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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우성의 미추홀

가짜그림 

by 형과니 2023. 4. 18.

가짜그림 

仁川愛/인천이야기

 

2007-11-14 15:19:26

 

미추홀 - 가짜그림  

조우성 <객원논설위원>

 

이중섭, 박수근 화백 작품의 위작 사건이 최근 종결됐다. 검찰의 결론은 한국고서연구회 고문 김 모씨가 소장한 그림 2800점이 모두 가짜라는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설마 했지만 이 화백의 차남도 연루돼 있었다는 얘기였다.

 

그러나 위작 사건이 이번처럼 세상에 드러나는 일은 드물다. 수법이 뛰어나 아예 진품으로 둔갑해 있거나, 위작인 줄 알았다 해도 수집가나 박물관의 명성에 금이 갈까 두려워 대개는 냉가슴을 앓으며 쉬쉬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시중의 추사(秋史)80%가 가짜라는 게 상식지만, 진짜 행세를 하는 일이 부지기수요, 그 감정 또한 쉽지가 않다. 간혹 후손이 가담하면 꼼짝없다. 위작에 찍힌 진짜 인장 등에 전문가들도 미혹되기 때문이다.

 

도자기 위조범들은 한 술 더 뜬다. 인간문화재급 장인들에게 재현품을 구입해 일단 강화(江華) 등지의 명당에 은밀히 파묻어 둔다. 수삼년 뒤, 눈 먼 매입자를 끌어들여 거짓 도굴 현장을 보여주면 그것으로 거래는 끝난다.

 

빙열(氷裂)에 흙물이 은근히 밴 명품을 싼값에 샀다고 여긴 매입자가 그를 '가보'로 애지중지할 것은 뻔하다. 그리고 매입자는 위조범이 교묘히 씌운 '문화재 사범'이라는 굴레로 인해 위작의 비밀을 무덤까지 가져가게 된다.

 

어쨌거나 위작은 정신적, 물질적 탐욕이 빚어낸 결과물이다. 인간 정신의 승화요, 그 극치인 예술품을 미더스처럼 황금으로만 보거나 마키아벨리들처럼 권력의 전리품 정도로 여겨 저마다 탐하다보니 그 난리들이 아닌가 싶다.

 

두 화백의 치열한 예술혼과 곤궁했던 삶을 돌이켜보면 그 북새가 죄스럽기만 하다./조우성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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