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藥)
仁川愛/인천이야기
2007-11-14 15:21:19
약(藥) | |
미추홀 |
그 중 연간 1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블록버스터 의약품은 2004년 기준으로 88개이고, 그 가운데 1위는 연간 물경 1천600여 억 원어치가 팔리는 동아제약의 '박카스'이다.
그런데 일본을 여행하다 보면, 이 일등 의약품과 맛, 용기, 디자인, 포장재가 거의 같은 '리포비탄 D'를 만나게 된다. 대정제약(大正製藥)이 출시 연도를 박카스보다 한 해 앞선 1962년이라고 밝히고 있어 누가 진짜 원조인지 아리송하다.
80년대에 "소리가 나지 않습니다."라는 카피로 유명했던 용각산(龍角散)도 한동안은 '보령제약'이 발명한 명약인 줄 알았지만, '일본용각산(주)'의 '일본의 목을 지킨 200년'이라는 캐치플레이즈가 말하듯 순일본산 진해거담제다.
소화제 '정로환(正露丸)'의 원 이름은 '정로환(征露丸)'이다. 러일전쟁 때 일본군의 설사를 멈추게 한 공로가 있다며 약에 군국적(軍國的) 이름을 붙였다. 1972년 동성제약이 도입한 후 현재 8개 회사가 경쟁적으로 생산하고 있다.
이들 3대 대중 의약품은 일본 것 그대로거나 유사한 것이지만, 그에 관계없이 가정상비약으로 자리 잡은 지 꽤 오래다.
한편에서는 "우리 것이 최고야!"라며 '약의 신토불이'를 부르짖었지만, 실질적 선택은 그와 많이 달랐음을 본다.
'값싸고 효과 좋은 약을 공급한다'는 정부의 신약가 정책에 대해 일각에서는 시장 원리를 무시한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시각도 있다. 터무니없는 약값의 거품과 각종 리베이트에 얽힌 추문이 없어지지 않는 한 국민은 '영원한 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신약 개발은 꿈같은 남의 나라 얘기라는 것이다.
/조우성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