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 들떠
仁川愛/인천이야기
2007-03-22 00:27:09
바다에 들떠
‘내 다시 바다에 가야겠노라. 바다와 하늘만이 있는/내 바라는 모든 것은 큰 배와 그 배를 인도하는 별과/키의 반동과 바람의 노래와 흰돛의 펄럭임/그리고 바다 위에 드리운 잿빛 안개와 잿빛 여명/내 다시 바다에 가야겠노라. 달리는 바닷물의 부르는 소리는/…/내 바라는 모든 것은 웃으며 들려주는 사공의 얘기/일의 끝난 뒤의 곤한 잠과 달콤한 꿈’
영국의 시인 메이스필드의 ‘바다에 들떠’이다. 자연의 손짓 즉 바다를 노래하고 있다. 특히 마지막 귀절 ‘일의 끝난 뒤의 곤한 잠과 달콤한 꿈’은 아름다운 시구로도 꼽히고 있다. 바다의 나라 영국 시인의 노래답다.
하긴 우리나라의 시인들도 바다를 노래한다. 박두진은 ‘푸른 바다를 밟으며 나도/먼 당신의 오는 길로 걸어가고 싶다’고 했으며 구상은 ‘오가는 배들이/돛대를 내리우고/바다의 봄꿈을 지키네’라고 노래한다. 또한 전혜린은 ‘오염되지 않은채 순수를 가진’ 바다를 심훈은 ‘달빛을 실은 물결이 천조각 만조각으로 부서지는’ 바다를 그리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바다를 경영하지 못했다. 이탈리아와 그리스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민족사를 미루어 보아도 알 수 있듯 반도의 민족은 해양에의 진출이 할발했다. 특히 반도 주변의 수많은 섬이 흩어져 있는 이른바 다도해라면 더욱 그러하다. 이런 섬들은 사람들을 바다로 유인해 내기에 충분했다.
그런데도 섬나라는 아닐 망정 삼면이 바다로 둘러쌓인 터전에 살고 있는 우리는 그렇지를 못했다. 백가제해(百家濟海)라는 뜻으로 나라 이름이 되었다는 백제나 신라 장보고의 활약을 제외하고는 우리 역사에 바다로 향한 활약이 없었다. 세계적인 조선국이 되고 국적선이 오대양을 누비고 있는 것은 극히 최근의 일일 뿐이다.
오늘은 바다의 날-마침 인천 앞바다가 날로 죽어가고 있다는 보도이다. 그런 가운데 바다 살리기에는 한점 의지도 없이 생색용의 바다의 날 행사는 요란하다. ‘해상에 편력을 가져보지 못한 왕은 강하지 않다’는 해양국가 다운 영국의 속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