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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광철의 전망차

부리가 넓은 새

by 형과니 2023. 4. 12.

부리가 넓은 새

인천의문화/오광철의전망차

2007-07-18 21:46:29


부리가 넓은 새


장자에 나온다. 鳧脛雖短續之則憂(부경수단속지칙우)라는 대목이다. 풀이하면 오리의 다리가 짧다고 이어서 길게 만들면 오리가 오히려 귀찮아 한다는 풀이이다.

여기에 계속해서 글은 이어져 학의 다리가 길다고 이를 잘라 짧게 만들어 줄 수 없으니 자연에 어긋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람도 마찬가지여서 각각 태어난 것을 남이 이러쿵저러쿵 하면 공연히 번거로울 뿐이라고 교훈한다.

또한 이런 술어도 있다. 鳧藻(부조)이다. 물오리가 물에 뜬 풀을 가지고 노는 것 처럼 즐거워 한다는 뜻이다. 鳧로 시작하는 단어는 鳧影(부영=물오리가 날아갈때의 그림자) 鳧鷗(부구=물오리와 갈매기) 鳧雁(부안=물오리와 기러니) 鳧乙(부을=물오리와 제비) 등이 있다.

물오리와 제비란 뜻의 ‘부을’은 서로 닮아 분별하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하늘 높이 날아가는 기러기를 보고 어떤 사람은 물오리라 하고 또 어떤 사람은 제비라고 했다는 고사에서 연유한다고 한다. 이로 보아 한자의 鳧(부)가 물오리를 가리키는 글자임을 알 수 있다.

자전에도 ‘물오리 부’ ‘청둥이 부’로 나온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흔한 겨울 철새 청둥오리의 옛이름은 부(鳧) 야부(野鳧)였다. 우리나라의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청둥오리는 겨울 철새이면서 일부 지방에서는 텃새로도 여겨진다.

중앙아시아 시베리아 만주 등지에서 번식하고 중국남부나 우리나라 등지에서 겨울을 난다. 그래서 옛부터 겨울이면 오리사냥이 성행했다. 담수성으로 곡식을 좋아하여 논바닥에 서식하느라 고기맛이 좋다고 한다.

지금은 사냥을 금하지만 더러 밀렵군에 희생된 녀석들이 TV에 보이면 측은하다. 암놈과 달리 숫놈은 머리와 목 색갈이 아름답기 때문이다. 부리가 넓은 새라는 뜻의 학명을 가지고 있다.

이 청둥오리가 인천공항 고속도로의 교통훼방군으로 등장했다고 한다. 신불IC주변의 도로상에 갑자기 날아와 운전자들이 놀라 급브레이크를 밟느라 교통사고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때문에 새들이 희생되더라도 급정차는 말 것이 요구된다고 한다. 이들 청둥오리는 겨울철에도 공항주변 습지에 살면서 번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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