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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사람들의 생각

이시대의 송도계원(松都契員)

by 형과니 2023. 3. 23.

이시대의 송도계원(松都契員)

仁川愛/인천사람들의 생각

 

2007-02-25 04:57:21

 

이시대의 송도계원(松都契員)

 

 

"정치하는 사람들이 아쉬운 소리를 하러 올 때가 됐다. 이 때 균형발전 말뚝을 박아야 한다." 최근 노무현대통령의 '안동발언'은 정치판의 허를 찌른 일종의 훈수다. 답답할 때면 낯간지럽게 아양떠는 상습적 정치인에게는 분수를 지키도록 미리 못을 박아 마땅하다. 그런 위인일수록 말뚝 박기에 팔 걷히고 혈안인 요즘 세상이니 말이다.

 

느닷없다만 그럼 복부인은 선견지명이 있어 강남 땅에 선수를 썼을까? 이어 떠오르는 대목으로 천하의 세도가 한명회(韓明澮)는 이점에서 한 수위라 할 것인가? 공교롭게도 '압구정(狎鷗亭)'이란 그의 호가 일찍 강남 노른자 압구정동 땅에 말뚝을 박은 셈이라 그렇다.

 

그가 불우했던 송도(개성)관아 말직시절의 화제가 오늘의 세태와 견주어진다. 어느 명절날 서울 동향관인끼리 만월대에 올라 우의를 다지는 기회에 계()를 모았던 모양이다. 한명회도 계원 되기를 간청했으나 자리를 같이 한 고관들이 미천한 벼슬아치가 감히 저들과 어울릴 수 있겠느냐고 받아주지 않았다.

 

문제는 이듬해 그가 세조(世祖)를 도와 단종을 내쫓고 두 딸마저 예종·성종에 받침으로서 권세가 하늘을 찌르자 뒷날 한치 앞을 가늠 못하는 사람을 일컬어 '송도계원'이라 했단다.

 

새삼 고사를 인용하는 것은 현 정국기류와 무관하지 않게 그간 개혁·진보끼리 남의 낄 틈새 없이 기세 등등했던 열린우리당을 떠올리는 까닭이다. 이윽고 주위 눈총을 의식한 대거 탈당과 내처 중도개혁 통합신당을 꾀하는 저간의 모양세가 '송도

계원'의 뉘앙스를 풍긴다.

 

민주정치는 곧 정당정치인 만큼 동지끼리 의기투합은 자연의 추세다. 하지만 권불십년(權不十年)이라, 고작 2~3년 주기로 헤쳐 모이는 짧은 세월 속에서 과연 올바른 정치철학이 뿌리내릴지가 미심쩍다.

 

정치마당에선 떠나는 이나 남는 사람 모두가 나름은 명분이 그럴 듯 했다. 국민의 외면에서 비롯한 다급한 살아남기마저 '국민'을 들먹인대서야 어찌 체통이 서겠는가 함이다.

 

이와 견줘 권력의 정체성은 한나라당이라고 반석 위에 놓인 것은 아니다. 불로소득이나 다름없이 거두어진 원내 '1당 콤플렉스'는 지난 대선 참패의 악령을 떠올려 찜찜하겠기에.

 

특히 여론상승에 편승하여 밑져야 본전 식으로 줄줄이 대선후보 경선에 나서는 양상은 분수를 몰라도 한창이다. 이번에도 한나라당이 잘나서 모아주는 여론추세가 아니라 '고운 대상'이 나타나지 않아 거두는 과도적 현상임을 잊어서는 아니 된다.

정권은 쟁취하는 것일진데 현 정권의 1년 시한부는 이미 교전상태다. '송도계원'뿐이랴, 누가 권좌를 누릴 것인가, 눈치보고

줄 서기는 이 시대에도 예외 없이 등장하는 권모술수다.

 

이왕지사 안면 몰수하고 나선 자리라면 한명회로부터 뒷날 불이익을 당한 송도계원처럼 후회를 되씹지 않도록 새 말뚝박기에 만전을 기하는 것이 권력이동의 속성일 것이다. 이 경우 어떤 싸움이건 자신의 자존심마저 헌신짝처럼 내 던지는 이전

투구(泥田鬪狗)는 피해야 하거늘 눈앞의 환상을 쫓아 우왕좌왕하는 군상이 적지 않아 딱하기만 하다.

 

마키아벨리는 경고했다. "인간은 흔히 작은 새처럼 행동한다. 눈앞의 먹이에만 정신이 팔려 머리 위에서 매나 독수리가 내리 덮치려 하고 있는 것을 깨닫지 못한다".

 

바야흐로 뜻 있는 유권자의 눈에 비친 함량미달의 정치인은 참새머리를 지닌 위인처럼 가엾기 그지없어 유권자마다 선별기준이 한층 예민해지는 작금이다.

 

거듭 강조하거니와 정당을 떠나건 다시 헤쳐 모이건 그만한 이유가 떳떳하다면 누가 말리고 뭐라 하겠는가. 오로지 새로운 줄서기를 결심한 이상 '송도계원'의 뉘우침을 닮지 않도록 눈치를 거둔 소신 있는 말뚝박기로 나서기 바라는 노파심의 일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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