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도설- '짜장면'
仁川愛/인천이야기
2007-03-24 16:30:20
도청도설- '짜장면'
시인 안도현은 동화 '짜장면'에서 이렇게 말한다. '어떤 글을 쓰더라도 짜장면을 자장면으로 표기하지는 않을 작정이다. 어른들은 아이들이 짜장면이라고 쓰면 맞춤법에 맞게 기어이 자장면으로 쓰라고 가르친다. 우둔한 탓인지는 몰라도 나는 우리나라 어느 중국집도 자장면을 파는 것을 보지 못했다'.
그의 말마따나 '자장면' 아닌, '짜장면'에 대한 애틋한 추억 한두 개 갖지 않은 중년세대는 없을 게다. 시골에서 자란 이는 어쩌다 읍내 나들이를 갔다가 부모님이 큰 선심이라도 쓰듯 사준 '짜장면' 맛을 잊지 못할 게다. 도시에서 자란 이도 마찬가지. 100점이라도 맞아야 맛볼 수 있는 별미 음식이었다. '짜장면'은 그래서 중년세대의 가장 원초적인 맛이기도 할 터이다.
중국 음식일까, 한국 음식일까 하는 실없는(?) 논쟁도 일으키는 게 이 음식이다. 결론적으로 말해 '자장면'은 중국 음식이고, '짜장면'은 한국 음식이랄밖에. 삶은 국수에다 볶은 중국식 된장인 '춘장'을 얹은 것을 '자장미엔(炸醬麵)'이라고 한다. 다시 말해 '장을 볶은 면'이란 뜻일 터이다. 그러나 한국인 입맛에 맞게 양념과 재료를 변형한 게 '짜장면'이라 할까.
1883년 인천 개항과 함께 청국조계가 세워진 이후 들어온 중국인들이 부두 노동자를 상대로 만들어 판 게 '자장면'의 기원이다. 인천 차이나타운에 있던 청요리집 '공화춘'이 꼭 100년 전인 1905년 선보인 '자장면'이 한국식 '짜장면'의 효시라고 한다. 인천시는 '자장면 100주년'을 맞아 오는 7~9일 자유공원과 차이나타운 청관거리에서 다양한 축제를 벌인다고 한다.
'자장면'이란 표기는 원어 발음에 가깝게 하려는 노력이겠으나 아무래도 '짜장면'이 우리에겐 익숙하다. 중국 음식이 아니라 우리 음식이라는 점을 강조한다는 의미에서라도 '짜장면'으로 환원하는 것은 어떨까. 상하이 같은 곳에서도 '한국식 짜장면'은 자국 요리가 아닌 한국 음식으로 받아들여진다니 하는 말이다.
강동수·논설위원 dskang@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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