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봉산이 좋다
수봉산이 좋다
〈권순우의 세상밖으로〉
인천의 수봉산을 오르면 서쪽으론 월미도 전경이, 반대편으론 경인고속도로가 뻗어있는 서울쪽이 보인다. 지금이야 이사를 해서 자주 가지는 못하지만 예전엔 가끔 답답할 때 올라가 펼쳐진 야경으로 마음을 풀곤 했다.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 중학교가 보이고 빽빽한 집들 사이로 내가 사는 집을 찾아보려 몇 십분을 즐겁게 보낸 기억도 새롭다. 삼삼오오 모여서 담소를 나누는가 하면 아기와 아빠가 숨바꼭질도 하고 어깨를 기대앉은 연인들의 모습이 수봉공원을 더욱 정겹게 만들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공간이 가까이 있다는 사실은 큰 자부심이자 ‘넉넉함’의 여유를 안겨준다.
며칠 전에 남산을 다녀올 기회가 있었다. 누군가 야경을 보러 가자는 제안에 다들 선뜻 나선길이였다. 아무리 남산을 돌아도 진입할 방도를 찾을 수 없었다. 주차장에 물어보니 차를 따로 세워두고 40분정도 걸어서 올라가야 한단다. 산책이나 운동을 하러 온 것이 아니기에 우린 의견이 분분해졌다. 케이블카를 이용하기로 결정하고 차를 돌렸다.
비싼 주차료, 케이블카 이용료 6000원, 그리고 케이블카를 이용하려는 어마어마하게 많은 사람들. 차가 못 올라가니 당연한 결과였다. 서울시가 시민들을 위해 운영하는 것인데 좀 너무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명소 중의 한 곳이니 이럴 수도 있겠지 싶었다. 또 야경 한번 보자고 이렇게 비싼 돈을 써야하나 싶었지만 남산에서 내려다보는 서울의 야경을 상상하며 위안을 삼기도 했다.
드디어 올라간 남산. 서울타워의 엘리베이터 가격은 이미 들어서 알고 있는지라 애시 당초 포기하고 우린 최대한 전망 좋은 곳을 찾고 있었다.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아주 좋은 위치에 의자와 테이블까지 있는 장소를 발견하고 다가가는데 들려오는 소리 “고객님 좀 기다리셔야 합니다.”
뭘? 빈자리가 저리 많은데? 여기가 무슨 식당이야? 고객은 무슨?
아차! 다시 보니 식당 일세 아니, 맥주집이네
이쯤에서 조금씩 밀려오는 기분 나쁜 생각들이 나를 야경이 아닌 적막한 현실로 돌려놓고 있었다.
야경을 돈 내고 봐야한다. 마실 나온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제일 좋은 전망은 보실 수가 없는 거네. 아니지 돈만 있으면 술은 안마시더라도 들어갈 수는 있는 거지.
돈, 돈, 돈, 뭐든지 돈. 야경 하나 보려 해도 돈이 들어가는 세상이다. 누가, 무슨 권리로 그러는 걸까? 혹시 민영화? 뭐든지 민영화…. 지하철의 무인화를 보면서 답답했던 마음이 남산에서도 똑같이 들고 있었다. 다시는 남산에 올 일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더불어 갑자기 수봉산이 그리워진다.
수봉산아! 넌 제발 그러지 마라. 우리학교 찾기 놀이, 우리집 찾기 놀이도 돈 내고 해야 한다면 얼마나 슬픈 일이겠니.
■ 필자는 2001년 1집 ‘과거’를 시작으로 음악활동을 시작, 2006년 2집 ‘달잡이’를 발매한 락 가수입니다. 주로 대학가에서 많은 공연을 하며 특히, 우리 사회 현안에 관한 행사에 주로 참여를 하고 있습니다. 현재 OBS경인TV의 한 프로그램에 고정 패널로 참여해 TV문화비평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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