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정맥 체험행사
仁川愛/인천이야기
2007-03-22 00:51:52
한남정맥 체험행사
“한남정맥의 종착점에서 다시 가자! 갑비고차로.”
인천일보가 한국토지공사 인천지역본부와 공동으로 진행 중인 우리산 바로알기 문화재·생태탐사종주 ‘한남정맥을 넘어 갑비고차로’의 일반인 무료체험행사가 29일 오후 1시 김포 문수산 정상에서 열렸다.
이날 선착순 전화 접수를 통해 참여한 일반체험단과 종주단, 개별참가자 등 60여명은 강화도와 북녘땅이 한눈에 내려보이는 문수산 정상에서 인천·경기지역을 지나는 유일한 산줄기인 한남정맥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기는 뜻깊은 시간을 가졌다.
초등학교 5학년에서 칠순을 앞둔 노익장까지 다양한 연령층으로 참여한 일반체험단원 30명은 이날 안내산행팀과 종주단원들의 안내로 통진 남정골에서 출발해 문수산 성동리까지 10.5㎞의 구간을 4시간30분만에 무사히 완주했다.
제5구간 일반인 체험행사를 마친 종주단은 내주부터 오는 7월까지 강화 혈구산, 고려산, 진강산 등을 거쳐 마니산까지 생태·문화재 탐사종주를 계속한다. /이원구기자 (블로그)jjlwk
굽이굽이 능선길 `콧노래 절로'
산자분수령(山自分水嶺)이라고 했던가.
하나의 강을 이루는 물줄기가 수백, 수천이듯이 우리의 산도 크고 작은 능선을 이루며 흘러간다.
그러나 물줄기 주변엔 사람들이 모여 독특한 생활문화를 만들어 왔고, 반대로 산줄기는 사람과 물을 가두며 문화적 이질성을 만들어내는 경계선 역할을 해왔다.
지금 우리가 걷는 마루금이 마을과 마을, 혹은 시와 도를 나누는 접경선으로 쓰이고 철탑과 군부대 초소들이 자리하는 것도 결국 산과 강이 인간에게 부여하는 의미가 확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이것이 인위적으로 가공된 지질학적인 선인 산맥지형도와, 실존하는 우리 산과 강을 기초로 그린 산경도의 차이를 이해하는 첫걸음이 아닐까?
5월 15일 오전 9시. 주점 주인의 인심이 후하다해서 생긴 이름인 함배마을에 집결한 9명의 종주단과 일반참가자 5명은 한남정맥에서 가장 볼품없는 산세를 보이고 있는 4구간 들머리인 오성화학(주) 입구에서 숨을 고른다. 이번 구간은 수안산과 대곶사거리, 것고개를 지나 남정골에 이르는 13.5㎞구간.
출발부터 낮은 야산지대를 타고 올라 전주이씨 무덤군과 잡목 능선을 지나 군 교통호를 따라 마루금이 이어진다.
능선안부에서 제법 가파른 등로를 올라 또 다른 교통호를 따라가면 헬기장이 나오고, 이곳을 지나 좌측으로 길을 잡으면 또 하나의 헬기장과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수안산(오전 9시50분) 정상이다.
수안산 정상 주변은 온통 묘지 투성이지만 수안산성이 자리하던 곳으로 고대로부터 산신제를 올리던 유서깊은 장소다.
잠시 산행일정을 멈추고 안내판 앞에선 종주단은 배성수·이희인 학예연구사로부터 산성과 관련한 설명을 듣는다.
수안산성은 비록 146m의 낮은 구릉이지만 둘레 578.5m의 동서를 장축으로 하는 장타원형 테뫼식 석축성으로 백제때 처음 축조되어 신라와 통일신라시대에 주로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
특히 수안산성 동남쪽 계곡부의 좌우로 연결된 대능리성과 함께 1천343m의 길이로 ‘수안고현성(守安古縣城)’이라 불릴 만큼 고려 수도인 개경의 방어선 역할을 해왔다는 부연 설명이다.
수안산을 지나 대곳사거리로 이어지는 능선은 교통호와 묘지들이 눈에 띄지만 가끔씩 아기자기한 쉼터까지 마련된 소나무 숲길이다.
그러나 산행의 즐거움을 누릴 틈도 없이 종주단은 아스팔트 도로와 만난다.
대곶사거리(오전 10시20분)에서 광주이씨 집성촌이자 미륵당바위 전설이 전해오는 미륵당을 지나 팔거리로 이어지는 능선은 작은 언덕과 아스팔트길을 걸어야 할 만큼 미약한 산세에다 마을이 중심을 차지하고 앉아 있다.
한국전쟁이후 실향민들이 마을을 이룬 팔거리(오전 10시40분)에서 해란산 좌측으로 이어지는 마루금은 도로가 지나고 있다. 그나마 도로변 우측으로 새로 지은 것으로 보이는 (주)동인엔테크 건물 입구에 사람 얼굴모양을 한 12m 높이의 인공암벽이 종주단의 시선을 끈다.
이 정도의 배려라면 회사 관계자 중 지독한 암벽마니아가 있거나 앞서가는 사고를 지닌 CEO일거라는 추측을 하며 다시 마루금을 찾는다.
한남정맥의 미약해진 능선은 사현마을 옆을 지나 종주단이 잠시 점심식사를 위해 머물렀던 옹정리 공동묘지 뒷능선을 경유해 거친고개라는 이름에서 유래한 것고개로 이어진다.
볼품없는 산세지만 그나마 도로를 걷지 않아 다행이라 위안삼으며 것고개 전 좌측 안부를 타고 내려와 조선명종때 학자로 영의정을 지낸 보암 심연원 선생의 신도비가 있는 통진면 옹정리 청송심씨묘역 일대를 둘러보는 기회를 가졌다.
진으로 통하는 곳’이라는 뜻의 통진면과 월곶면을 잇는 고개로 현재 강화대교로 향하는 48번 지방도로가 지나고 있는 것고개(오후 1시)의 마루금은 정확하게 해병대사령부 숙소가 가로막고 있다.
종주단은 부대 뒤편으로 이어지는 도로를 따라 우회해 어렵게 마루금을 타고 올라선다.
것고개에서 이번 구간의 종착점인 남정골로 이어지는 능선은 비교적 산림도 잘 보존되어 있고 산행로도 양호하다.
종주단은 비표가 붙어 있는 내리막길을 버리고 오른쪽 산행로를 따라 남정골가든(오후 1시50분) 옆 등로를 타고 내려왔다.
4구간은 마루금 중간마다 낮은 언덕에 마을이 들어서 있어 비록 볼품없는 산세를 보이는 구간이지만 50m 내외의 야산지대에도 산림이 잘 보존되어 있었다.
특히 도심과 멀어질수록 잡목지대가 많은 데다 군부대의 철조망을 따라 걷는 경우가 많아 산세를 직접 느끼기 쉽질 않은 구간이었다. 다음 제5구간 산행은 5월 29일로 일반체험단 함께 남정골에서 문수산을 넘는다.
/글·사진 이원구기자(블로그)jjlw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