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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광철의 전망차

계절 실종

by 형과니 2023. 4. 20.

계절 실종

인천의문화/오광철의전망차

2008-02-16 14:06:48


계절 실종


봄의 문턱이라는 입춘이 지난 지도 벌써 열흘이요 우수가 코앞인데 2월 중순의 바람이 몹씨도 차다. 얼굴을 때리는 찬바람이 흡사 칼날이다. 겨울이 다시 시작하는 듯하다. 거리의 행인들도 잔뜩 목을 움츠리고 종종걸음이다. 한겨울을 지낸 두꺼운 겨울옷이 더욱 어깨를 무겁게 누른다. 바람이 매운 탓이겠으나 겨울날씨는 바람만 아니 불어도 한결 견디기가 쉬운데 말이다.


흔히 2월의 기온을 한냉한 대륙성 고기압이 쇠약해짐에 따라 다소 추위가 누그러질 때라고 한다. 하지만 사나흘째 중부지방의 아침 기온이 영하 10도로 떨어졌다. 대낮에도 영하이다. 그러니 한강물이 견디겠는가. 작년에도 얼지 않았던 한강이 마침내 결빙했다고 한다. 눈이 내린 것이 언제인가. 지난달 22일에 내린 눈이 녹다 말고 곳곳에 얼어 붙어 있다.


예년이라면 중부지방의 요즈음 기온은 아침 영하 3~4도, 낮에는 영상이라야 정상이다. 대낮이면 아직 이르기는 하나 모두들 광장으로 나와 화사한 봄햇살을 받기에 알맞은 때이다. 그런데 곤두박질한 기온을 보면 사뭇 봄을 기다리는 사람들을 윽박지르는 모양새이다. 남해안 일대에도 영하로 떨어뜨리니 봄이 어찌 올라설 수 있겠는가. 계절의 실종이라고나 하겠다.


예보로는 어제를 고비로 오늘 낮부터 기온이 회복되겠다고 하나 평년보다 낮아 여전히 최저 영하 5~6도를 지속하겠단다. 이번 추위의 특징은 인천이 서울과 같거나 낮을 때가 있었다는 점이다. 예년 겨울 같았으면 인천은 서울보다 2~3도 높고 수원지방보다도 높았었다.


그러나 봄은 서서히 기지개를 켜겠다. 현진건이 “서울의 봄은 눈속에서 온다”고 했듯 인천의 봄은 바람을 타고 온다. 대륙쪽에 고기압의 흔적일 듯 서북풍 바람이 차갑지만 겨울 여세를 추스르기에는 역부족이다. 지금쯤 제주땅 어디에 봄이 상륙했는지도 모른다. 지금쯤 땅속에는 언땅을 녹이고 꽃나무들의 뿌리를 근질거릴는지 모른다. 이만큼이나 햇살은 두꺼우니 말이다. 호되게 몰아부친 추위는 슬며시 물러가리라. “묵은 병 겨울따라 없어지고” 봄노래를 부르기에 아직 이르다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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