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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풍경

벌판너머....<아폴로>극장이 있었네........

by 형과니 2023. 4. 17.

벌판너머....<아폴로>극장이 있었네........

仁川愛/인천이야기

 

2007-11-12 22:05:35

 

벌판너머....<아폴로>극장이 있었네........

 

글쓴이: 내동일번지

 

 

70년대 중반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어느 토요일....

 

주안의 <중앙극장>에 갔다

 

 

 

비가 내리는 토요일 오후....

 

정창화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홍콩의 <진성>과 한국의 <신일룡>이 공동 주연을 맡은

 

영화! <심판자>를 찾아주신 방화팬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잊으신 물건없이 안녕히 돌아가시기 바라며... 메인홀에서는 금연이오니

 

일 이층에 마련된 휴게실을 이용해주시기 바랍니다.......

 

 

 

스피커를 통해 나오는 장내 방송의 정확한 목소리의 주인공은

 

중앙극장 이층에 마련된 음악감상실의 DJ 김인혁.....

 

긴 장발의 곱슬머리에 곱상한 외모의 그는 분명 수준급 DJ였다.....

 

그당시 서울의 어느 방송국의 스카웃 제의까지 받았었다는 그는 이층 휴게실에 마련된

 

뮤직박스의 메인 디스크쟉키였다.....

 

 

 

인도네시아를 무대로 펼쳐지는 <심판자>란 액션 영화는

 

홍콩에서 활약하던 <정창화>감독이 <신일룡><진성>을 내세워 만든 야심작으로

 

<신일룡>은 초기 멜로 영화를 찍다가

 

태권도 유단자라는 계기로 근육질의 몸매를 자랑하며 액션영화를 몇편찍었다...

 

<동풍>이라는 영화도 그 중의 하나.....

 

 

 

사실 중앙극장의 시작은 <아폴로>극장이었다

 

70년대 초반 주안사거리 부근의 허허벌판에 극장이 들어섰다

 

거의 모든 극장이 중구지역에 편중되어 있던 그 시절.....

 

주안에 아폴로극장이 들어선 것은 하나의 사건!

 

시내 개봉관에서 걸린 영화가 몇달지나면 <아폴로>에 걸렸다

 

 

 

토요일에 개봉된 영화는 월요일까지.....

 

화요일에 개봉한 영화는 금요일까지......

 

그러니 금요일에 극장엘 가면 거의 일이십명 수준의 썰렁한 분위기.....

 

추운 겨울 동네친구들 몇명과 동네를 떠난다...

 

가자! 아폴로로.......

 

벌판의 매서운 겨울 바람에 얼굴은 동태처럼 굳어 시뻘게되어도

 

우리는 주머니속의 30원을 놓지않았다

 

 

 

예고편을 본 얘기하며

 

주인공에 대한 애기들을 늘어놓다보면

 

어느새 <아폴로>...

 

설레는 마음으로 반달모양의 매표소에 돈을 집어넣는다

 

총천연색 스틸사진을 둘러보며 극장으로 들어서던 시절.......

 

 

 

어느날 그 <아폴로>가 사라지고

 

극장은 개봉관으로 변신했다

 

중앙극장!

 

극장요금은 올랐고

 

실내 인테리어도 깨끗해졌다...

 

그리고 중앙극장이 자랑한다는 음악감상실이 생겼다

 

 

 

70년대 중후반이던가.....

 

도저히 시내에 볼만한 영화가 없어 헤매다가

 

무작정 중앙극장엘 가보니....

 

아니 왠 홍콩 멜로영화....

 

<.....시간이나 때우다 가자...>는 마음으로 들어섰다

 

그러나 그 영화는 전율이었다

 

주인공 여배우가 너무도 이뻤고

 

아니 노래는 왜 이다지 좋단 말인가.........

 

두번반을 보고서야 극장을 나섰다...... 음악 때문에....

 

 

 

<사랑의 스잔나>......

 

홍콩배우 진추하의 슬픈 사랑의 이야기......

 

진추하가 처음 구경하는 눈덮인 설악의 스키장에서

 

연인의 품에 안겨 죽어가는 라스트신은 나를 눈물짓게 했다......

 

 

 

80년대 후반이던가...

 

어느 토요일

 

애인없던 쓸쓸한 그 토요일에

 

며칠전에 구입한 현대 <엑셀 마이티>란 차를 몰고

 

심야에 중앙극장엘 갔다....

 

영화를 보고 극장을 나서는데 자욱히 낀 밤안개.....

 

문득 그 옛날 70년대 초반.....

 

주머니에 30원을 꼭쥐고 설레는 마음으로 걸어왔던 석바위 까지의 길을 걷고 싶었다

 

<차는 내일 가져가지 뭐......>

 

 

 

안개 깔린 밤길을 걸어오는데......

 

저 앞에서 <아폴로>를 향해 걸어오던 내 모습이 보이는듯했다

 

지금 주머니엔 돈도 있고

 

이제는 어느 개봉관도 마음껏 다닐순 있지만....

 

그러나 아무리 많은 돈을줘도

 

화장실 냄새지릿한 < 아폴로>는 이제 갈 수가 없다.....

 

 

 

안개 자욱한 그 밤......

 

옛날에 벌판을 뚫고 극장으로 향했던 그 길을

 

다시 걸을 때........

 

그리움에...

 

<아폴로>를 향한 그리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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