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섹션
仁川愛/인천이야기
2007-10-14 09:03:53
카드섹션 | |
미추홀 |
1978년 가을 제59회 전국체전이 도원동 인천종합운동장에서 열렸다. 이날 개막식에 참석한 박정희 대통령은 "체력은 국력이라는 말과 같이 튼튼한 체력과 강인한 정신력은 부국강병의 바탕"이라는 요지의 치사를 했다. 이 때 맞은 편 스탠드에서는 당시 '체전의 꽃'이라고 불리던 현란한 카드섹션이 펼쳐지고 있었다. 대통령의 초상과 '굳센 체력, 알찬 단결' '조국 근대화'같은 구호와 시도별 상징 그림에 3만여 관중들은 감탄하고 있었다.
각 학교에서 차출된 3천여 학생과 교사들이 3개월여 간의 고역을 치러가며 만들어낸 장면들이었다. 학생들이 가로, 세로 36Cm 크기의 카드 21장을 매순간 실수 없이 뽑아들도록 호된 훈련을 받았음은 물론이다.
그래서 정부는 체전 후 으레 카드섹션 지도 교사와 미술 교사 등에게 대통령 이나 국무총리 표창 등을 주었고 매스컴들은 저마다 카드섹션의 이모저모를 취재하기에 열을 올렸던 것이 30년 전 우리의 모습이었다.
당시 사회는 "이념과 체제를 달리하는 나라들도 모두 카드섹션과 매스게임을 활용한다. 훈련의 정도와 표현하고자 하는 내용이 다를 뿐이다"며 일사분란과 규격화로 집약할 수 있는 '집단적 미학'을 용인했던 것인데, 비교육적이라는 논란이 일자 1981년 소년체전 때부터 아예 이를 폐지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북한에는 아직 대규모의 카드섹션이 남아 있다. '아리랑' 공연 때 수많은 학생들이 동원돼 연출하는 역동적인 화면은 남한과는 비교되지 않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는데, 대통령이 이를 관람한다고 해서 설왕설래 중이다. 30년 전의 슬로건 '조국 근대화'와 오늘의 '선군 정치'라는 간극(間隙)을 어떻게 보고 올 것인지 궁금하다.
/조우성 <객원논설위원>
각 학교에서 차출된 3천여 학생과 교사들이 3개월여 간의 고역을 치러가며 만들어낸 장면들이었다. 학생들이 가로, 세로 36Cm 크기의 카드 21장을 매순간 실수 없이 뽑아들도록 호된 훈련을 받았음은 물론이다.
그래서 정부는 체전 후 으레 카드섹션 지도 교사와 미술 교사 등에게 대통령 이나 국무총리 표창 등을 주었고 매스컴들은 저마다 카드섹션의 이모저모를 취재하기에 열을 올렸던 것이 30년 전 우리의 모습이었다.
당시 사회는 "이념과 체제를 달리하는 나라들도 모두 카드섹션과 매스게임을 활용한다. 훈련의 정도와 표현하고자 하는 내용이 다를 뿐이다"며 일사분란과 규격화로 집약할 수 있는 '집단적 미학'을 용인했던 것인데, 비교육적이라는 논란이 일자 1981년 소년체전 때부터 아예 이를 폐지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북한에는 아직 대규모의 카드섹션이 남아 있다. '아리랑' 공연 때 수많은 학생들이 동원돼 연출하는 역동적인 화면은 남한과는 비교되지 않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는데, 대통령이 이를 관람한다고 해서 설왕설래 중이다. 30년 전의 슬로건 '조국 근대화'와 오늘의 '선군 정치'라는 간극(間隙)을 어떻게 보고 올 것인지 궁금하다.
/조우성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