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 울려퍼진 "양키두들".. 우리에겐 아픈 노래였구나
인천의문화/인천의 노래
2022-01-15 21:12:46
인천에 울려퍼진 "양키두들".. 우리에겐 아픈 노래였구나
이승묵 참여한 인천콘서트챔버 <인천근대양악열전> 발매, 고증으로 되살린 그때 그 음악
턴테이블에 레코드판을 걸면, 시곗바늘은 130여 년 전으로 돌아간다. '인천 악사' 이승묵이 이끄는 인천 콘서트 챔버가 <인천근대양악열전>을 발매했다. 대한민국 인천의 근대사가 아프지만 감미로운 선율로 이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파고든다.
▲개항기 대화조 사무소였던 팟알에서 인천악사 이승묵; ⓒ임학현
제물포에 울려 퍼진, 양키 두들
139년 전, 그날. 낯선 선율이 훈풍에 실려 응봉산 기슭을 지나 인천 앞바다로 유유히 흘러간다. 1882년(고종 19) 5월 22일, 조선의 전권대신(全權大臣) 신헌과 미 해군 제독 슈펠트(Shufeldt, R. W.)는 자유공원 가까이 '인천해관장 관사터'에서 전문 14관(款)의 조약에 사인한다. 우리나라가 서양과 맺은 최초의 통상조약이자 불평등 조약인 조미수호통상조약(朝美修好通商條約)이 체결되는 순간이다.
이때 울려 퍼진 곡이 미국의 고전 음악 '양키 두들(Yankee Doodle)'이다. 조미수호통상조약을 체결하기 전까지 우리나라엔 국기가 없었다. 미국의 청으로 조약 체결 8일 전에야 창안했다. 국가가 있을 리도 만무했다. 국가 대신 파란 눈의 사람들이 연주한 낯선 나라의 음악은, 조용하던 바닷가 마을에 불어닥칠 변화의 소용돌이를 예고했다.
▲인천콘서트 챔버'의<인천근대양악열전> ⓒ임학현
1882~1941년, 인천근대양악열전
1883년 1월 1일, 제물포항이 열리면서 세상은 송두리째 바뀌었다. 파란 눈의 사람들과 중국인, 일본인이 몰려들고 신문물이 쏟아져 들어왔다. 그중엔 음악도 있었다.
"인천은 우리나라 서양 음악을 싹 틔운 도시입니다. 잊힌 근대 음악을 찾아 이 시대에 다시 울려 퍼지게 하고 싶습니다."
'인천 악사' 이승묵(36). 그는 지난 2015년 '인천 콘서트 챔버'를 창단하고, 근대 서양 음악을 발굴하고 세상에 알리기 위해 무던히도 애를 썼다.
<인천근대양악열전(仁川近代洋樂列傳)>. 인천 콘서트 챔버가 1882년부터 1941년까지, 인천 개항기에 들어온 서양 음악을 촘촘히 엮어 귀한 음반을 냈다. '양키 두들'을 시작으로 '제물포 애국가' '대한제국 애국가' '바랴크' '경인철도가' 등 오래됐지만 새롭고, 때론 익숙한 근대 음악 15곡이 담겨 있다.
▲음반작업에 사용한악기 ⓒ임학현
근대 역사, 듣다
130여 년 시간이 고인 음악을 이 시대를 사는 우리 앞에 풀어놓기까지, 결코 쉽지 않았으리라. 이승묵은 옛 기록과 문헌에서 곡을 찾아내고, 전해 내려오는 가사에 새로운 음을 입히며 근대 음악에 새 숨을 불어넣었다. 철저한 고증 끝에 풍금, 아코디언, 만돌라와 다양한 현악기의 앙상블을 이루어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유동현 인천시립박물관 관장은 "사진, 서적, 문서, 지도 등 개항기 인천을 반추할 수 있는 자료는 넘쳐난다. 하지만 '음악'으로 개항기 인천의 시공을 훑어보는 일은 이승묵 대표가 처음"이라며 그의 작업에 의미를 부여한다.
힘으로 밀어붙인 개항이었다. "인천은 울고 웃으며 새로운 세상을 맞이했습니다. 근대 음악은 단순히 옛날 음악이 아닌 민족의 희로애락이 담긴 역사의 초상입니다." 그는 인천에서 꽃핀 근대 음악을 되살리는 일은, 오늘을 사는 우리를 돌아보는 일이라고 했다.
개항기 근대 역사를 '재생'한다. 그리고 듣는다. 시간의 흔적을 온전히 보듬어 빚어낸 선율이, 귓가를 지나 마음에 다다른다. 그렇게 130여 년 전, 낯선 배가 닿은 인천의 바닷가로 긴 음악 여행을 한다.
▲앨범<인천근대양악열전>(일러스트;정빛나) ⓒ임학현
※ <인천근대양악열전>은 교보문고, 알라딘, 인터파크 등 서점에서 구입할 수 있다. 곧 'LP' 음반이 발매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천시에서 발행하는 종합 매거진 <굿모닝인천> 2021년 3월호에도 실립니다.
글 정경숙 사진 임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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