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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이야기

자장면 한그릇의 행복 으랏~짜짜 백세만제

by 형과니 2023. 4. 3.

자장면 한그릇의 행복 으랏~짜짜 백세만제

仁川愛/인천이야기

 

2007-03-24 16:28:47

 

자장면 한그릇의 행복 으랏~짜짜 백세만제

 

중국 전통대문인 붉은 패루(牌樓)가 우뚝 솟은 인천시 중구 차이나타운. ‘中華街(중화가)’라고 쓰인 현판은 이곳이 차이나타운임을 알려 준다. 한국 속 작은 중국 거리인 이 일대를 걷노라면 갖가지 상점에서 내놓은 중국 차, , 월병 같은 이색적인 물건에 정신이 팔려 발걸음을 옮기기 힘들다.

 

거리 곳곳의 중국음식점에서 풍기는 고소한 자장 볶는 냄새도 행인의 혼을 뺏을 정도로 매력적이다. 올해로 100. 서해 건너 중국산이지만 이제는 한국 음식이 된 자장면의 고향은 바로 이곳, 차이나타운이다.

 

# 차이나타운에서 태어난 자장면 100년의 역사인천시 중구 선린동과 북성동 일대 차이나타운은 아직도 청관(淸館)거리로 불린다. 이곳에는 청나라 영사관 즉 청관과 청나라 조계(租界·외국인 거주 치외법권지역)가 있었기 때문이다. 1883년 인천항 개항 이듬해인 1884년 청나라 영사관이 설치된 뒤 중국인 2000여명이 들어오면서 차이나타운이 형성됐다. 청나라 상인들이 인천항을 통해 소금과 각종 곡물을 들여오면서 청관거리는 번성하기 시작했고, 한때 30만여명의 화교가 거주했다. 무역이 성행하다 보니 중국에서 온 쿠리(苦力·인부)가 등장했다. 대부분 인천과 가까운 산둥(山東)성 출신이었다.

 

자장면은 이들 중국인 항만 노동자를 대상으로 등장한 새참과 같은 것이었다. 화교로 차이나타운에서 3대째 중국음식점을 운영하는 태화관 손덕준(49) 사장은 누가 처음 자장면을 만들어 팔았는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인천항에서 일하는 쿠리를 상대로 손수레를 끌고 다니며 중국식 된장인 춘장을 볶아 삶은 면에 얹어 팔았던 것이 시작이라고 말했다.

 

춘장은 원래 중국어로 파(?)를 찍어먹던 장()을 뜻하는 충장(?)에서 왔다. 지금은 봄 춘()을 넣어 춘장이라고 부르니 자장면 한국화의 절정을 보여준다. 일거리를 찾아 바다 건너 타국에까지 흘러들어 온 중국인 쿠리에게 고향 맛을 느낄 수 있는 자장면은 큰 위안이었다. 면에 고기와 야채, 해물을 섞어 볶은 춘장을 얹어 내놓았던 초창기 자장면은 인기를 얻었다.

 

1905년에 개업한 고급 중국음식점인 공화춘자장면이란 이름으로 정식 메뉴를 내놓는다. 자장면의 공식적 탄생인 셈이다. 그래서 인천시 중구는 이를 기념해 1079일 자장면 탄생 100주년 기념식과 함께 자장면 대축제를 열 예정이다.

 

공화춘을 시작으로 차이나타운에는 중화루, 동흥루 같은 중국 음식점이 생기며 본격적으로 중국 음식이 한국에 소개됐다. 지금도 이곳에는 태화원, 태림봉, 풍미, 대창반점 등 10여곳의 중국음식점이 자장면을 맛보기 위해 찾는 사람들을 반갑게 맞고 있다.

 

# “자장면은 중국 음식이 아니라 인천의 향토 음식

 

”2003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자장면을 파는 중국음식점은 전국에 25080곳이 있다. 277000곳이 넘는 한식점에 비하면 10분의 1 수준밖에 되지 않지만 일식(5067)이나 양식(13991)을 파는 가게 수를 합친 것보다 많다.

 

1945년 광복 후 물자 부족으로 중국음식점은 사양길을 걷는다. 그러다 60년대 경제개발을 시작하면서 우리 사회가 활기를 띠자 다시 하나둘 문을 열기 시작한다. 65년 통계에 따르면 당시 자장면 한 그릇은 35원이었다. 대중화한 것은 70년대. 경제개발이 본격화하면서부터다. 지금은 피자와 햄버거가 기세등등하지만, 이때부터 90년대까지만 해도 자장면은 우리 국민의 외식 메뉴 1순위였다.

 

75년 당시 자장면 한 그릇의 가격은 140, 버스요금은 34원이었다. 자장면 고향은 중국에서도 한반도와 지리적으로 가까운 산둥성이라고 한다. 손 사장은 산둥성 지역에서 밀가루로 국수를 만들어 춘장에 비벼 먹던 것에서 자장면이 유래했다고 말했다.

 

손 사장에 따르면 산둥성은 예로부터 파와 콩 등이 유명한 고장이이서 새참으로 춘장에 파를 찍어 먹었다. 그는 자장면은 원래 제철에 나는 야채를 넣고 볶아 만드는 것이었다겨울과 봄에는 야채가 없어 저장할 수 있는 감자나 무를 넣고 자장을 볶아 내놓았는데, 이걸 요즘에는 옛날 자장면이라고 팔고 있다고 말했다.

 

초창기 자장면 맛은 어땠을까. 손 사장은 자장면 맛은 과거에 비해 몰라볼 정도로 달라졌다아마 예전 방식으로 자장면을 만들어 내놓으면 먹을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라며 웃었다. 요즘의 달콤한 자장면과 달리 중국식 전통 춘장을 썼던 초창기 자장면은 맛이 아주 짠 것이 특징이었다고 한다.

 

현재 중국 현지에서 먹을 수 있는 자장몐(炸醬麵)도 한국인의 입맛에 맞지 않을 정도로 짜다. 전통 춘장은 밀가루 60%, 40% 비율에 소금으로 간을 하고 1년간 숙성시켜 만든다. 이때 밀가루가 발효되면서 검은 색을 띠게 된다. 그러나 요즘 공장에서 만들어지는 춘장은 단기간에 숙성시키다 보니 검은색을 내기 위해 캐러멜을 첨가해 맛이 달게 됐다고 한다.

 

시대가 흐르며 사람들의 입맛에 맞게 변신을 거듭해 온 자장면은 이젠 한국 음식이 됐다. 손 사장은 차이나타운에 들러 한국식 자장면을 먹어 본 중국인도 놀랄 정도로 자장면은 많이 변했다한국식 자장면은 중국의 자장몐과 다른, 인천에서 태어난 한국 향토음식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고소하고 달콤한 자장면 어떻게 먹을까?

 

점심에 먹는 자장면 한 그릇.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자장면은 면이 만들어진 지 3분이 지나면 불기 시작한다. 쫄깃쫄깃한 면과 함께 맛있는 양념 춘장 맛을 감상하려면 최대한 빨리 먹는 게 좋다. 아무리 유명한 중국음식점에서 만든 것이라 해도 불어터지면 제맛을 잃기는 마찬가지다. 배달시킨 자장면보다 음식점에서 먹는 자장면이 더 맛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자장면 소스에는 녹말 성분이 함유돼 있어 여러 방향으로 비비기보다는 한 방향으로 비벼야 더욱 좋은 맛을 낸다. 자장면을 비빌 때 식초와 고춧가루를 약간 넣으면 맛이 더욱 좋아진다. 고춧가루는 자칫 질리기 쉬운 자장면의 느끼함을 어느 정도 없애 준다. 하지만 고춧가루만 넣으면 자장면이 약간 뻑뻑해져 비비기가 쉽지 않다. 이때 윤활유 역할을 하는 식초를 첨가하면 더 부드럽게 비빌 수 있는 동시에 소화 기능을 돕는다. 너무 많은 양의 고춧가루는 자장면 고유의 고소한 맛을 해칠 수 있으므로 조심하자.

 

 

인천=글 박진우dawnsta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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