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광풍과 國破山河在
仁川愛/인천사람들의 생각
2007-04-08 00:28:23
부동산 광풍과 國破山河在
원현린-주필
오늘은 청명이자 식목일이다. 내일은 한식이다. 산에 나무를 심기도 하려니와 조상의 묘역을 가꾸고 성묘도 하는 날이다.
묘지로 인해 해마다 여의도 면적의 1.2배에 달하는 국토가 유택(幽宅)의 몫으로 돌아간다. 묘지 난이 한계에 이른지 이미 오래다. 포화상태를 지나 더 이상의 땅이 없다. 지방자치단체들은 나름대로 공설묘지 확보에 나서고 있으나 여의치가 않다. 좁은 땅에 어렵게 부지를 마련해도 님비현상으로 묘지로 조성하기가 그리 만만치는 않다.
매장문화도 많이 사라졌다. 최근 장묘문화에 대한 의식조사결과 성인 10명 가운데 6명 이상이 화장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아직도 일부 특수층의 부류들이 죽어서도 몇 평의 땅을 더 차지하려는 데 있다. 이러한 의식이 사라지지 않는 한 우리 국토는 끊임없이 묘지에 잠식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장묘문화도 바뀌어야한다.
조상을 잘 받들어 모시는 것은 본받을 일이고 그래야 한다. 조상들도 살아있는 후손의 땅마저 차지하려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땅을 팔기 위해 조상의 묘까지 불법으로 파헤치는 불효를 범하면 안 된다. 며칠 전 검찰은 값이 오른 임야를 팔기 위해 조부모의 무덤을 굴착기로 파헤쳐 유골을 화장해 다른 임야로 옮겨 묻은 손자를 기소했다.
땅에서 나서 땅으로 돌아가는 인간이 땅을 소유할 수는 없다. 잠시 점유하여 사용하다가 가는 것이다. 시민에게 토지의 소유권을 인정하는 것은 땅을 잘 가꾸고 다듬으며 사용하라는 뜻이다. 네 것이니 얼마든지 갖고 마음대로 하라는 의미는 아니다.
알렉산더대왕은 다음과 같은 유언을 남겼다. “내가 죽으면 손을 무덤 밖으로 나오게 하라. 그리하여 오가는 사람들이 보도록 하라.” 천하를 쥐락펴락하던 제왕도 빈손으로 돌아감을 세인들에게 알리기 위함이었다.
미국의 알링턴 국립묘지에 가보면 거기에는 장군의 묘역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죽어서까지 신분에 차별을 두지 않는다. 장군이나 사병이나 공히 1.36평의 토지가 제공된다. 비석의 경우 자비를 들여 일정규모를 넘지 않는 선에서 장군보다 더 높이기도 할 수 있다. 국가에 충성한 것은 마찬가지라는 설명이다.
이것이 미국을 움직이는 정신인지도 모른다. 우리의 경우는 어떠한가. 대통령이나 장군묘역 등은 일반인들과 규모에서 확연히 구분된다. 죽어서도 신분에 차별을 둔다. 저승 가는 데도 이승의 계급장을 그대로 달고 가는 나라다.
인간의 소유욕은 어디까지인가. 태산을 갈아 먹고 장강의 물을 다 마셔도 차지 않는 것이 인간의 욕심이다. 사방 수 십리에 달하는 성에 금은보화를 채워도 만족하지 못하는 것이 사람의 욕심이다.
100섬지기가 되기 위해 99섬 가진 사람이 한 섬을 가진 친구의 것을 마저 달랜다는 말도 있다. 수백년을 내려오며 가진 자의 의무를 다한 경주 최부자집 가훈은 가히 오늘 날에도 귀감이 되기에 충분하다.
▲높은 벼슬을 하지 말라. -집안이 화를 당할 수 있다. ▲재산은 1만석 이상을 모으지 말라. -지나친 욕심은 화를 부르기 때문이다. ▲흉년에 남의 논밭을 사지 말라. -생활이 곤궁해 싸게 내놓은 남의 전답을 헐값에 사면 원한을 사기 때문이다. 등등이 그것이다.
살 집이 모자라서인지 신도시 구도심 할 것 없이 부동산 광풍이 불고 있다.
얼마 전 인천 송도에서 한 건설회사의 부동산 분양이 있었다. 몰려든 청약자들이 얽히고 설켜 넘어지면서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 된 적이 있었다. 이렇듯 남이야 굶어 죽든 말든 나만 소유하면 그만이라는 욕심이 화를 불러옴을 우리는 왕왕 목격한다.
중국 시인 두보의 춘망(春望)이라는 시 첫머리에 국파산하재(國破山河在)라는 시구가 있다. - 나라가 망해 왕조가 바뀌어도 산하는 그대로 있다. - 땅은 이처럼 어떠한 경우에도 사라지지 않고 그냥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이 오늘도 땅을 가지려 한다. 인간이 땅을 소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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