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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이야기

노동운동 (3)여공들 열악한 생활피해 탈주 감행

by 형과니 2023. 3. 28.

노동운동 (3)여공들 열악한 생활피해 탈주 감행

仁川愛/인천이야기

 

2007-03-11 09:12:20

 

노동운동 (3)여공들 열악한 생활피해 탈주 감행

25.노동운동 (3)공장 노동자

 

 

 와꾸 와꾸 잘 돌아라/ 핑핑 잘 돌아라’. 발전기 소음을 타고 이런 노래가 꺼졌다 살았다 하였다. 선비도 어느덧 그 노래에 맞추어, ‘와꾸 와꾸 잘 돌아라. 핑핑 잘 돌아라/ 핑핑 잘 돌아라/ 네가 잘 돌면 상금/ 네가 못 돌면 벌금’. 겨우 이렇게 입속으로 부른 선비는 눈등이 뜨거워지며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렸다. (강경애 소설 인간문제)

 

 1930년대 방적공장에서 일하던 여성노동자들이, 사람키보다 훨씬 높은 붉은색 벽돌담에 갇혀, 12시간동안 햇볕 한 번 제대로 쐬지 못하고 부른 노래다.

 

 1930년대 들어서면서 일본 제국주의 파국적인 세계공황을 극복하고 제국주의 전쟁을 수행하기 위한 군수공업과 이와 관련된 산업이 빠르게 증가한다.

 

 이때 부터 인천 또한 산업구조가 바뀌어 간다. 본격적인 공업화 속에 송현동이나 화수동, 만석동 인근의 매립지를 중심으로 공장들이 집중적으로 들어서기 시작했다. 동양방적주식회사를 비롯한 방직업과 기계공업이 주류를 이뤘다.

 

 개항초기 땅을 잃은 농민들이 생존을 위해 인천으로 몰려들었듯, 많은 농촌 출신 젊은여성들이 방적공장에서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인천으로 들어왔다.

 

 그러나 부푼 꿈은 잠시. 이들의 생활 또한 노동조건이 열악했던 정미소 노동자들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1934715일자 동아일보는 인천 만석정(현 만석동)에 있는 동양방적 인천공장의 열악한 노동조건과 이로인해 공장을 탈출하는 여공들이 많아 비난을 받고 있다는 소식을 전한다. 19351월 동양방적 여성노동자 1500명이 동맹파업을 일으킨다.

 

 동양방적주식회사는 일본 아사카에 본사를 둔, 국내 최대 규모의 방적공장이다. 취업이 어려운 여성노동자들에게 인기가 있는 공장이었는데, 당시 노동자가 남성 328, 여성 1529명 등 모두 1857명이었다. 그런데 공장주들은 여성 노동자를 통제하기 위해 대부분 기숙사에 가둬두다시피했다. 기숙사 생활을 하던 여성노동자들의 생활은 말이 아니었다.

 

 쌀밥은 틀림없는 쌀밥인데 식은 밥을 쪄 놓은 것 같이 밥에 풀기가 없고, 석유내 같은 그런 내가 후끈후끈 끼쳤다.(중략) 반찬 역시 금방 저린듯한 소금덩어기라 와그르르한 새우젓인데 비린내가 나서 영 먹을 수가 없었다.”(‘인간문제)

 

 임금도 현금으로 지급하지 않고 통장을 만들어 회사가 보관했으며 감독은 채찍을 들고 여성노동자를 감시했다.

 공장에 들어온 지가 벌써 일 년이 되어온다. 그동안 식비 제하고, 구두값으로, 일용품값으로 제하고 겨우 삼 원 오십전 가량 남았다. 이제 그것으로 병원에 가면 도리어 빚을 진다. 무슨 병이길래 삼원이나 들까.”(‘인간문제)

 

 이런 여공들의 생활이 더 열악해졌다. 1935년 조선일보는 12시간 노동에 20전 뿐인 임금으로 인해, ‘군산에서 대거 모집해 온 소녀직공들이 벌써부터 권태를 느껴 우는 직공도 적지않다고 전한다. 이런 사정으로 여전히 탈출을 시도하는 여공들이 많았다. 193643일자 조선중앙일보는 동방인천공장에서 여공들의 탈주가 빈번해졌다는 소식을 보도한다.

 

 19369월 동양방적 노동자 2천여명이 아침식사를 문제로 동맹파업을 준비하자, 공장주는 주동자 12명을 해고하는 일이 벌어진다. 노동자들은 재차 파업을 조직하여 이듬해 1월 파업을 단행한다.

 

 여성노동자들은 그러나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중노동에 지친 몸을 이끌고 야학에서 배움의 길을 걸었다. ‘인간 문제에 눈을 뜨기 시작한 노동자들은 조직화 작업을 벌이기 시작했다. 넘지못할 것 같이 높기만 한 붉은 담벼락 좁은 틈 사이로 흘러들어온 격문을 돌려보며 투쟁의 의지를 다졌다.

 

 이 격문은 공장뉴스등 출판물을 간행해 노동자들을 계급적으로 조직하려던 노동운동단체들의 소식지. 그러나 동양방적을 중심으로 활동하던 박영선 등 인천지역내 노동운동 단체 간부들이 19351월 검거된다. 이른바 적화공작사건이다.

 

/김주희기자 blog.itimes.co.kr/kimju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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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노동운동 (3)공장 노동자

문화관광부가 이달의 문화인물(3)에 선정한 강경애(19061944)는 근대문학의 대표적인 여성 작가다.

 

 일제식민통치하 가장 억압받았던 노동자와 농민, 특히 하층 여성을 대변하는 작품과 만주지방 항일무장운동가들의 고난한 삶을 그렸다.

 

 강경애가 1934년 동아일보에 연재한, 그의 대표작 장편소설 인간문제는 식민지 하층민의 대변자로, 인간의 근본문제를 그렸다. 일제시대 식민지 자본가와 농민·노동자의 대립 구도 속에서 농민과 노동자가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주체로 성장하는 과정과 그들의 조직적 투쟁을 현실성 있게 담았다.

 

 소설의 무대는 가난한 농민들의 눈물이 호수가 됐다는 전설을 안고 있는 황해도 용연, 그리고 살기위해 고향을 떠난 농민들이 아픔이 어려있는 인천이 배경이 된다.

 

 소설 인간문제는 소작농의 딸로 태어나, 노동운동을 하다 결핵에 걸려 끝내 죽음으로 내몰린 주인공 선비의 일생을 따라간다. 그 안에서 우리는 식민지 시대 친일 지주와 소작 농민의 모순, 그리고 친일 자본가의 하수인인 공장 감독과 공장 노동자의 모순을 보게된다. 그리고 수동적이고 순응적인 삶을 벗고 능동적으로 자신의 삶을 개척해가는 민중을 발견한다.

 

 만주에 머물던 강경애는 항일 운동에 참가한 사람들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듣고, 공장 답사를 거쳐 몇번이고 인간문제를 고쳐썼다. 부두노동자와 정미여공, 방적공장 직공 등 식민지시대 인천 노동자들의 억압받는 삶을 세세하게 그리고 있으며, 그들이 인간으로서 파업을 벌이고 조직을 꾸려가는 모습도 담았다.

 

 이데올로기의 벽에 막혀 1970년대 들어서야 남한 독자들은 인간문제를 만날 수 있었다. 그나마 여러곳에 수정이 가해졌고, 플롯까지 변개시키는 왜곡이 됐다. 1980년대 들어서 온전한 모습으로 작품을 읽을 수 있게 됐다.

 

/김주희기자 (블로그)kimjuh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