여러 특질을 말이다.
반사회적 성격장애가 어떤 것인지 간략하게 그 기준을 살펴보자.
▲ 준법행위를 존중하면서 사회적 상식에 따라 행동하는 데 종종 실패한다.
▲ 자신의 이득과 쾌락을 위해 속이거나 변명함으로 타인을 기만한다.
▲ 민감하게 반응하고 물리적 공격행위와 같은 호전성을 보인다.
▲ 타인과 자신의 안전을 돌보지 않고 무분별한 행동을 한다.
▲ 지속적으로 무책임한 행동을 한다.
▲ 타인을 해치거나 손해를 입혀놓고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다.
위의 항목들은 미국 정신의학회가 정리하여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정신장애 진단 기준 중 반사회 성격장애에 관한 항목들이다.
위의 진단 기준 중 세가지만 충족되어도 반사회적 성격장애로 진단한다.
독자들이 판단해 보시라, 우리 이웃나라 일본이라는 사회는 과연 이 기준에 부합하는지.
만약 그렇다면 우리는 깡패 옆집에 살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우리의 역사가 그걸 증명해 보이고 있다.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는 양아치, 깡패들은 피해자들에게 결코 미안하다고 말하지 않는다.
일본이 하는 짓이 그와 다를 바 별로 없는 것 같다.
삼일절이나 광복절이 되면, 또는 일본 정부가 위안부 관련 망언을 하면 우리는 분이 나고 화가 차오른다.
인간적 경멸을 보내면서 요즘 유행하는 죄민수의 썩소(썩은미소)를 한번 날려주고 무시하고 싶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우리의 트라우마(Trauma, 정신적 상처)가 너무 깊고 크다.
진정으로 사과하지 않는다는 것은 나중에 그런 만행을 또 저지를 수도 있다는 의지를 간접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그러기에 식민의 트라우마는 지금도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주변에서 보면 인간적으로 훌륭하다 싶은 사람들의 특징 중 하나는 적절한 시점에서 진정으로 사과할 줄 아는 용기와 능력을 갖춘 것이다.
용서를 구하는 것은 시기의 적절성과 진정성이 둘 다 담보되어야 한다.
그래야 한다. 시기가 너무 늦으면 사과를 받는 사람의 상처가 너무 오랫동안 지속되어 또 다른 원망을 낳기 때문이다.
사과할 용기도 능력도 없는 일본을 보면서 발달장애아를 보는 느낌 역시 지울 수 없다.
지적 능력은 과도하게 발달하여 경제적 부를 이루고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했지만 자신의 문제에 솔직하게 직면할 내적 지능도 정신적 힘도 없는, 정서적으로 미성숙한 한 어른을 보는 느낌이라는 말이다.
희화화해서 비유하자면, 일본 사람들은 깡패의 아들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깡패 아버지와 동일시하면서 아버지가 가지고 오는 돈과 부를 즐긴다.
하지만 그것이 잘못되었다고 부정하는 순간, 자신의 정체성과 기득권을 잃어버릴까봐 타인에게 무수한 피해를 끼쳐놓고도 변명과 회피와 묵살로 일관하는 깡패만큼 비겁한 그 자식들.
그런데 이것보다 더 분이 차오르게 만드는 것은 우리 정부의 태도이다.
필자는 10년이 넘게 나라 밖에서 살다가 귀국한지 일년 정도 되었다.
그런데 이번 삼일절에 뉴스를 보면서 내가 흡사 한국을 떠나기 전의 시간으로 되돌아 간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에 잠시 빠졌다.
삼일절 관련 뉴스에서 빠지지 않고 나오는 독립유공자 자녀들의 형편없는 예우에 대한 뉴스가 10년 전이나 올해나 거의 똑 같은 내용으로 보도되는 것이 아닌가.
지난 10년, 아니 50여 년간 한국 정부는 무엇을 했다는 말인가.
무능력한 부모, 깡패 이웃…. 이것이 우리가 지금도 겪고 있는 식민의 트라우마라고 생각하니 착잡해지는 마음을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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