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대 '트리'
仁川愛/인천이야기
2007-12-18 16:43:19
등대 '트리' | |
미추홀 |
팔미도는 조선왕조실록에도 오르지 않던 익명의 섬이었다. 1834년 고산자(古山子) 김정호(金正浩)가 완성한 채색 지도 '청구도'(靑邱圖)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팔미'(八未)라는 이름으로 소담한 자태를 드러내고 있었다.
'청구도' 이후, 고산자가 27년간 심혈을 쏟아 집대성한 '대동여지도'(大東輿地圖)에는 '팔미'가 '팔산'(八山)으로 바뀌어져 있다. 그것이 또 어느 때, 어떤 연유로 '팔미'(八尾)란 미명(美名)을 얻게 됐는지는 확실치 않다.
추측컨대, 제물포 포구를 감싸 안고 있는 '월미도'(月尾島)의 막내 격이 '소월미도'라면, 지호지간(指呼之間)의 '팔산도'를 '미'(尾) 자를 돌림자로써 개명해 '월미도'와 한 핏줄의 섬임을 나타내려 했던 게 아닌가 싶다.
팔미도(八尾島)가 역사의 수면에 떠오른 것은 19세기 초였다.
열강이 이양선을 앞세워 국토를 넘보던 시절, 정부는 일본과 맺은 '통상장정'에 따라 1902년 해관에 등대국을 설치했고, 그 이듬해 이곳에 우리나라 최초의 등대를 세웠다. 6·25전쟁 때는 인천상륙작전에 참가한 유엔군 함대의 뱃길을 밝혀 전공을 세우기도 했다. 건립 105년을 앞두고 팔미도 등대가 일대 변신을 하리라는 뉴스가 있었다. 등대를 '크리스마스 트리'로 꾸민다는 것이다. 인천항을 찾는 각국 선원들에게 시민의 따듯한 성탄 메시지를 전하겠다는 해수청(海水廳)의 산뜻한 발상이다.
그에 비하면 '대한민국 호'(號)를 오직 자신만이 이끌어 갈 수 있다며 방방곡곡에서 기를 올리고 있는 대선 후보들의 유세 소리는 고장 난 무신호(霧信號)처럼 시끄럽기만 하다. 망망대해를 묵묵히 지켜온 등대 같은 인격이 그리워진다.
/조우성 <객원논설위원>
'청구도' 이후, 고산자가 27년간 심혈을 쏟아 집대성한 '대동여지도'(大東輿地圖)에는 '팔미'가 '팔산'(八山)으로 바뀌어져 있다. 그것이 또 어느 때, 어떤 연유로 '팔미'(八尾)란 미명(美名)을 얻게 됐는지는 확실치 않다.
추측컨대, 제물포 포구를 감싸 안고 있는 '월미도'(月尾島)의 막내 격이 '소월미도'라면, 지호지간(指呼之間)의 '팔산도'를 '미'(尾) 자를 돌림자로써 개명해 '월미도'와 한 핏줄의 섬임을 나타내려 했던 게 아닌가 싶다.
팔미도(八尾島)가 역사의 수면에 떠오른 것은 19세기 초였다.
열강이 이양선을 앞세워 국토를 넘보던 시절, 정부는 일본과 맺은 '통상장정'에 따라 1902년 해관에 등대국을 설치했고, 그 이듬해 이곳에 우리나라 최초의 등대를 세웠다. 6·25전쟁 때는 인천상륙작전에 참가한 유엔군 함대의 뱃길을 밝혀 전공을 세우기도 했다. 건립 105년을 앞두고 팔미도 등대가 일대 변신을 하리라는 뉴스가 있었다. 등대를 '크리스마스 트리'로 꾸민다는 것이다. 인천항을 찾는 각국 선원들에게 시민의 따듯한 성탄 메시지를 전하겠다는 해수청(海水廳)의 산뜻한 발상이다.
그에 비하면 '대한민국 호'(號)를 오직 자신만이 이끌어 갈 수 있다며 방방곡곡에서 기를 올리고 있는 대선 후보들의 유세 소리는 고장 난 무신호(霧信號)처럼 시끄럽기만 하다. 망망대해를 묵묵히 지켜온 등대 같은 인격이 그리워진다.
/조우성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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